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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유튜브가 나스닥에 없는 이유는? [스페셜리포트 ③]

알짜 자회사 넘쳐나도 상장은 오직 한 회사만…이해상충 우려에 집단소송 가능성 높아

 
 
[사진 한국거래소]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LSE)에는 2019년 기준 1900개가 넘는 기업들이 상장돼 있다. 이중 모회사가 지분율 3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를 같이 상장한 경우는 4개사(0.20%)에 불과하다. 지분율을 50%로 넓히면 해당하는 사례는 없다. 
 
다른 국가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전체 상장사 가운데 모자회사 동시상장 비율은 미국 0.89%, 프랑스 3.72%. 독일 3.52% 수준이다. 해외에서는 기업 분할을 통해 탄생한 자회사를 상장시키는 사례 자체가 드물다는 얘기다. 글로벌 증시는 상장기업의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등 모자회사 동시상장을 원칙적으로는 허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사례는 극히 적다.  
 

유명무실 증권집단소송 20년 동안 10건뿐  

대표적으로 2015년 구글은 지주사인 알파벳을 설립하면서 알파벳의 100% 자회사가 됐다. 당시 미국 증시에 상장됐던 구글 주식은 알파벳 주식으로 대체됐다. 구글을 비롯해 유튜브와 자율주행자동차 전문기업 웨이모 등 유망한 자회사가 100개 이상이지만, 상장사는 알파벳이 유일하다.  
 
미국 시가총액 1위(3305조원) 애플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수많은 핵심 사업부를 두고 있지만, 증시에는 애플 종목 한 개만 상장돼 있다. 지난 17일 ‘애플의 성장은 오롯이 애플 주주에게’라는 리서치 보고서를 발표한 장효선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애플이 PC, 휴대폰, 플랫폼, 반도체, 모빌리티 등 미래 패러다임 대부분을 아우르는 초국가적 기업으로 발전한 것도 대단하지만, 성장의 과실이 오롯이 애플 주주에게 귀속된다는 것이 더 놀랍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자료 일본 경제산업성]
 
일본에서는 모자회사 동시상장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장폐지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동통신 자회사인 NTT도코모 지분 66%를 가지고 있던 일본 최대 통신회사 NTT는 지난해 44조원을 투입해 NTT도코모 지분을 모두 사들여 완전 자회사로 돌린 뒤 상장폐지했다.
 
이들 기업이 막대한 자금 유치를 마다하고 자회사 상장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이해상충에 따른 주주들의 집단소송 우려다. 2019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공정거래 분야의 집단소송제 도입 방안’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연방법원에 제기된 집단소송 건수는 연평균 420건이다. 소비자 혹은 주주 피해구제에 집단소송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집단소송 영향력이 큰 이유는 승소 시 소송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구성원에게도 판결의 효력이 미친다는 점이다. 이에 배상액 규모도 막대하다.  
 
우리나라에도 증권집단소송 제도가 200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까지 제기된 소송은 총 10건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이수환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변호사)은 “현행법상 적용 대상이 증권의 매매나 거래, 사업보고서 거짓 기재 등에 한정돼 있어 소 제기 자체가 적다”며 “소송 범위를 확대하자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소송을 남발하는 남소와 기업활동에 대한 부담 증가 등의 우려로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송 위험으로 모자회사 동시상장을 꺼리지만, 해외 거래소 차원에서의 규제도 존재한다. 미국은 모회사의 재무상태가 부실할 경우 자회사 상장이 불가하다. 일본은 모회사와 자회사 주주 간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다면 자회사 상장을 제한한다.  
 
한국거래소도 쪼개기 상장이 논란이 되자 주주권리 관련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25일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상장 심사에 모회사 주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살펴보는 내용을 준비해서 실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기존 주주 보호는 제외한 채 진행됐던 그간의 상장 심사에서 진일보했지만, 구체적인 지침이나 규정이 나오지 않는 이상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10일, 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인 다임러는 인적분할 후 신주 65%를 기존 다임러 주주들에게 배정하는 방식으로 다임러트럭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시켰다. (EPA=연합뉴스)
 
기업분할 후 상장은 한국만의 이슈는 아니다. 지난해 12월 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인 다임러는 트럭 부문(다임러트럭)을 인적분할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시켰다. 그해 10월에 있었던 다임러 주총에서는 다임러트럭 분할 안건은 99%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다임러 주주들이 압도적인 찬성 의견을 보인 이유는 다임러트럭 상장 과정에서 신주의 65%를 기존 다임러 주주들에게 배정했기 때문이다.  
 
핵심 사업부를 떼어 냈지만 다임러의 주가는 상승했다. 시장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결단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다임러트럭과 합친 다임러 시가총액도 종전 622억 유로에서 962억 유로(약 130조원)로 늘어났다. 총 54%의 투자 수익률이다. 쪼개기 상장으로 기존 주주들의 분노를 일으킨 우리나라와는 달리 회사와 주주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부품 부족 이슈로 완성차 업계의 주가가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성공적인 의사 결정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서 물적분할은 구조조정 일환 “주주 권익 고려해야”  

제너럴일렉트릭(GE)도 지난해 11월 ‘사업부 쪼개기’를 발표했다. 헬스케어 사업부를 2023년에, 에너지·전력 부문은 2024년에 물적분할하겠다는 것이다. 물적분할 후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유일한 목적인 한국과 다른 점은 부채를 줄이고 실적과 무너진 주가 회복을 위한 자구책 차원이라는 것이다.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다. 1998년 IMF 금융위기 당시 도산위기와 같은 긴급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 활성화 수단으로 우리나라에 도입한 물적분할의 취지에 부합하는 결정이라 볼 수 있다.  
 
[자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최남곤 연구원은 “물적분할을 통해 기업은 분리된 사업의 전문성,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외부 투자 유치, 사업 구조조정 등의 다양한 추가 옵션을 갖게 된다”며 “물적분할 그 자체로는 기존 주주에게 나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향후 분할된 3개 기업의 상장 시 한국에서 불거지는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이수환 조사관은 “한국의 대주주는 지배권 유지가 우선이라 주가 하락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의 경우 전문경영인(CEO) 체제라 주가가 내려가면 자리보전이 어려워진다”며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어 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상장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환 조사관은 “일본의 경우 원칙적으로 물적분할만을 인정하고 있지만, 분할 신주를 주주에게 현물 배당하는 방식으로 인적분할의 효과를 얻고 있다”며 “흡수분할, 신설분할의 경우 반대하는 주주에겐 주주매수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에선 소액주주의 권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라며 “국내에서 이 같은 투자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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