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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밥그릇에 루이비통 목줄”…반려동물 ‘멍품’ 전성시대

4명 중 1명은 반려인…펫팸족 1500만 시대 눈앞
에·루·샤 등 반려동물 제품 출시하는 명품업계
글로벌 반려동물 패션시장 34조원까지 증가 전망

 
 
에르메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반려동물 제품. [사진 홈페이지 캡쳐]
  
“우리 아이에겐 좋은 것만 먹이고 입히고 싶어요.”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고 있는 조모(24)씨가 자신의 반려묘를 생각하며 한 말이다. 조모씨는 “우리 고양이들을 정말 자식이라고 생각해서 가장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좋은 곳에 데려가고 싶다”며 “여유만 된다면 비싼 명품 몇 벌쯤도 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pet+family)’이 급증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604만 가구, 반려인구는 약 1448만명으로 ‘반려인 1500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보고서는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다’라는 말에 반려가구의 88.9%가 동의했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감정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는 현상이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에·루·샤 등 펫팸족 공략 나서는 업계…소비자 반응 엇갈려

반려동물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펫팸족이 증가하면서 명품업계가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글로벌 반려견 패션시장은 2019년 약 28조원에서 2022년 약 34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세계 3대 명품이라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는 일찌감치 반려동물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중에서도 에르메스는 반려동물 제품을 가장 많이 출시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세계 3대 명품이라 불리는 만큼 가격이 100만원을 넘는 것도 있다. 에르메스의 반려동물 제품 중 가장 비싼 것은 바로 개밥그릇이다. 2개의 개별 그릇으로 분리되고 다시 탈착도 가능한 ‘반려견 볼’은 15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비싼 제품은 개 목줄로 96만원이고, 개 침대는 80만원에 올라와있다.  
 
에르메스 공식홈페이지에서 153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반려견 볼’. [사진 홈페이지 캡쳐]
  
루이비통은 현재 세 가지의 반려동물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반려동물 제품 중 개 목줄이 60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두 가지 디자인으로 출시된 개 목걸이는 각각 51만원, 42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루이비통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반려동물 제품. [사진 홈페이지 캡쳐]
 
명품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샤넬은 현재 반려동물 전용 제품은 출시하지 않고 있지만 샤넬의 일반 제품을 반려동물용 악세사리로 구매하는 반려인이 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카드홀더나 목걸이, 브로치 같은 악세사리 제품이 반려동물용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명품 브랜드 펜디도 반려동물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 반려동물 이동가방이 325만원, 개 코트가 57만원, 개 목줄이 47만원, 개 목걸이는 3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특히 펜디 반려동물 이동가방은 배우 송혜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우 송혜교의 반려견이 명품 브랜드 펜디 제품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캡쳐]
 
반려동물에게 명품을 사 입히는 트렌드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반려동물은 가족 개념이 됐기 때문에 자식에게 좋은 것을 입히고 싶은 부모 마음처럼 여유만 된다면 사주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반려동물 명품이 우리 집 월세보다 비싸다”며 “아무리 사랑해도 반려동물에게 명품을 사주는 것은 좀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족·소통의 수단 된 반려동물…명품 선호 현상 때문이란 분석도 

가수 현아는 자신의 반려견이 명품 브랜드 버버리 제품을 착용하고 있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쳐]
 
업계는 명품 선호 트렌드가 반려동물 용품으로까지 번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소비 심리도 함께 작용해 반려동물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려는 반려인 수요가 생겨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로 판단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트렌드와 동시에 SNS가 확산됨에 따라 과시용으로 반려동물에게 명품을 사 입히는 반려인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교수(인하대 소비자학과)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과 더불어 소통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SNS에 비싸고 예쁜 옷 또는 악세사리를 착용하고 있는 반려동물 사진을 올려 부를 과시하기도 하고, 명품을 통한 차별화로 눈에 띄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집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자 반려동물 명품시장 수요도 함께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정희 교수(중앙대 경제학과)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되면서 반려동물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려는 반려인이 늘고 있다”며 “1인 가구도 늘면서 반려동물 시장이 점점 더 고급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여유 있는 1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 고급시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바일·비대면 시대가 새롭게 열리며 반려동물에게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명품시장 확대는 비판의 대상이라기보다 하나의 소비현상이고 트렌드기 때문에 산업계도 이에 맞는 경영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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