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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뇌물 공여' 대우건설, 싱가포르 공공입찰 참여 막히나

싱가포르 육상교통청, 대우건설에 '공공 프로젝트 입찰 참여 금지' 통보

 
 
싱가포르 주롱도시철도노선 공사 예상 조감도. [사진 대우건설]
 
대우건설이 싱가포르 공공입찰 참여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공문을 받으면서 향후 해외사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Land Transport Authority)은 지난 10월말 대우건설에 싱가포르 공공 프로젝트 입찰 참여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세부 내용에는 대우건설과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외이사 4명 등은 싱가포르 공공발주 프로젝트 입찰 참여 금지 대상에 올랐다고 명시됐다. 입찰 참여 금지 기간은 별도로 정해지지 않았고, 향후 해당 인원이 속한 회사나 기관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내용까지 담겼다.
 
이에 대우건설은 다급하게 관련 담당자들에게 내부 징계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건설은 지난 8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뇌물을 공여한 담당 직원들을 해고한 뒤 지난 12일 이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회신 공문을 싱가포르 LTA로 발송했다.
 
앞서 대우건설 간부 2명은 지난 2018~2019년 싱가포르 LTA MRT사업 담당 간부에게 뇌물을 공여해 징역형을 받았다. 당시 대우건설은 현지 직원이 싱가포르 LTA 직원에게 돈을 빌려준 개인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회사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대우건설 직원 2명은 LTA 직원의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를 거절했지만 지속적으로 거부하면 회사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3만 싱가포르달러(약 2600만원)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부패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격하게 다스리고 있다. 부패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10만 싱가포르달러(약 84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5년 이하 징역형을 받는다. 정부 또는 공공기관 계약과 관련한 위법 행위에는 최대 7년의 징역형이 내려진다. 싱가포르 검찰은 이번 대우건설 뇌물 공여 직원 2명에게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대우건설은 직원들이 회사에 보고하지 않고 개인 간의 거래를 한 것인데 회사까지 싱가포르 공공 입찰 참여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대우건설 일부 직원들의 뇌물 공여 문제 때문에 싱가포르 LTA로부터 공공입찰 참여 금지 대상에 대우건설이 오를 수 있다는 공문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에 일부 직원들의 범법 행위로 인해 법인까지 제재가 가해지는 것은 과도한 처분이라고 판단해 해외 전문 법무법인 의견을 받아 이를 소명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싱가포르에서 뇌물 공여로 징역형을 받은 직원들을 해고하는 내부 징계도 내렸다"며 "최종적으로 소명하라는 공문이 올 수도 있고 향후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입찰 제한 조치가 단기간에 바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뇌물 공여나 허위 서류 제출 등 부패 행위를 매우 철저히 다스리는 대표적인 국가"라면서도 "싱가포르같은 엄격한 국가에서 부정 행위를 저질러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행정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향후 싱가포르 공공 발주 입찰 참여에 제한을 받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에서 우리 건설사가 부패 행위로 징계를 받은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대우건설이 향후 싱가포르 정부가 발주한 공공 입찰에 무기한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징계를 내린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우건설이 내부적으로 담당 직원 해고 등 징계를 내린 것 등을 반영해 일정 기간 동안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7월 싱가포르 LTA가 발주한 3억2000만 싱가포르달러(약 2800억원) 규모 'JRL(주롱지구노선·Jurong Region Line)의 일부 구간 건설 공사'를 용남 E&C와 함께 수주했다. 이는 2014년 톰슨라인 T216 공구 공사를 수주한 뒤 싱가포르에서 6년 만에 따낸 토목공사다. 이후 지난 4월엔 싱가포르 LTA가 발주한 9억8000만 싱가포르달러(약 8000억원) 규모 지하철 ‘크로스 아일랜드 라인(Cross Island Line) CR108 공구 건설 공사'를 동아지질과 함께 수주했다. 이 두 사업 건은 진행할 수 있다. 

박지윤 기자 park.ji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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