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에 힘 실어준 중국 시장…관련 화학, 철강기업 주목 [이종우 증시 맥짚기]
경기부양 대책·지준율 인하 등 중국 증시 상승 이끌어
중국 화학업종 1분기 이후 주가 하락세, 저점 매수 적기
현재 시장에서 가장 관심이 많은 변수는 물가다. 투자 불안 심리가 높은 상태에서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가 6.8%나 올라 1982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나라와 다른 선진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물가 불안이 심해지면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예상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2023년 이후로 점쳐지다가 여름에는 올해 안으로 당겨지더니 지금은 내년 3월에 첫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 연간 금리 인상 횟수가 3회가 될 거란 형태로 전망이 수정됐다. 물가 때문에 연준의 적극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관심을 끌고 있는 변수가 나쁜 쪽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주가가 약세가 됐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반대다. 코스피지수가 단기간에 200포인트나 상승했고, 미국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식시장 내부의 힘이 외부 변화를 압도한 것이다.
코스피에 힘을 실어준 요인이 하나 더 있다. 중국시장인데 11월에 중국과 홍콩 시장이 4% 가까이 오르더니 12월 들어 상승 속도가 더 빨라졌다.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상대국이고, 지역적으로도 중화권 주식시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나온 결과인데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지난 11월 이후 외국인이 우리 시장에서 4조8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것도 중국시장 상승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 세계 유동성은 주가가 높은 선진국보다 신흥국 쪽에 더 관심이 있는데 우리 시장도 그 영향권 내에 들어가 있다.
낮은 주가와 지준율 인하로 중국 증시 상승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대책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지난 6일 중국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를 발표했다. 대형 은행의 지준율을 기존 12%에서 11.5%로 0.5%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이다. 지난 7월에 지준율을 내린 이후 5개월 만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 인하를 통해 시중에 1조4000억 위안의 유동성이 공급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지준율 인하에 나선 건 경기가 좋지 않아서다. 중국의 제조업 공급관리자지수(PMI)가 기준선인 50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여름 이후 여러 규제와 중국 2위 부동산 기업인 헝다 그룹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면서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인데, 중국 정부는 유동성 공급과 재정 정책을 통해 경기 냉각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했다. 지준율 인하 외에 지방채 발행 독려, 건설 프로젝트, 대도시 부동산 대출 금리 인하 카드도 내놓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정책 대응 의지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가 강한 부양책을 내놓은 건 부동산 가격 하락 등 골칫거리가 해소된 영향이 크다. 중국의 주택가격이 2015년 이후 처음 전월 대비, 전년 대비 모두 하락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경기 둔화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부양보다 부채를 줄이는 쪽으로 나아간 건 기업부채와 지방정부 부채가 부동산과 관련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이 오르는 동안은 부채 증가를 막기 위한 정책을 펴야 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국제 유가와 석탄 가격 하락도 정책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 중국의 10월 생산자물가가 13.5%까지 상승했지만 11월에는 둔화될 걸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 유가 및 석탄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통화정책은 소비자물가보다 생산자물가에 연동돼 있다. 생산자물가가 정점을 지났다는 건 완화 정책이 강화될 여지가 크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유동성을 마냥 늘리지는 못할 것이다.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여서 지준율을 인하한 후 상당 기간 효과를 지켜보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가 불안이 중국 외에서 발생한 부분이 많은데 이는 중국 정부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피할 수 없다.
달러가 강세로 변한 영향으로 대부분의 주요 통화가 약세가 됐다. 원화도 한때 달러당 1190원을 넘었다. 신흥국 통화는 더해 브라질, 멕시코 등의 환율이 약세가 됐다. 오직 중국만이 예외였다. 달러 인덱스가 96을 넘었지만, 위안화는 달러당 6.3위안선에서 후퇴하지 않았다. 3월에 잠시 약세를 보여 달러당 6.6위안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내려갔다가 8월부터 방향이 달라져 지금이 됐다. 올 초에 달러당 6.5위안 초반이었던 걸 감안하면 그동안 위안화가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다.
중국, 중저가 상품 소비 뚜렷해 상품수지 빠르게 개선
중국 경제가 코로나19에서 빠르게 벗어난 것도 위안화를 강하게 만든 요인이다. 중국은 지난해 주요국 중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나라다. 제일 먼저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기 때문에 통화가 강세가 될 수 있었다. 중국의 경기 회복과 위안화 강세 그리고 낮은 주가를 감안할 때 중국 주가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재료로서 중국시장의 역할도 커진다. 미국시장은 상승이 계속돼 왔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주는 감응이 많지 않다. 사상 최고치 경신이나 큰 폭의 상승같이 변화가 있을 때만 코스피에 잠시 영향을 줬다 사라지는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시장은 다르다. 주가가 오를 때마다 투자자들에게 새롭게 각인되기 때문에 우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우리 시장에서 중국 관련주가 계속 바뀌었다. 2000년대 중반에는 굴삭기를 비롯한 자본재가 중국 관련주의 대명사였다. 중국이 한창 공장을 짓고, 인프라를 만드는 상황이어서 관련 업종이 주목을 받은 것이다. 2010년대 들어서는 소비재가 중국 관련주의 대명사가 됐다. 중국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소비 여력이 커져 우리나라의 관련 기업들이 각광을 받은 건데 화장품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화학을 비롯한 소재 관련주가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장비 구축을 끝낸 만큼 이제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소재가 필요하다. 화학, 철강 등의 소재 산업에 거기에 해당한다. 화학업종은 지난 1분기에 주가가 고점을 친 후 크게 떨어진 상태다. 지금은 더는 크게 하락할 공간이 없는데 중국시장 강세를 계기로 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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