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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말한 ‘음식점 총량제’ 자영업자에 약일까 독일까

[대선주자 경제정책] 소상공 간담회
한국 자영업 비율 25%, OECD 6위…미국 6%, 일본 10%, 영국은 15%
직장 없어 자영업자로 내몰리기도…창업하는 사람에 장벽 될까 우려도

 
 
한산한 서울 종로의 먹자골목 모습.[연합뉴스]
‘음식점 총량제’는 정말 필요한 정책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발언으로 촉발된 음식점 총량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재명 후보는 전국 소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를 열고 “식당을 마구 열어서 망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좋은 규제가 필요하다"며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했다. 음식점 수를 제한해 자영업자들이 망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자유시장 경제에 반하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음식점 사장님들에 대한 공감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가뜩이나 코로나로 시름에 잠긴 자영업자들을 두고 음식점 총량제를 실시하겠다는 발언은 실업자가 되든가, 앉아서 죽으라는 얘기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이 후보는 ‘음식점 총량제를 공약화하고 시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여당에서 이 후보의 생각을 두둔하면서 해당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음식점업계에 창업·폐업이 빈번한 배경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도 한 원인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5개국 가운데 한국이 자영업 비중 24.6%로 상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보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나라는 콜롬비아·멕시코·그리스·터키·코스타리카였다. 영국(15.3%)·프랑스(12.4%)·일본(10%)·독일(9.6%)·미국(6.3%) 등 선진국은 대체로 한국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국내 자영업자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552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7%였다. 자영업자 비중이 20% 아래로 감소한 것은 1982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자영업 비중 약 28.23%)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약 25.48%) 당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창업하면서 자영업자 비중이 치솟기도 했지만, 감소세로 전환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가 방역지침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면서 매출 감소를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장사를 접었다고 분석한다. 
 

‘나 홀로 사장님’ 425만명, 자영업자의 현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자영업자 비중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은 문제로 꼽힌다.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자영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 가운데는 종업원을 두지 않고 혼자 일하는 ‘나 홀로 사장님’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8월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8월 기준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를 더한 비임금근로자는 지난해 같은 때보다 2만9000명 줄어든 661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4만9000명으로 조사됐다.
 
만약 음식점 총량제를 시행하면 이런 사업자들 중에서도 사업 허가를 받지 못해 거리로 내몰릴 사람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일 한 방송 토론에 나와 “일정 사업권을 보장해주면 그분들(기존 상인들)은 좋다. 하지만 기술과 의욕이 있어 새로 시작하려는 청년 창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할 때 엄청난 권리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선의는 곡해하지 않겠지만 생각이 왜 항상 첫 단계에 그치고 당연히 따라올 파급효과는 간과하는 듯한 모양새인지. 정치권에서 그 부분은 신중히 고려하고 국민께 던져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지금 필요한 것은 음식점 총량제 같은 무공감·무책임의 규제가 아니다. 대선 후보라면 골목상권 활성화와 자영업자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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