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절벽’ 마주한 서민들 어떡해…내년 1월, 카드론도 DSR 적용
당국發 2금융권 대출규제 압박 강화…“카드론 금리 인상 불가피”
카드론 금리 인상 가능성 높아…신청절차도 복잡해져
전문가들 “불법 사금융 쏠림 현상 우려…규제 속도 조절 해야”
금융당국이 내년 1월부터 장기카드대출(카드론)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키로 하면서 카드업계와 대출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카드론 금리 상승도 전망된다. 일각에선 통상적으로 생계형 대출이 대부분인 카드론 마저 죄여지면 ‘대출절벽’이 현실화돼 불법 사금융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드론에 DSR 적용 시 취급액 30%가량 줄어들 것”
내년부터 카드론에 DSR이 적용되면 카드사 당 취급액이 약 1000억원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카드론이 현재 카드사의 주 수익원이라는 점에서 카드론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업계 설명이다.
카드사들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9월 말 기준 ▲신한카드 11.46% ▲삼성카드 12.93% ▲KB국민카드 13.5% ▲현대카드 13.39% ▲롯데카드 15.43% ▲하나카드 12.6% ▲우리카드 12.85% 등이다.
카드론 금리인상 시기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연말과 내년 초 대형사들이 먼저 인상을 시작하면 이후 중소형사들이 따라가며 업계 전반적으로 인상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카드론이 ‘고금리’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고 금융당국의 주시를 받고 있어 대폭 상승은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말 카드 수수료 인하가 기정 사실인 상황에 카드론 규제까지 겹치면서 카드사들의 내년 실적은 하락세가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각사들은 카드론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금리를 내리거나 현상 유지를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금리인상 시기와 상승률을 놓고 업계 내 카드사들의 눈치싸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리인상 이어 신청절차도 깐깐해져…생계형 대출 압박 우려
최근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카드론의 DSR 적용과 관련해 건의 사항을 제출하라고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에 ‘대안신용’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건의할 예정이다. 대안신용은 금융정보가 아닌 고객의 휴대전화 요금 등 소비 수준에 따라 소득을 추정해 대출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개인별 DSR이 적용되면 카드론 대출이 적게 나올 수 있고 카드론을 이용하는 대출자들 입장에선 ‘간단한 절차’가 장점이었던 점을 고려했을 때, 업계를 비롯해 대출자들에게 직접 미칠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1금융권을 넘어 제2금융권으로까지 대출 규제가 확대되면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속도 조절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카드론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강제적으로 제어를 하게 되면 오히려 실제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더 위험한 대출로 이동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은 카드론 실수요자 여부를 우선적으로 확인하고 소득과 신용정도에 따라 적절한 대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뿐만 아니라 총량 자체를 통해 제어하는 것은 유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도 “금융당국이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것이다’라는 것을 시사하면서도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니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카드론은 절박한 사람들이 거의 마지막으로 쓰는 제도권 대출인데, 해당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제3금융권을 넘어 불법 사금융으로까지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 교수는 “카드사 입장에서도 금리 상승으로 인한 기존 대출자들의 부실 위험이 올라가는 부작용에 직면할 수 있다”며 “DSR 적용 시기를 2개월 앞둔 시점에 통보하는 등 과도하게 서두르는 것이 문제이고, 금융당국은 카드론 금리 상승에 대해 대환대출 상품 출시 등 지원책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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