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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공회전만…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연내 결론날까

지난해 중고차 거래 규모 250만대…성능 상태 불량 등 소비자 민원은 계속 돼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 중고차 시장. [사진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 여부가 연내 결정될지 미지수다. 완성차업계와 중고차업계의 중고차시장 개방과 관련한 상생안 마련이 또다시 무산되면서다. 해당 사안은 소상공인생계형적합업종 특별법 절차에 따라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에 3년째 지속된 중고차시장 개방 여부가 해를 넘길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주관으로 진행된 중고차시장 개방을 위한 중고차매매업계와 완성차업계 간 상생협약이 지난달 말 결렬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부는 "연내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 개최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하여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따라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결정된다. 다만 사안에 따라 몇 차례 논의가 더 필요할 수도 있어 연내에 결론이 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진출이 제한됐다. 하지만 2019년 2월 지정 기간이 만료돼 기존 중고차 업체들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다. 생계형 적합업종이란 대기업 등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에 대응해 다수의 소상공인이 영위하는 업종·품목을 지정해 대기업 등의 진입 및 확장이 제한되는 업종을 뜻한다. 
 
하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같은해 11월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계는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기존 중고차매매업계의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이후 업계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중고자동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를 통해 일정 부분 합의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두 업계는 시장점유율을 4년간 단계적(2021년 3%→2022년 5%→2023년 7%→2024년 10%)으로 제한하는 인증중고차 형식으로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데는 동의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중고차업계는 완성차업계가 제한된 시장점유율 내에서만 중고차를 매입하고 나머지 매물은 공익플랫폼을 통해 중고차업계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반면 완성차업계는 신차 구매 소비자가 기존 차량 매입 의사를 밝힐시 소비자 후생 차원에서 완성차업체가 이를 매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3년 유예 등 중고차업계의 주장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고차시장 소비자 피해는 계속돼, 대기업 진출 필요"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4월 2~5일간 전국 20~60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중고차 시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는 56.1%가 긍정적이라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16.3%에 그쳤다. 완성차 업체의 진입을 긍정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56.3%가 '혼탁하고 낙후된 중고차시장을 투명하고 선진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작년 기준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 거래 건수는 250만대를 웃돈다. 같은 기간 신차 거래량(190만5000대)보다 1.32배 많은 수치다. 그만큼 중고차 매매 시 발생하는 소비자의 피해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372 소비자 상담센터'에 접수된 지난해 중고차 관련 소비자 피해는 총 5165건에 달한다. 
 
계약 이후 피해 비율은 76.8%(3967건), 계약 단계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20.4%(1053건), 단순문의 등 기타는 2.8%(146건)로 나타났다. 이중 계약 이후 시동 꺼짐, 부품 하자 등 '성능상태 불량'이 2447건(47.4%)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등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 편익 차원에서 중고차시장을 개방해 대기업의 진출을 가시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도 거세다. 지난달 11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성명서를 통해 "올해가 가기 전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결론을 조속히 내려야 한다"며 "심의위원회는 권한과 역할을 충분히 발휘해 기존 중고차업계와 대기업이 모두 조화롭게 상생할 수 있는 결정을 내놓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 동안 완성차 및 중고차업계, 소비자,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두 취합한 만큼 결정을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임수빈 기자 im.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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