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게임을, 게임사는 드라마를 만드는 슈퍼 IP 시대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로 만든 게임 2종 공개…시리즈 속 인물 돼 사건 해결
국내 게임사, 글로벌 OTT 출신 인재 영입해 영상화 속도…할리우드 진출 눈앞
게임에서 영화로, 영화서 게임으로…이종 산업 간 콘텐트 IP 확장 속도
IP 가치 높아지나 ‘카니벌라이제이션 우려’…“기존 IP 세계관 훼손 않아야”
게임, 드라마, 웹툰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는 ‘슈퍼 IP’가 플랫폼 사이 경계를 허물고 있다. OTT 기업이 게임을, 게임사가 드라마나 웹툰을 서비스하는 식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를 모바일 게임으로 제작했다. ‘기묘한 이야기:1984’, ‘기묘한 이야기 3:더 게임’ 등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게임이 오리지널 시리즈와 같은 배경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거다. 플레이어는 기묘한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돼 단서를 찾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이런 게임을 출시한 건 스트리밍 기업, 콘텐트 제작사를 넘어 게임사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슈퍼 IP의 파생효과를 노렸다. 마블이나 스타워즈 팬들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임이나 영화 등을 찾는 것처럼, 기묘한 이야기를 게임으로 제작해 넷플릭스 구독자가 게임도 즐기게끔 하는 것이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미디어영상학과)는 “시청자가 일방향으로 보는 영화, 드라마와 달리 게임은 상호작용성의 수준이 높아서 구독자를 붙잡아두기 좋다”며 “지금 당장 효과가 나타나진 않겠으나, 넷플릭스가 보유 IP 수를 늘리고, 이를 게임으로 출시한다면 인기 IP를 게임, 만화, 영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길 원하는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사는 역으로 웹드라마, 웹툰을 선보이며 콘텐트 IP 확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전 세계에 수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개발사 ‘라이엇게임즈’가 대표적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7일 넷플릭스에 리그오브레전드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아케인’을 공개했다. 게임 속 캐릭터의 이야기를 다뤄 팬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2018년 리그오브레전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가상 아이돌 ‘케이디에이’의 첫 뮤직비디오를 공개해 15일 기준 누적조회수 4억7000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선 스마일게이트가 게임 ‘크로스파이어’를 중국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누적조회수 19억3000만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할리우드의 러브콜도 받았다. 지난해 2월 크로스파이어를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미국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와 배급 계약을 체결했다. 크래프톤은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웹툰으로 제작해 이달 공개한다. 지난 6월 영화 ‘그라운드 제로’와 다큐멘터리 ‘미스터리 언노운’을 공개하기도 했다.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는 만큼 진출 산업에 걸맞은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게임사는 게임을 성공적으로 영상화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넥슨은 최근 디즈니 출신의 엔터테인먼트 전문가 닉 반 다이크를 수석부사장이자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영입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넥슨 필름&텔레비전’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던전앤파이터, 바람의나라, 카트라이더 등 넥슨의 인기 콘텐트를 영화나 TV 시리즈로 제작할 예정이다. 스마일게이트는 넷플릭스의 김진아 이사를 영입, 보유 IP를 게임에서 영화, 드라마로 확장하는 데 속도를 낸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게임학부)는 “인기 IP를 활용해 다른 형태의 콘텐트를 만드는 건 콘텐트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일이나 자칫 카니벌라이제이션(자기잠식)이 생겨 팬덤의 충성도를 깎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존 세계관이나 팬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종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에클스턴 전 F1 회장 내놓은 69대 경주차 매물 ‘8866억 원’ 추산
2세계 전기차 업계 한파 매섭다…잇단 공장 폐쇄·직원 감축
3'삼성동 집 경매' 정준하..."24% 지연손해금 상식적으로 말 안 돼"
4‘연구원 3명 사망’ 현대차 울산공장·남양연구소 11시간 압수수색
57조 대어 LG CNS, 상장 예심 통과…“내년 초 상장 목표”
6윤 대통령 “백종원 같은 민간 상권기획자 1000명 육성할 것”
7삼성전자, 반도체 위기론 커지더니…핫 하다는 ETF 시장서도 외면
8롯데 뒤흔든 ‘위기설 지라시’…작성·유포자 잡힐까
9박서진, 병역 면제 논란…우울·수면 장애에 가정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