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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승부수' 하이닉스…10년 만에 시총 6배, 글로벌 기업 성장

[SK하이닉스, SK그룹 편입 10년] 글로벌 반도체 3위로 우뚝
지난해 현대차그룹 뛰어넘고 대기업집단 순위 2위 기록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대한상공회의소]
10년 전 적자에 허덕이던 반도체 회사가 글로벌 반도체 매출 3위 기업으로 거듭났다. 2012년 2월 14일, SK텔레콤에 인수된 SK하이닉스 얘기다. 연간 적자 2000억원을 내던 하이닉스는 인수 다음 해부터 흑자로 돌아섰고, 지난해 삼성전자와 인텔에 이어 글로벌 반도체 매출 3위 기업에 올라섰다. 
 
SK가 3조4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10년 만에 시가총액은 6배나 뛰었다. 2012년 2월 14일 16조3140원이던 시가총액은 10년 뒤 같은 날 96조 4603억원을 기록했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현대차그룹을 넘어 대기업집단 순위 2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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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역사 바꾼 '빅딜'...내수기업에서 글로벌 그룹으로 변신 성공  

하이닉스 인수는 SK그룹의 역사를 바꾼 빅딜로 꼽힌다. 수익 대부분을 수출에서 거두는 SK하이닉스가 편입되면서 SK그룹은 내수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체질개선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통신)·SK이노베이션(석유화학)과 함께 SK의 3대 주력사로서 그룹의 실적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기준 SK하이닉스는 그룹 매출의 28%를 책임지는 핵심동력으로 거듭났다.
 
SK하이닉스는 SK에 인수된 뒤 빠르게 성장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면 SK하이닉스의 성장세를 실감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매출 10조1600억원에 영업손실 2273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3년 매출 14조 1600억원, 영업이익 3조3700억원으로 흑자전환했고, 지난해 매출 42조9978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연간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반도체 시장이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을 뛰어넘는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12조4103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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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인수는 최태원 SK회장의 ‘뚝심’ 있는 도전의 성과로 꼽힌다. 10년 전 SK그룹 내부에서 인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SK는 반도체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했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였다. 또한 당시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았고, 하이닉스반도체 성장 가능성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2008년부터 적자에 시달렸던 하이닉스반도체의 재무상황 때문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데, SK 안팎에서 부담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최 회장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당시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이 앞장서 인수를 강행했다. 최 회장은 내수에 치중된 SK그룹의 체질을 글로벌 그룹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지가 컸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 "SK그룹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고 도전을 할 때라고 생각했다"며 "(그룹 내에) 반도체 산업에 대해 아는 이가 적었고, 과거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많은 기업이 도산하면서 하이닉스 인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포브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이어 "하이닉스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2011년 들어 반도체 시장의 경쟁자가 줄었고 하이닉스의 기술력은 여전히 좋아 인수를 결정했다"고 인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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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이후에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갔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는 약 53조원을 SK하이닉스에 투자했다. 2015년과 2018년, 2021년 각 3년마다 M14·M15·M16 공장을 신규 준공했고 2017년 도시바 메모리(현 키옥시아)에 투자하면서 낸드플래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총 13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해 인텔 낸드사업부와 키파운드리를 품으며 D램에 치중됐던 매출을 낸드플래시와 파운드리사업으로 확대했다. 
 
반도체 사업 수직계열화에도 나섰다. 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 이후 반도체 소재 사업을 확대하며 반도체 사업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SK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하면서 반도체 핵심 소재를 내재화하고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했다. 두 기업을 인수하는 데 투자한 금액만 1조1000억원이다.
 
매년 조 단위의 연구·개발(R&D)을 통해 삼성전자 등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따라잡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인 DDR5, HBM3 등을 개발하며 기술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SK 'ICT연합'으로 시너지 극대화…글로벌 경쟁력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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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SK의 ‘ICT 연합’을 통해 인공지능(AI), 메타버스, 첨단 반도체 기업 인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매출 42조 9978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SK하이닉스는 올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 규모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매입과 글로벌 인프라 투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 SK하이닉스는 올해 ‘인사이드 아메리카’를 사업 전략으로 세우고 그룹 차원에서 미주 조직을 신설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내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 착공 역시 준비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파운드리 역량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키파운드리를 인수하며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올해 반도체 시장이 개선되면 SK하이닉스 매출이 5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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