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패밀리 레스토랑 다 망했다는데”…1세대 ‘아웃백’의 이유 있는 독주
-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 쇠락 속 아웃백만 호황
주말 대기시간 1~2시간…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
고급화 전략 내세운 아웃백…쿠폰 혜택도 다양

“고객님 앞 대기가 30팀 남았습니다. 예상 웨이팅 시간은 약 80분입니다.”
토요일 오후 7시 30분.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 방문해 대기 등록을 한 뒤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다. 사람들이 몰리는 저녁 피크타임을 피하고자 조금 늦게 방문했지만 매장 안은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줄 서있는 사람들은 20대부터 60~70대 어르신까지, 젊은 커플부터 가족 단위까지 다양했다. 넘치는 대기자만큼 계산대도 북적였다. 쿠폰 할인으로 결제하려는 손님이 대부분이라 계산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리는 듯했다.
1세대 대표 패밀리 레스토랑 중 하나인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이하 아웃백)’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1988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호황을 누렸던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는 2010년대에 들어서며 본격적인 쇠퇴의 길을 걸었지만 아웃백은 굳건했다. 주말에는 1~2시간 정도의 대기 시간이 발생할 정도로 과거의 인기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몇몇 맘카페에는 아웃백의 실시간 대기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묻는 게시글도 여럿 올라와 있다.
‘스테이크 전문’ 정체성 지킨 아웃백…나 홀로 ‘독주 중’

다른 경쟁업체들이 스테이크, 파스타, 피자 등을 다같이 판매하며 주력 메뉴를 뽑아내지 않고 있었던 반면 아웃백은 블랙라벨 스테이크, 토마호크 스테이크 등을 대표 메뉴로 내세워 TV광고 등을 통해 ‘스테이크 전문점’이라는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 동시에 프리미엄 스테이크 라인 강화에 힘써 고급화되는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을 펼쳤다.
젊은 세대를 겨냥해 쿠폰 할인 혜택을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라는 분석도 있다. 젊은 층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 중 하나인 블랙라벨 커플 세트는 블랙라벨 스테이크(350~420g) 하나와 스프, 에이드, 커피는 각각 2인용 구성으로 10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외에도 아웃백은 2년 전부터 배달 전문 딜리버리 매장과 와인 특화 매장도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와 외식문화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딜리버리 매장은 코로나19 수혜 효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와인 특화 매장에는 손님이 스테이크와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와인바, 와인셀러, 와인룸이 갖춰져 있다.
아웃백 관계자는 “최근 들어 아웃백 운영과 관련해 어떤 특별한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소비자에게 프리미엄 외식 문화를 제공하고자 과거부터 노력해왔던 것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아웃백은 패밀리 레스토랑을 넘어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점점 더 고급화되는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앞으로도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아웃백의 독주가 새 주인 맞이 절차가 마무리 된 뒤 더 가속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웃백의 새 주인은 치킨프랜차이즈 bhc로 유명한 bhc그룹이다. bhc는 지난 7월 아웃백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현재 매각 절차 마무리 단계에 있다. bhc가 종합외식브랜드로의 도약과 상장을 위해 아웃백 몸집을 더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1인 가구 증가·외식문화 변화에 패밀리 레스토랑 ‘휘청’

패밀리 레스토랑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때는 약 30여 년 전이다. 1988년 국내에 들어온 일본의 코코스(Coco's)를 시작으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같은 해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시작된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 아웃백은 1997년에 국내에 들어왔다. 아웃백은 일명 ‘갈색빵’이라 불리는 식전 빵 ‘부쉬맨 브레드’와 ‘투움바 파스타’ 등을 대표 메뉴로 내세웠다.
당시 패밀리 레스토랑은 고급 레스토랑에 버금가는 맛과 품질의 음식을 제공하면서 가격은 훨씬 저렴한 편이라 중산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코코스의 성공 이후 아웃백, TGIF, 빕스, 베니건스 등의 브랜드 매장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이 처음 위기를 맞은 건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불어 닥치면서부터다. 2000년대 초반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는 통신사들과 제휴를 맺어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하며 다시 활기를 띄는 듯했지만 이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인구구조와 외식문화 때문이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고급 레스토랑의 등장으로 패밀리 레스토랑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결국 2013년 마르쉐와 씨즐러는 사업을 중단했고, 뒤이어 베니건스도 문을 닫았다.
현재 남아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은 아웃백, 빕스, TGI프라이데이스(이하 TGIF) 정도다. 아웃백과 TGIF는 최근 새 주인을 찾거나 인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GRS가 운영하고 있던 TGIF는 지난 7월 100억원에 못 미치는 금액에 매드포갈릭 운영사인 엠에프지코리아에 매각됐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외식업계 발전에 기여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시장 자체가 획일적으로 정체되면서 지는 시장이 돼버렸다”며 “이젠 개인 레스토랑이나 프랜차이즈도 적은 매장 수로 특색 있게 운영하는 곳이 늘어나 굳이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아야 할 이유가 없어졌는데 아웃백은 그 특색을 잘 살린 케이스”라고 말했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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