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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의 혁신우혁신] 내 건강 챙기는 영양제, 왜 아무렇게나 먹나요

[Interview]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
국내 최대 로펌 출신, 탄탄대로 보장된 길 벗어나 위험한 모험
사회적 임팩트 있는 일 하고파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타깃
CES 혁신상 2년 연속 수상…2022년 상반기 서비스 본격 론칭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왼쪽)와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가 만났다. 알고케어는 2022년 상반기 초개인 맞춤형 영양제 관리 플랫폼을 내놓는다.전민규 기자
“몇 년 만에 연매출 수백억 신화”, “고졸이 대박집 사장이 되기까지”, “유명 대기업에 수백억 투자받은 비결”, “스타트업, 나처럼 하면 성공한다”…. 창업 관련 기사를 수놓는 미디어의 헤드라인이다. 가시밭길을 밟아온 창업가의 역경 드라마를 소개하고,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는 식이다. 스타트업의 숱한 곡절을 생생하게 목격한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전 디캠프 센터장)는 창업 시장이 일률적으로만 묘사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창업가의 성공에 손뼉만 치고 끝낼 게 아니라, 그들의 혁신 비법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공유하자.” [이코노미스트]가 ‘김홍일의 혁신우혁신’을 연재하는 이유다. 창업 요람의 리더 역할을 하던 VC 대표와 현직 기자가 스타트업 CEO를 만나 진중한 질문부터 가볍고 짓궂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릴 새 성장 동력을 찾을지도 모를 일이라서다. 일곱 번째 주인공은 국내 최대 로펌에 사직서를 던지고 가시 돋친 창업 길에 들어선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다.  

 
창업 전성시대다. 예비 유니콘의 등장 간격이 점점 촘촘해지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이 시장 진입 문턱을 낮췄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인재가 창업 시장에 몰리고 있다.
 
그럼에도 스타트업 경영은 가시밭길이다. 투자 유치,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 보면 창업가에게 위기는 금세 찾아온다. 그래서 많은 창업가는 자신의 전공을 살리거나 평소 많은 역량을 쌓은 업종을 기반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낸다. 전문성과 실무능력을 무장해 치열한 시장의 승부를 내기 위해서다. 창업 자체가 새로운 일이라 변수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잘 알고 친숙한 일일수록 안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정지원 대표는 색다른 데가 있다. 그의 이력과 사업 아이템 사이에 벌어진 틈 때문이다. 정 대표는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한국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일했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 법조인이었다. 
 
그런데 정 대표가 변호사를 관두고 창업한 알고케어가 속한 시장은 디지털 헬스케어다. 이 회사 핵심 서비스는 ‘나만의 맞춤 영양제’를 제공하는 거다. 의사·약사와 데이터 전문가가 만든 알고리즘으로 고객의 건강 상태를 분석하고, 작은 알갱이 형태의 영양제 여러 종을 ㎎단위로 배합해서 제공한다.  
 
의사·약사가 아닌 변호사가 만든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라고 허투루 볼 순 없다.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1’에서 혁신상을 받았고, ‘CES 2022’에서도 수상의 영광을 누릴 예정이다. 올해 초엔 헬스앤웰니스(Health&Wellness) 부문에서 혁산상을 수상했고, 내년엔 ‘스마트홈(Smart Home)’과 ‘가전제품(Home appliances)’ 등 두 부문에서 받는다.  
 
알고케어는 2019년 11월에 창업한 파릇파릇한 신생기업이다. 1년 만에 알고케어의 성공 가능성을 글로벌 시장이 먼저 알아챘다는 얘기다. 본지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를 만났다. 장소는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보육기관 프론트원이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김홍일 대표) : 한국의 젊은 창업가 중엔 대기업 출신도 숱하고, 화려한 이력을 갖춘 이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최고 로펌을 뛰쳐나와 창업하겠다고 나선 경우는 드문데요. 왜 잘 나가다가 샛길로 빠지셨습니까.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정지원 대표) : 변호사, 참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사회에 꼭 필요한 직업이기도 하고요. 사람이나 기업이 겪는 곤란한 일에 적극 대처하는 일이니까요. 다만 임팩트를 따져봤을 땐 작더라고요. 한 건 한 건의 사건을 다루다 보니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라고 느꼈습니다.  
김홍일 대표 : 회사를 만들어서 세상을 바꾸고 싶었군요.  
정지원 대표 : 정치 아니면 창업이 임팩트가 클 거라고 봤는데, 창업을 선택했죠.  
김홍일 대표 : 단순히 임팩트를 이유로 사표를 내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요.
정지원 대표 : 변호사를 그만두기로 했을 때 선배가 쏘아붙였습니다. 어떻게 김앤장을 나갈 생각을 하냐. 주변에서도 다들 뜯어말리는 분위기였습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이 신분의 높낮이를 규정하던 시대는 한참 지났지만, 사(士)의 위세는 여전하다. 의사·법조인이 우대받고 고연봉 직장이 좋은 직업이라고 여기는 분위기 자체가 바뀐 건 아니어서다. 반대로 사업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김홍일 대표는 “창업시장에 돈이 몰리곤 있지만 창업가를 장사꾼으로만 여기는 시선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창업을 둘러싼 관심이 뜨거워졌고, 그 영향으로 자금·정책 지원도 활발해졌지만 취업을 위한 일종의 ‘스펙 쌓기’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취업에 실패하고 내몰리듯 창업하는 이들도 있다. 김홍일 대표가 “탄탄대로가 보장된 길을 벗어나 고생길에 올라탔는데, 그런 담대한 용기가 어디서 나왔습니까”라고 묻자, 정지원 대표가 답했다.  
 
“남들 좋다는 걸 쫓아서 했습니다. 그게 좋은 거라고 믿었거든요. 변호사의 길에 들어선 것도 그래서였죠. 그런데 생각보다 성취감을 느끼진 못했습니다. 물론 변호사로 일한 덕분에 알고케어를 창업할 수 있게 된 영향도 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제가 이 시장에 뛰어들게 된 이유와도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김홍일 대표 : 법과 디지털 헬스케어 사이엔 어떤 접점도 없어 보이는데요.
정지원 대표 : 변호사 일을 하면서 항상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부족했습니다. 하루가 40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보니 건강도 망가졌고요. 운동이라도 하면서 관리해야 했는데, 그게 어디 쉬운가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운동할 시간도 없는 직장인이 건강을 챙기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김홍일 대표는 국내 최대 로펌 변호사란 탄탄대로 대신 창업에 뛰어든 정지원 대표를 응원했다.전민규 기자
김홍일 대표 : 오메가3 같은 영양제를 챙겨 먹는 거군요.  
정지원 대표 : 문제는 이걸 매일 챙겨 먹는 것도 어려웠다는 거죠. 잔뜩 사놨는데, 퇴근하고 먼지만 수북하게 쌓인 영양제 박스만 보게 됐죠.  
김홍일 대표 : 저는 영양제를 안 챙기는 편입니다. 제품은 많은데 정보가 적어서 접근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정지원 대표 : 그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주변에서 좋다고 소문난 걸 먹잖아요. 분명 사람 몸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를 텐데요. 서로 다른 성분의 영양제를 같이 먹기도 하는데, 그게 괜찮을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전문지식도 없는데 아무 약이나 덥석덥석 먹어도 되는 건지….
김홍일 대표 : 영양제를 경험하는 방식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입니다. 
정지원 대표 : 50년 전에도 영양제를 먹는 경험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은 거죠. 세상이 이렇게 많이 바뀌었는데, 어떻게 이 시장은 그대로지, 바꿀 방법 없나. 그때부터 방법론을 고민했습니다. 잠도 설쳐가면서 두 달 반을 그랬어요.  
김홍일 대표 : 그러다 초개인 맞춤형 영양제를 떠올리게 됐군요.
정지원 대표 : 네. 아이디어가 현실화할 수 있는지, 시장성은 있는지, 자금은 얼마나 필요한지 등을 고려했는데 이건 확실하게 될 것 같았죠. 정말 뛸 듯이 기뻤습니다. 블루오션에 먼저 깃발을 꽂게 될 생각에요.
 
고객이 알고케어를 쓰는 방식은 이렇다. 먼저 알고케어 앱이 고객의 건강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 이후 알고케어의 IoT 디바이스가 그 결과에 따라 맞춤형 초소형 영양제를 제공한다. 부족해 보이는 영양소를 더 하고, 이미 몸속에 충분한 영양소는 덜 넣는 식이다.  
 
건강 상태, 복용 기록, 용량, 복용 횟수 등이 알고케어 앱에 데이터로 남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시간이 갈수록 더 정밀한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거다. 정지원 대표가 고안한 혁신은 곧 세상에 드러난다. 내년 1월 기업용 제품을 먼저 오픈하고, 3월엔 대중을 상대로 한 서비스를 론칭한다.  
 
김홍일 대표 : 덕분에 2년 연속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알고케어는 정지원 대표가 추구하던 사회적인 임팩트가 아주 강력한 사업처럼 보입니다.
정지원 대표 : 제가 평소에 자주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1억명의 하루 10초를 아껴서 이를 다 더하면, 32년의 세월을 창조하게 되는 셈이라고요. 정말 멋진 임팩트 아닌가요. 영양제의 효능을 똑똑하게 누리면 고객의 건강과 삶이 개선되잖아요.  
김홍일 대표 : 창업가 기질을 타고난 것 같습니다.  
정지원 대표 : 사실 그렇게 되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는 마음, 자기 효능감이라고 하죠. 항상 최선의 의사결정과 판단을 내리는 정지원 대표이길 바랐습니다.  
김홍일 대표 : 그렇게 밀어붙이는 건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은데요.
정지원 대표 : 그래서 저는 스트레스를 시간이나 돈처럼 다룹니다. 어떤 선택을 할 때, 그리고 그 선택이 스트레스를 불가피하게 받아야 한다고 가정해보죠. 한쪽은 30만원어치 스트레스고, 다른 쪽은 100만원어치 스트레스면 저는 덜 스트레스받는 길을 선택하는 식입니다. 
  
정지원 대표의 알고케어는 2년 연속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전민규 기자
김홍일 대표 :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 자기 관리엔 이골이 났을 텐데도 스타트업 경영은 쉽지 않군요.
정지원 대표 : 내가 나를 컨트롤 못 하면 회사에 악영향을 끼치더라고요. 기분이 안 좋을 때 내리는 결정은 결과가 안 좋을 때가 있잖아요. 제 잘못된 결정이 회사에 피해로 이어지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김홍일 대표 :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무장한 CEO군요. 어떤가요. 탄탄대로 대신 가시밭길을 계속 걸어온 소회는요.  
정지원 대표 : 곧 알고케어가 시장의 평가를 받게 됩니다. 그간의 노력과 성취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겠죠. 그런데도 너무 행복합니다. 누군가의 삶의 질을 제가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생각하면요. 이런 설렘은 창업가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일 겁니다.  
 
김홍일 대표는 끝으로 스타트업이 맞닥뜨린 규제 이슈와 관련한 조언도 구했다. “혁신을 막는 낡은 규제를 확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만연합니다. 자칫 혁신 스타트업의 날개를 꺾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요.”  
 
정지원 대표가 답했다. “법 공부를 해서일까요. 저는 규제를 걸림돌로만 보진 않습니다. 그런 규제가 생긴 데에는 배경과 이유가 분명하게 있거든요. 규제를 나쁘게 취급할 게 아니라 취지를 이해하고 대응하면 갈등을 줄일 수 있을지도요. 다만 규제를 다루는 당국이나 실무자의 재량이 지금보단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상황에 맞지 않는 경우에도 글자 그대로 적용하는 건 실무자분이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기 때문인데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더 빨리 검토해주는 일도 해줬으면 합니다. 스타트업은 그걸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
 

기자가 본 정지원 대표

정지원 대표의 말은 템포가 빨랐다. 그러면서도 정돈된 언어를 썼다. 돌발 질문에 답할 때도 금세 정리해서 풀어냈다. 머뭇거리지 않았다. 맞는 건 맞고 아니건 아니었다. 짧은 시간에도 수많은 정보를 쏟아냈다.
 
문득 정지원 대표가 CEO로서 추구하는 덕목이 최선의 의사결정이란 점이 흥미로웠다. 선택에는 희생이 따르고 무언가를 얻으면 포기해야 할 게 있는데, 정 대표는 그걸 어떻게든 최선으로 이끌어낼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정지원 대표는 창업 후 명상요가를 아침마다 빼먹지 않고 한다. 스스로의 컨디션을 최고조로 만들어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짓누르는 사명감과 책임감은 어디서 생긴 걸까. “버티면 생겨요. 시장이 전쟁터잖아요. 이거 없인 못 살아남죠.” 정 대표의 이런 선택이 수없이 쌓인 알고케어는 내년 어떤 모습으로 고객 앞에 다가갈까. 우려보단 기대가 훨씬 더 크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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