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금 어떻게 지킬까"…연말 오기 전 챙겨야 할 연금 투자
[연금계좌, 절세 활용의 기술①]
연금저축·IRP로 절세혜택…ISA만기액 연금전환 혜택도
개인 성향 맞는 연금투자상품 선택 중요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직장인 퇴직 평균연령은 49세다. 평균 수명이 82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퇴직 후 무려 33년간이나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최근 젊은층은 ‘현재를 즐기고 싶다’고 외치지만 퇴직 혹은 더이상 근로소득을 얻기 힘들어졌을 때 경제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전문가들이 ‘퇴직 전 3층 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을 쌓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연금 준비는 언제,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연금상품의 이점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연말정산을 앞둔 요즘이 가입하기 좋은 시기다. 또 최근에는 다양한 투자상품들이 나와있어 본인의 성향에 맞게 여러상품을 골라 가입할 수도 있다. 노후대비를 위한 연금가입,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시기일 수 있다.
연금투자의 꽃은 역시 ‘절세혜택’
단, 세액공제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다. 먼저 연금저축은 연간 납입금액에 한해 400만원까지, IRP는 연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는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해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50세 이상에 한해 IRP 세액공제 한도를 연 200만원 확대했다.
예컨대 IRP계좌를 가진 50대의 현재 총 급여가 5500만~1억2000만원(종합소득 금액의 경우 4000만~1억원)인 사람이라면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는다. 하지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50세 이상이라면 여기에 200만원을 더해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총 급여 1억2000만원 초과자·금융소득종합과세자 제외) 이러면 세액공제 금액이 최대 92만4000원에서 118만8000원으로 26만4000원 늘어난다.
이처럼 두 상품은 연말정산을 앞두고 가입해두면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만 IRP는 일부인출이 어렵고 연금저축은 가능하다. 중도인출을 원한다면 연금저축이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연금을 인출(해지)하는 경우 세액공제를 받았던 적립금과 운용수익에 대해 기타소득세 16.5%가 부과돼 주의해야 한다.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연금계좌로 전환하는 방법도 고민해볼 수 있다. ISA 만기금액을 60일 이내 연금저축이나 IRP로 전부 또는 일부 금액을 전환하면 납입액 10%(300만원 한도)를 세액공제 금액으로 인정해 준다.
연금상품 중에서는 10년 이상 유지 시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세제 비적격 상품도 많다. 이중 일반연금보험이나 변액연금보험 등 연금보험상품에 가입 후 10년 이상 유지 시 15.4%의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목돈을 일시에 넣고 연금으로 나눠 받는 즉시연금상품도 있다.
이들 세제 비적격 상품은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받고 종합소득세 과세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연금 수령은 45세 이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연금저축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나 다른 펀드에 투자해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연금저축보험은 종신형 보험 상품 등에 투자한다. 1년치를 한꺼번에 몰아넣어도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한세연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요즘같은 저금리시대에 연금계좌는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어 가입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라며 “연금계좌에서는 발생한 수익에 대해 가입기간 중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 과세이연으로 재투자되는 기회이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저축·TDF·로보어드바이저까지 투자법도 다양
보수적인 성향이라면 연금저축보험이 적합하다. 연금저축보험은 공시이율을 반영해 운용하는 금리 연동형으로 최저보증이율이 있어 원리금이 보장된다. 이 성향보다 위험을 조금 더 감수할 수 있다면 연금저축펀드 또는 변액연금을 채권형과 채권혼합형 상품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극적 위험 수용 성향이라면 연금저축펀드와 변액연금을 주식형 및 주식혼합형으로 운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생애주기에 따라 연금운용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이에 따라 투자성향이 변할 수 있어서다. 예컨대 30대에는 연금의 투자기간이 20~30년 이상 남았으므로 전체 자산의 70%를 주식형펀드 등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운용한다. 이후 은퇴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변동성이 적은 안정형 상품으로 변경해 꾸준히 운용상품의 투자비율을 조정하는 방법이다. 이때는 투자자의 은퇴시점을 고려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생애주기펀드’(TDF)가 유용하다.
최저연금액을 보장해 주는 ‘변액연금보험’도 활용할 수 있다. 이 상품은 납입기간부터 연금 수령 전까지 확정금리로 운용돼 투자수익이 마이너스가 나더라도 최저연금액을 보장받는다. 또 투자수익에 따라 연금액도 높일 수 있다.
좀더 쉽고 간편하게 연금투자를 하고 싶다면 로보어드바이저 간편투자앱을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파운트나 핀트 등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바탕으로 AI(인공지능)투자자문, 투자일임 등의 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쉽게 말해 AI가 알아서 내 자산을 굴려준다는 의미다.
국내 AI간편투자 운용자산(AUM) 1위 파운트의 연금상품 중 ‘1억 모아 7억 쓰는 로보연금’은 누적 수익률이 28%, 연 평균 수익률이 11%대로 안정적이다. 디셈버자산운용컴퍼니가 운영하는 간편투자앱 핀트는 이달 KB증권과 제휴해 연금저축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납입한 연금저축액은 KB증권에 보관되며 매일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핀트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윤치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위원은 “은퇴시기가 4~5년 정도 남은 사람 중 주식 같은 리스크형 투자를 피하고 싶다면 채권형펀드 투자가 안정적”이라며 “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면 ESG채권형 펀드 투자도 괜찮은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금융사들이 전략적으로 많이 추천하는 상품은 TDF투자”라며 “일단 수익률이 안정적이며 알아서 자산배분까지 해주기 때문에 편리하다”고 덧붙였다.
[개인연금 가입이 필요한 진짜 이유]
NH100세시대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50대 이상 중고령자가 생각하는 적정 노후생활비는 부부기준 월 268만원, 개인기준으로는 월 165만원이다. 은퇴 전 생활비의 70% 수준으로 생각하면 된다. OECD 국가 은퇴자들은 3층 연금(국민·퇴직·개인)을 통해 퇴직 전 평균소득의 약 60~70%가량을 보장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제 권고수준은 70~80%다. 하지만 한국은 국민연금(25~30%)과 퇴직연금(15~25%)만 가입한 사람이 많아 소득대체율이 약 40~5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실질 노후생활비로 추정해보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개인기준 월 100만원 이하의 금액만을 보장받는다는 얘기다. 또한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과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은행권 퇴직연금 수익률은 1%대에 그친다. 소비자 물가상승률 2%대에도 미치지 못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자산을 굴릴 수 있는 개인연금 가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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