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의자 1위의 비결…“‘압구정 가위손’부터 ‘개그맨’까지 모두 한 직원”
[기업 공식을 깨다②] 바디프랜드를 빛내는 이색 직원들
환경미화원·큐레이터·셰프·헤어디자이너 등 모두 정직원
다양한 경험이 모여 만드는 안마의자…고속 성장 비결로
총 상금 1억원. ‘개그 콘테스트’를 여는 기업이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2년을 보낸 사원들에게 ‘웃음’을 선사해 마음과 몸이 건강해지도록 돕자는 취지다. 단순 콘테스트로 끝나는 게 아니다. 수상자는 이 기업 홍보대사로 다양한 직군의 입사 기회까지 얻게 된다. 나이도 경력도 스펙도 상관없다. 오로지 잘 웃기는 재주만 있으면 입사해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라는 게 이 기업의 마인드다.
주인공은 글로벌 안마의자 1위 브랜드 ‘바디프랜드’다. 바디프랜드는 기존 기업이 가지고 있는 공식과 틀을 깨는 곳으로 유명하다. 업계 최초로 ‘제1회 개그콘테스트’를 열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경력을 보면 더 이해가 된다.
직원 10명 중 1명은 ‘직원을 위한 직원’
바디프랜드는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외주업체에 맡기는 콜센터와 배송업무, 사내식당 관계자, 미화 업무 인력 등도 모두 직접 고용하고 있다. 직군과 영역 구분 없는 정규직 채용 원칙이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과 책임감, 동질감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대표의 경영 철학이 전 직원의 10%는 직원을 위한 직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네일아트를 해주시는 분들이나 플로리스트, 환경미화원들이 모두 직원을 위한 직원인 셈이다. 안마의자 회사지만 직원의 복지를 늘리면서 직원을 채용하다 보니 인재 채용 폭이 넓고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바디프랜드의 이러한 고용 원칙은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 인재들이 바디프랜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내부 직원들의 업무 성과를 높이는 한편 이는 자연스럽게 제품과 서비스 질 향상, 고객 만족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바디프랜드 측은 이를 “가파른 성장을 견인한 비결”로 꼽기도 했다.
1분에 1.03대씩 판 판매왕…SNS마케팅팀 이기수 과장
이 과장의 입사는 우연히 접한 신문광고를 통해서다. 프로그램이 폐지된 후 불안정한 방송일로 고민하던 중 “바디프랜드에서 특이 경력자를 뽑는다. 개그맨, 가수, 운동선수 등 다양한 직군들 환영”이라는 신문 구직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용기를 낸 이 과장은 회사에서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각종 홍보 영상은 물론 사내외 행사 진행을 도맡아 하면서 라이브방송을 처음으로 런칭했다. 방송 콘텐트를 직접 기획, 연출하고 대본을 직접 작성해 맛깔나는 연기까지 곁들이니 개그맨 출신의 장점과 끼를 살릴 수 있는 ‘나만의 직군’이 탄생했다.
이 과장의 라이브커머스는 예능을 방불케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실제 라이브커머스 론칭 후 두달여 만에 바디프랜드 온라인 판매 실적이 최고 5배 상승했다. 현재는 전년 대비 3배 매출을 유지하며 평균 1만명이 넘게 시청하는 인기 방송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10월엔 네이버 모바일 라이브 방송 1시간 동안 안마의자 62대를 판매했다.
이 과장은 “개그맨으로 살았던 삶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연관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직업 만족도도 높고 뿌듯하다”면서 “직종을 바꾼건데 기존 일과 블랜딩되는 시도를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이번 ‘개그 콘테스트’를 기획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과장은 “건강한 웃음을 전파하기 위해 개그맨 출신 인재들을 꾸준히 영입할 계획”이라면서 “코미디 방송 폐지 등으로 무명의 개그맨들은 설자리가 더 없어졌는데 이들이 장점을 살려 잘하는 길을 열어주자는 목적도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영부인 머리 만지던 ‘압구정 가위손’ 뷰티팀 전훈 팀장
유력 정·재계 인사의 헤어 스타일을 담당하며 ‘압구정 가위손’이라 불리던 전훈 팀장도 돌연 회사원이 됐다. 2015년 바디프랜드 기업문화팀의 뷰티팀장으로 입사하면서다.
바디프랜드는 도곡타워 본사에 직원들을 위한 시설로 피트니스 센터와 뷰티샵(헤어샵+네일아트샵), 카페 등을 조성해 복지 강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 팀장이 근무하는 ‘살롱 드 바디프랜드’는 임직원 복지시스템 중 최고의 만족도를 자랑한다. 남녀 커트는 2000원, 염색이나 파마는 2만~3만원대이며, 최소 3만원 이상인 젤네일아트 서비스는 1만원대의 가격에 해결할 수 있어 하루 20~25명의 임직원이 이 뷰티샵을 찾는다.
특히 직원들의 이용은 근무시간 중에만 가능하다. 전 팀장을 포함한 헤어 디자이너 및 네일 아티스트 모두 10시부터 7시까지 근무하는 정직원이고, 야간이나 주말에 근무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 팀장은 “20년 넘게 미용업에 종사하면서 수많은 단골이 생겼고 그 명성만큼 하루 12시간씩 일하며 밤낮, 주말없이 일했다”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오래 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입과 워라밸의 보장이 필요했다”고 입사 이유를 밝혔다.
미술관이 바디프랜드 안으로… 큐레이터, Art lab 정혜정 팀장
바디프랜드 아트랩 소속 20년차 큐레이터 정혜정 팀장은 바디프랜드를 하나의 예술 전시 공간으로 만든다. 정신적인 예술 감각이 신체적인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고객들의 건강을 책임지며 다양한 전시회를 바디프랜드 안으로 들여왔다.
아트 라이프 실현을 위한 연구소 ‘아트랩’은 미술관이 아닌 안마의자 전시장, 레스토랑, 본사 사무실 등에서 예술 작품을 자주 접함으로서 고객뿐 아니라 직원들의 문화적 접촉을 늘리고자 하는 취지로 다양한 신진 예술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공간을 디자인한다.
정 팀장은 “아티스트가 ‘1등’으로 보일 수 있도록 큐레이터는 항상 ‘2등’이어야 한다. 기업과 예술을 잇는 선순환의 구조를 실현하며 앞으로도 많은 작가들과 상생을 실현해가고 싶다”며 포부를 다졌다.
안마 패턴 연구사로…메디컬기술연구소 허정민 사원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안마의자를 개발하기 위해 그는 메디컬기술연구소에서 이비인후과 등 전문의와 함께 안마의자 브랜드 최초로 근육과 뼈에 대한 대동여지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안마볼의 움직임으로 인한 단순한 자극이 아닌 실질적으로 인체의 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방식의 안마 패턴을 만들어 유저의 체형에 맞는 안마 패턴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디테일한 전문 인력들의 노력 덕분에 바디프랜드는 총 47개의 고도화된 마사지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전신 에어백을 이용해 부기 진정에 도움 주는 ‘부기 완화’ 모드, 숙취 해소에 도움 되는 자극점을 마사지하는 ‘숙취’ 모드, 여성에게 특화된 바이오 안마 ‘퀸즈’ 모드, 마음을 치유해주는 바디프랜드만의 스페셜 안마 프로그램 ‘멘탈 마사지’ 등이 대표적이다.
허 사원은“바디프랜드만의 차별화된 메디컬 개발 기술로 인체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안마 동작을 연구해 건강한 삶의 질을 높이는 안마의자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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