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력 세계10위라며 일본보다 못한 코로나 지원금
1인당 50만원씩 주려면 25조원 필요해
정부가 규제한 자영업자 손실 보상 미흡
건물주 임대료 주면 지원금 남는거 없어
영·미·일 직원 급여까지 재난금 지원해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100만원’ 지급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말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다면 100만원이 합리적인 금액인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방역 지침 강화와 거리두기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부터 챙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적 타격을 입은 이들에게 먼저 손실보상금이라도 제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선 후보는 “코로나 초기에 가계 지원, 소위 재난지원금 또는 재난기본소득 금액이 최소 1인당 100만원은 되지 않겠느냐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또 “지금까지 1인당 50만원 가까운 재난지원금을 받았는데, 100만원 수준의 지원금을 받도록 하려면 앞으로 30만~50만원은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자 민주당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연말까지 추가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10조 이상 더 걷힐 예정”이라고 재원을 마련할 방도가 있음을 알렸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정책의총을 활성화해 당론을 신속히 모으고 제도화에 나설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2일에는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이 후보가 먼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제안했다고 확인한 뒤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재정 당국과 논의하고 야당하고도 협의해야 한다. 좀 고차원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이 대선 후보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나선 셈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에 이런 돈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전 국민에게 50만원씩 추가로 지원한다고 가정할 때 약 25조원이 필요하다. 30만원씩만 줘도 15조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당장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금권선거’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국민의 세금은 집권여당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곶감 빼먹듯 하는 꿀단지가 아니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 재난지원금보다 자영업 손실보상금이 우선”
정부는 올해 3분기 소상공인 66만여명에게 지급할 손실보상금으로 총 1조8000억원을 책정했다. 단순 계산하면 자영업자 한 사람이 평균 270만원 가량을 받게 된다. 석 달 치인 것을 고려하면 월평균 90만원을 정부가 보상한 셈이다. 이는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19년 3분기 매출과 비교해 올해 3분기 매출 손실액의 80%만 보상한 것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하소연할 곳도 없고, 그나마 보상받은 사람들도 임대료를 내고 나면 막막하다고 토로한다. 참여연대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인한 타격으로 임대료를 연체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50.7%에 달했다. 이 중 3개월 이상 임대료를 연체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이 절반 수준이었다.
지난달 27일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한국자영업자협의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참여연대민생희망본부 등 자영업자·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 명동 예술극장 앞 사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손실보상금이 건물주에게 흘러가지 않도록 ‘임대료멈춤법’과 ‘강제퇴거금지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박지호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사무국장은 “최소한 집합금지·영업제한 기간에 발생한 임대료는 강제성을 두고 분담해야 한다”며 “업종에 따라 변수가 있지만, 임대료 분담 대책이 대다수 자영업자가 혜택을 보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월소득의 80%, 최대 1200만원까지 지급
영국의 경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게 소득보조금을 지급했다. 연 이익 5만 파운드(한화 약 8000만원) 이하인 자영업자 가운데 현재 영업 중이지만,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에게는 최대 7500파운드(1200만원) 안에서 3개월 평균 영업이익의 80%를 지급했다. 또 자영업자가 임금을 주지 못해 종업원을 일시 휴직시킨 경우 휴직 기간 임금의 80%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에 직원 임금과 임대료 지급 등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고 있다. 다만 대출금 상환 면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이라기보다 지원금에 가깝다고 풀이된다. 전액 상환면제 조건은 대출금을 8~14주 기간 동안 직원에게 임금으로 주거나 임대료로 내고 60% 이상의 금액이 임금 지급을 위해 사용한 경우다.
일본은 지난해 4월 긴급경제대책과 12월 경제부양책을 통해 자영업자를 지원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매출이 50% 이상 감소한 중소기업에 최대 200만 엔(한화 약 2000만원), 개인 사업주에 최대 100만 엔(약 1000만원)까지 지급하는 방안을 시행했다. 만약 임대료를 내기 힘든 중소기업이나 직원을 계속 고용하기 어려운 사업자에게는 직원 1인당 최대 1만5000엔(약 15만원) 지급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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