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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영입 전쟁] "연봉 1억? 중요한 건 주도적인 개발 경험"…개발자가 대기업 꺼리는 진짜 이유

개발자 영입 전쟁에서 한 발 물러난 대기업
대기업 소프트웨어 강화 ‘원가 절감’ 중요 vs 플랫폼 기업 ‘기술 경쟁력’ 강화 방점
"연봉·개발 역량·기업문화 모두 빅테크 기업이 勝"

 
 
2019년 개최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 참관하기 위해 대기 중인 관람객들[넥슨]
ICT 업계를 중심으로 개발 인력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 등 빅테크 기업과 게임업계는 물론이고,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금융 업계도 고액 연봉을 내밀며 개발자 영입 경쟁에 나서고 있다. 수요 기업은 많은데, 개발 인력이 부족하자 신입 개발자 초봉은 6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반면 전통 대기업들은 잠잠하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토스 등 플랫폼 대표주자들이 벌이는 치열한 개발자 영입 경쟁에서 삼성이나 SK, LG, 현대차, 신세계, 롯데 등 전통 대기업들은 한발 뒤로 물러나 있는 모양새다. 오히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SW 개발자 교육을 실시해 개발 인력을 양성하고 다른 기업으로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고 홍보할 정도다.
 

대기업 소속 개발자 관리자 역할에 머물러  

물론 예외도 있다. 인공지능(AI)이나 클라우드 등 특수한 분야의 개발 인력이나 업계에서 유명한 ‘스타 개발자’는 영입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업계처럼 전체적인 개발 인력 영입에 공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제조업 기반 대기업에서 PM으로 일했던 개발자 A 씨는 “전통 대기업은 IT업계와 달리 상위 30%에 속하는 개발자를 두루 영입하기보다는 상위 3%에 속하는 개발자를 영입해 프로젝트를 관리하도록 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도록 하고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라고 전했다. 
 
전통 대기업이 개발자 영입 전쟁에 가세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소프트웨어가 주력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요 수익이 소프트웨어에서 나지 않으니, 고액 연봉을 내밀며 개발자 영입에 뛰어들기 조심스럽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제조업이나 유통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전통 대기업에게 소프트웨어 역량은 핵심 가치가 아닌 것이다. 실력 좋은 개발자들이 대기업으로 가면 SI(시스템 정보통합)나 시스템 유지 보수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한몫한다.
 
개발자들 역시 전통 대기업을 선호하지 않는다. 성과와 보상이 플랫폼 기업과 큰 차이가 나고, 대기업에서는 개발자 개인의 역량을 펼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기업 SI 자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다 최근 플랫폼 기업으로 이직한 B 씨는 “개발자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원가 절감’”이라며 “원가절감이 핵심 경영전략인 전통 대기업에서는 개발자의 인건비도 ‘원가’로 포함된다. 주로 하청업체를 끼고 일하면서 정규직은 PM으로써 개발인력 관리를 한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의 목적이나 기준도 다르다고 말했다. B 씨는 “대기업에 있을 때는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의 목적이 ‘원가 절감’에 있었다면 플랫폼 기업에서는 ‘기술 경쟁력’ 강화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대기업은 사업별 회사 쪼개기를 통해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검색, 콘텐트, 메신저, 쇼핑, 페이 등 특정 계열사에서 개발자의 성과가 매출에 반영되면 계열사별로 즉각적인 보상이 이뤄질 수 있다. 개발자의 역량이 수익으로 직결되고, 빠른 보상으로 더 많은 개발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전통 대기업도 소프트웨어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개발 역량이 당장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IT 기업과는 상황이 다르다.
 
주도적으로 개발 과제에 참여하거나 개발 역량을 늘릴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도 개발자들이 대기업을 꺼리는 이유다. 전통 대기업에서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유지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오래된 버전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대기업은 자바 8(v1.8) 이전 버전을 사용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플랫폼 기업에서는 자바 8버전 이상을 사용한다. 개발 언어는 시대에 따라 빠르게 변하다 보니,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 향후 다른 기업으로의 이직도 쉽지 않다. 면접에서도 개발자가 어떤 버전을 활용해 시스템을 운영해 봤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기업 이커머스를 담당하는 개발자 C씨는 "다른 기업과 협업하고 싶어도 우리와 소프트웨어 버전이 달라서 불가한 경우가 있다"며 "회사에서도 소프트웨어 버전 업그레이드에 대한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서버 증축이나 교체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이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패권 전쟁에 나서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 조차 대기업 특유의 '현상 유지'와 '원가 절감' 기조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IT기업과 스타트업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보다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고 사용자 환경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사용자 행동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해야 하니, 개발자가 더 주도적으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다. 
 

“자바 1.7 쓰면 이직 못 해요”…대기업 꺼리는 개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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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서 IT회사로 이직한 개발자 D 씨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많이 써봤는지, 도전 과제를 얼마나 많이 해왔는지, 대용량 트래픽을 얼마나 많이 경험해봤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플랫폼은 기업과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어, 기업 문화도 주도적이며 도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자에겐 전통 대기업보다 빅테크 회사가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성장하고, 개발 역량을 쌓을 기회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기업 문화나 업무 환경 역시 차이가 크다. 
 
D 씨는 “업무 배분 회의를 할 때도 대기업과 IT 회사의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며 “대기업은 상사가 업무를 알아서 배정해준다면, IT 회사에서는 개발 과제 여러 개가 주어지면 각자 본인이 하고 싶은 과제를 골라 손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자들이 대기업보다 ICT 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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