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대통령' 파월 2기가 온다…그의 입에 쏠린 전 세계의 시선
바이든 정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재연임…내년 2월부터 2기 시작
변호사 출신 의장으로 주목, 트럼프 정부서 중도적 정책으로 활약
물가압력 조절·오미크론 변이 잡아야 하는 과제…연임에 따른 세계경제 충격은 없을 듯
"미국 국민들을 위해 계속 봉사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제롬 파월 현 의장을 재지명하며 연임이 확정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시대'라는 유래없는 경제상황에서 글로벌 경제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 파월 의장은 내년 2월부터 4년 더 연준 의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그는 11월22일(현지시각) 대통령에 보내는 연준 의장 지명 화답 성명서에서 "봉사할 기회가 있음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히며 의장직 수행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연준 의장직은 사실상 '세계 경제대통령' 자리인 만큼 파월 의장의 연임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특히 연준이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을 선언하며 긴축정책을 펴고 있어 국내에서도 파월 의장의 행보 하나하나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변호사 출신 금융맨, 트럼프 정부서 선방
1953년 워싱턴 DC에서 태어난 파월 의장은 프린스턴대에서 정치학 학사를, 조지타운대 로스쿨에서는 법학을 전공하며 변호사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그럼에도 그가 '세계 경제대통령'이라는 연준 의장직에 오를 수 있던 배경은 전세계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 유력투자은행 뱅커스트러스트 등 월스트리트 금융기관에서 오랜기간 활동한 금융전문가이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취임 후 트럼프 정부의 경기 부양책 기대에 부흥해야 하는 상황, 또 당시 매파(통화 긴축 선호) 위주의 연준 이사회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파월 의장은 중립적인 기조를 이어가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통화정책을 이끌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취임 당시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파월에 대해 “중도주의자로,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여론을 수렴하는 데에 능력이 탁월한 인사”라고 밝혔다. 그의 중도주의적 능력이 강경파 성향의 트럼프 정부에서 적절한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유임한 것도 팬데믹을 벗어나는 경제 회복 과정에서 어느 때보다 안정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이후 고물가, 고용난 등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혼란에 대한 해결을 파월 의장에게 당부한 것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2018년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후 기준금리 인상과 인하를 모두 경험한 인물"이라며 "일련의 통화정책 일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이나 경제 주체들과의 다양한 소통 과정을 경험했다는 것이 그의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충격' 없지만…국내경제에는 부담
최근에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우려까지 커졌다. 연준은 장기적으로 돈줄을 조이는 긴축 정책을 펼 예정이지만 갑자기 등장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금리 인상 시기와 속도를 변경할 가능성이 생겼다. 파월 의장은 오미크론 변이를 두고 "혼란스럽다"고 발언할 만큼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 때문에 오히려 긴축 우려는 수면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며 "파월 의장은 인플레보다 바이러스와 더 싸워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전파력은 높지만 치명률이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에 파월 의장이 기존 통화정책을 변경없이 고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미크론이 이전에 유행했던 변이 바이러스들 정도의 낮은 치명률을 갖고 있다면 파월 의장의 통화정책 방향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연준은 내년 하반기 정도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크게 변동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당장 그의 연임이 전세계, 그리고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 그동안 역대 의장들 취임 시 글로벌 증시는 크게 요동친 바 있다. 의장의 성향에 따라 투자금 향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의 연임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그가 이미 테이퍼링 개시 선언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밑그림을 제시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장 파월 의장의 연임 소식만으로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월 의장이 지난 4년간 벤 버냉키 전 의장 정도의 존재감을 보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파월 의장을 연임시키지 않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의 연임 자체가 경제시장에 큰 변동성을 가져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파월 의장이 연임 되지 않았더라도 연준 의원들 중에는 현재의 통화정책을 일관성있게 수행할 인물이 많았을 것"이라며 "그의 연임 자체가 글로벌 경제에 엄청난 변동성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국내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테이퍼링이 지속되면 달러 유동성 축소로 투자금이 신흥국이 아닌 선진국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또 테이퍼링 이후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우리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어 가계의 이자부담도 커진다.
성 교수는 "계속해서 물가 압력이 높아지면 테이퍼링이 앞당겨지고 이는 결국 이자부담 등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기준금리가 인상 분위기로 가면서 달러 유동성이 축소돼 국내외 투자 분위기가 위축되면서 분명 국내 금융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올리는 내년 하반기 시점이 오면 유동성이 더욱 축소돼 국내시장에 가해지는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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