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서 비트코인 거래하는 美···'암호화폐 ATM' 우리는 왜 없을까
지난해 10월 1만대→이달 3만대…13개월 만에 ‘쑥’
국내 설치됐던 ATM, 현재는 모두 철거 ‘0대’
도입 논의 없는 국내 거래소들…수익성 떨어지고 특금법에도 저촉
전문가 “외국인들 수요가 ATM 시장 키울 것”
#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월마트가 비트코인 자동입출금기(ATM) 200대를 미국 전역의 매장에 배치했다. ATM에 현금을 넣으면 종이로 된 비트코인 바우처가 발행되고, 가상자산(암호화폐) 결제업체 코인미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인증하면 비트코인 구매가 완료된다. 반대로 비트코인에서 현금으로 교환도 가능하다. 월마트는 고객 반응을 보고 추가 설치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전세계적으로 암호화폐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암호화폐 ATM을 설치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전세계 암호화폐 ATM 비중 약 86%를 차지하며 ATM 도입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암호화폐 ATM 도입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암호화폐 ATM 북미에만 95%…한국은 ‘0대’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ATM 설치를 주도했다. 전세계 암호화폐 ATM 설치 현황을 보면 미국이 2만7023대(86.7%)로 가장 많은 기계를 보유했다. 미국은 일 평균 48대의 ATM이 설치되며, 암호화폐 ATM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라고 코인 ATM 레이더는 분석했다.
이어 캐나다는 2117대(6.8%), 유럽은 1353대(4.3%)로 뒤를 이었다. 전체 암호화폐 ATM의 98%가량을 북미와 유럽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244대(0.8%)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절반 이상이 홍콩(130대)에 있으며, 나머지는 대만과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자리 잡아 있다.
지난 9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화한 엘살바도르에서도 ATM 도입이 활발하다. 현재 엘살바도르에는 비트코인 ATM '치보'가 총 231대 설치돼 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법정화폐로서의 비트코인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자신의 트위터에서 치보 앱과 ATM을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국내 사정은 어떨까. 국내에서는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ATM이 한 대도 없는 실정이다. 2014년 3월, 블록체인 기술업체 코인플러그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커피세도나’에 국내 1호 비트코인 ATM을 설치한 바 있지만 2017년 커피세도나가 폐점하면서 ATM도 함께 철거돼 사라졌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도 2017년 9월 암호화폐 오프라인 영업점 ‘코인원블록스’를 만들고 내부에 비트코인 ATM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듬해 ATM은 중단됐고, 2019년 코인원블록스도 폐쇄됐다.
단, 내년 1월에는 국내에서도 암호화폐 ATM을 만나볼 가능성이 커졌다. 블록체인 기술업체 다윈KS는 자체 개발한 암호화폐 ATM인 ‘DTM(Digital autoTeller Machine) 크립토’를 내년 1월 서울 강남구 소재 모 병원에 설치할 예정이다.
이 업체는 2019년 정부로부터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후 암호화폐 ATM 시장 진출을 위해 준비해왔다. 다만 이 케이스는 한시적으로 특례적용을 받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행된다. 향후 국내에서 암호화폐 ATM 도입이 활성화될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국내 거래소 “ATM 도입 계획 없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암호화폐 ATM 도입 계획이 있을까.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에 취재한 결과, 모두 ATM 도입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과거 비트코인 ATM을 운영했던 코인원의 관계자도 “당시 암호화폐 시장이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며 “당장 재가동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거래소들은 암호화폐 ATM 운영 대비 수익성이 떨어져 굳이 도입 필요성을 못 느낄 것으로 보인다. 일반 시중은행 ATM 구입 비용은 약 1000만원인데 반해 암호화폐 ATM은 1800만원 안팎이다. 여기에 부스나 보안장치를 추가로 마련하면 금액이 3000만원가량으로 뛴다.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 ATM도 매달 평균 130만원 정도의 적자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오프라인 이용객 유치 계획이 없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ATM 도입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중소 거래소는 더욱 도입 가능성이 희박하다. 지난 9월 24일 가상자산 관련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이후 4대 거래소 외 중소 거래소는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했다. ATM의 핵심은 현금 인출인데 원화 계좌를 연동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ATM 도입도 어려운 셈이다.
“외국인 수요가 국내 시장 확대 견인할 것”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장(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외국인이 국내 선진 의료기술을 이용하려 입국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들의 수요가 암호화폐 ATM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도 “외화 반출 제한 때문에 불법적인 경로로 수술 받는 외국인들이 있다”며 “암호화폐 ATM 도입이 활성화되면 외국인들의 합법적인 의료 이용이 활성화돼 불법 의료시장 발전을 막고 국내 의료산업 성장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병원 외에도 공항, 호텔, 백화점, 면세점 등 수요는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윤형준 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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