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핵 위협 꺼낸 푸틴, 루블화 30% 가까이 폭락
푸틴 “핵 부대에 전투임무 돌입 준비 지시”
미국 위성업체는 군용차량 5㎞ 행렬 포착
백악관 대변인, 러시아 추가 제재 가능성 언급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핵 위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직면하자, 핵무기를 관장하는 부대에 임무 돌입 준비를 명령한 것이다.
28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수도 키예프와 제2도시 하리코프 등 주요 도시에서 진입을 위한 공세에 나섰으나 예상보다 강한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으로 진격이 지체되고 있다.
수도 키예프를 향하던 러시아군은 이틀째 도심에서 30㎞ 떨어진 곳에 머물고 있으며,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고문은 수도 키예프 북서쪽에서 진입을 시도하던 러시아군이 일시 퇴각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향한 핵 위협에 나섰다. AP·AFP·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TV 연설에서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핵 억지력 부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용하는 러시아 전략로켓군 등 핵무기를 관장하는 부대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서방 국가들이 경제 분야에서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인 행동을 할 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고위 관리들까지 러시아에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대규모의 러시아 지상군도 키예프로 이동 중이다. 미국 위성업체 맥사(Maxar)가 27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에는 이날 탱크를 비롯한 군용차량 수백대가 5㎞ 행렬을 이룬 지상군이 키예프를 향해 이동하는 장면이 담겼다.
러시아 지상군의 행렬은 병력과 군수물자를 실은 탱크, 장갑차, 자주포, 기계화 전투 차량, 유조차 등으로 이뤄져 있었으며, 촬영 당시 지상군은 키예프 북쪽 64㎞ 거리까지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푸틴 핵 위협 비판하며 러시아 추가 제재 시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한 핵 위협에 미국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더 강한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에 출연해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운용부대의 태세 강화 지시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긴장 고조와 위협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우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미치는 영향과 결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미국 국민과 세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며 “에너지 제재는 확실히 테이블에 있다”고 밝혀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에너지 분야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지시를 두고 “위험한 언사이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AP통신은 핵무기의 발사 준비 태세를 강화하라는 이 같은 지시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현 위기가 의도된 것이든 실수든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공포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가 핵 위협 카드를 꺼내들자 러시아의 화폐 가치는 30% 가까이 폭락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역외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루블화 환율은 장중 117.817루블을 기록해 전 거래일 종가 대비 약 28% 하락했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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