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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못 달리는 카카오 퀵, 정말 상생안이 제동 걸었나

퀵 서비스 진출 반년 넘었지만 뚜렷한 성과 못낸 카카오
상생안 여파 아닌 기존 사업자 갈등 제대로 봉합 못 한 탓

 
 
카카오모빌리티의 퀵 시장 공략의 성과는 가시적이지 않다.[연합뉴스]
카카오모빌리티가 퀵 시장 공략에 애를 태우고 있다. 업계에선 “서비스를 내놓은 지 반년이 지났음에도 카카오 퀵의 성과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면서 “카카오모빌리티가 퀵 서비스에 손을 떼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론 상생안을 의식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해부터 사업 확장 과정에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카카오는 그룹 이미지와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정치권에서 규제 압박까지 거세졌고, 카카오는 대응책으로 상생안을 꺼냈다. 여기엔 골목상권 침해 문제를 해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업을 상대로 한 꽃, 간식, 샐러드 배달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퀵 서비스가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꽃·간식 배달과 결이 비슷하고 중소사업자가 밀집한 시장인 만큼, 공격적으로 확장하면 상생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퀵 서비스는 플랫폼 카카오T의 확장성에 기반을 둔 사업모델이란 점을 고려하면 향후엔 퀵 시장에서 손을 떼게 될 거란 거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설명은 다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면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시장에서 도는 사업 축소나 철수를 고려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처한 환경을 살펴봐도 회사 측의 설명에 더 무게가 실린다. 당장 퀵 시장에서 물러나면 가뜩이나 물음표가 찍힌 기업공개(IPO) 행보가 더 큰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이미 상생안을 통해 카카오T의 ‘프로멤버십 요금 인하’ ‘스마트호출 폐지’를 결정하면서 수익모델이 축소된 상황이다.  
 
수년간 적자를 내왔고, 막대한 투자 유치금을 고려하면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할 비즈니스 모델이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퀵 시장은 알맞은 공략 대상이다. 국내 퀵 서비스 업계가 추산하는 시장 규모는 수조원에 이른다.  
 

상생안과 무관했던 카카오T 퀵 서비스

결국 철수설이 나돌 만큼 사업이 부진한 건 지난해 발표한 상생안과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카카오란 막대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등에 업고도 시장 공략이 더딘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카카오모빌리티는 퀵 시장에 진출하고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아직도 전화로 주문을 받을 만큼 디지털 혁신이 더딘 퀵 서비스 시장을 카카오의 기술력이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복잡한 서류 작성 없이 모바일 앱에서 5초 만에 접수 완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어필했다. 물품 크기(초소형·소형·중형)를 정하고, 출발지와 도착지를 정하면 퀵 기사가 와서 물품을 배송하는 단순한 구조였기 때문이다.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도착 예정 시간 미리 알려주기 기능을 갖췄고, 오토바이 외에도 도보나 자전거, 킥보드, 자동차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일반인까지 공급자로 유입시키는 배민커넥트식 전략이었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론 1년간 10% 할인, 퀵 기사를 타깃으론 주문 수락과 물품 픽업 시 추가비용 제공 등 다양한 프로모션 이벤트도 실시했다.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한 사업 확대에도 공을 들였다. 퀵 서비스 프로그램 업체, 중개업체 등 7곳을 인수했다. 화물자동차 운송주선사업 면허도 사들여 카카오 퀵의 운송수단을 다마스·라보 등 경상용차로 확대했다.  
 
이처럼 대대적인 공세를 벌이고도 금세 벽에 부딪혔다. 시장에 몸담은 기존 사업자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역의 퀵 서비스 사업자의 단체인 서울퀵서비스사업자협회가 동반위에 퀵 서비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요청한 게 대표적이다.  
 
이 협회는 카카오T에 올라온 오더를 기존 퀵 서비스 공유망에 등록하는 행위도 제재하기로 했다. 퀵 기사가 효율적으로 동선을 짜기 위해선 이 공유망을 활용하는 게 필수다. 이 공유망엔 수도권 대부분의 퀵 서비스 주문이 등록되기 때문이다. 퀵 기사 입장에선 카카오T 플랫폼에만 의존해서는 이 시장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게 된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퀵 시장 공략에 각종 프로모션을 동원했다.[사진 카카오모빌리티]
 
기존 퀵 사업자가 카카오모빌리티에 날을 세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생계가 걸려있는 문제라서다. 퀵 서비스는 사람만 태워 목적지까지만 가면 임무가 끝나는 택시와 견줘 상당히 복잡다단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고객→중개사→프로그램 회사→퀵 서비스 기사→목적지’로 이어진다.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니 이해관계자도 많다. 퀵 서비스의 시작단과 끝단을 자세히 살펴보자. 퀵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인 기업 담당자는 전화를 건다. 그 상대는 중개사 또는 주선사라고 불리는 퀵 서비스 회사다. 전국에 3000여 개의 중개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화를 받은 중개사는 고객의 주문 정보를 ‘플사(프로그램 회사)’의 공유망으로 넘긴다.  
 
이 공유망은 고객의 위치를 중심으로 가장 합리적으로 배송할 수 있는 기사를 배정해준다. 그제야 배정된 기사가 물품을 받고 목적지에 도착해야 임무가 완료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중 중개사와 플사의 역할을 대신해 고객과 퀵 서비스 기사를 단숨에 연결하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중개사와 플사의 입장에선 밥그릇을 고스란히 빼앗기는 셈이다. 퀵 서비스 중개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플사와 중개사의 역할을 동시에 자처하겠단 출사표가 기존 사업자를 그대로 시장에서 퇴출하겠단 선전포고처럼 들렸다”면서 “퀵 서비스 시장에 디지털 전환이 미흡한 건 사실이지만, 다짜고짜 매출에 타격을 입히는 걸 눈 뜨고 지켜볼 사업자가 얼마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기존 사업자의 견제만으로 카카오 퀵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카카오T 플랫폼에 등록된 주문만으로 퀵 기사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굳이 기존 공유망을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초기 진입 전략의 문제를 꼬집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B2B 전문 물류 스타트업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사업 초반 퀵 기사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며 자랑했는데, 이는 업계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숫자다. 퀵 기사는 어느 한 기업에 전속으로 속해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 명의 퀵 기사가 여러 중개사의 일감을 맡아 자신에게 최적화한 동선으로 움직이는 게 기본적인 구조다. 퀵 기사 입장에선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오더 속에 자신의 동선에 적합한 몇 개의 오더를 골라야 하는데, 오더 수가 많지 않은 카카오T 플랫폼에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퀵 기사 대신 충분한 수의 고객과 오더를 먼저 확보했다면, 카카오의 시장 공략 역시 지금보단 나은 양상을 보였을 것이다.”
 

“퀵 시장 초기 진입 전략의 실패”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퀵 시장이 복잡한 구조라는 걸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IT 인프라로 시장을 조금씩 혁신할 계획”이라면서 “기존 퀵 서비스 관련 이해관계자와의 소통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상황이 금세 나아질지는 미지수다.  
 
퀵 서비스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가장 큰 실책은 퀵 기사들로 하여금 카카오T 퀵을 다운로드하게 하고, 이 서비스의 불편함을 경험하게 했다는 점”이라면서 “한번 불편하다고 느낀 서비스를 다시 키게 하는 데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T가 퀵 서비스를 처음 쓰는 고객 입장에선 획기적으로 간편했을진 몰라도, 기존 퀵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기업이나 퀵 기사 입장에선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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