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큰 별 지다] 넥슨 창업주 김정주, 그는 어떤 인물인가?
‘바람의나라’로 시작한 넥슨, 아시아 대표하는 게임사로 키워 내
인수합병(M&A)의 귀재…던전앤파이터 등 수많은 인기 IP 확보
한국 게임계의 거목이었던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향년 54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김 창업자는 국내 게임산업을 한단계 도약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적극적인 글로벌 진출을 통해 넥슨을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게임회사로 성장시키며 K게임 전성기를 이끌었다.
김 창업자는 국내 게임 산업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김 창업자가 대학원 재학 시절, 삼성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김 창업자는 삼성맨이 되기를 거부했다. 자신의 회고록 [플레이]에서 “삼성 7‧4제(7시 출근 4시 퇴근)가 마음에 들지 않아 창업을 택했다”고 밝혔다.
1991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김 창업자는 1993년 카이스트 전산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1994년 천재 프로그래머로 유명했던 송재경 현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넥슨을 공동창업했다. 이후 그들은 넥슨 첫 게임으로 세계 최초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를 선보였다. 바람의나라는 지금도 서비스되고 있는 장수게임으로 해당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게임 ‘바람의나라:연’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김 창업자에겐 ‘은둔의 경영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평소 외부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넥슨 내부에서도 김 창업자를 직접 본 직원들이 많지 않다. 김 창업자는 경영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지주회사인 NXC를 통해 넥슨의 전체적인 방향을 설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수합병(M&A)의 귀재로 꼽힌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 현재 넥슨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게임 대부분을 M&A를 통해 인수했다. 지난 2008년 인수한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의 경우, 인수 당시 3852억원이라는 거금 탓에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던파는 중국에서 국민게임으로 떠오르며 넥슨의 대표적인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김 창업자는 그동안 디즈니를 롤모델로 삼아 왔다. 그는 넥슨의 창업 과정을 다룬 ‘플레이’를 통해 “디즈니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좋은 회사로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고 밝혔다. 또 “디즈니는 아이들을 쥐어짜지 않으며, 아이들과 부모들이 한참 줄 서서 디즈니의 콘텐트를 즐기는 모습이 부럽다”고 말했다. 반면 넥슨을 두고서는 “우리 콘텐트는 재미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불량식품 같은 맛”이라고 자평했다.
한국판 디즈니를 꿈꾸던 김 창업자는 2016년 ‘진경준 게이트’에 연루되며 큰 곤혹을 치르게 된다. 진경준 게이트는 진경준 전 검사장이 지난 2005년 김 창업자로부터 사들인 넥슨 주식 1만주(4억2500만원)를 2015년에 되팔아 12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이 드러나면서 도마 위에 오른 사건이다.
김 창업자는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 매입 대금 4억여 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돌려받지 않아 사실상 무상으로 주식을 제공하는 등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김 창업자는 2018년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무죄가 확정됐다.
그는 2018년 5월 1000억원대 기부 계획과 함께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세습하지 않겠다고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한편 김 창업자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과 관련해 NXC는 “김정주 NXC 이사가 지난달 말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다”며 “유가족 모두 황망한 상황이라 자세히 설명드리지 못함을 양해 부탁드린다. 다만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악화한 것으로 보여 안타까울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사내 공지를 통해 ‘김정주 사장님을 기억하며’라는 애도의 글을 게재했다. 이 대표는 “이 사회에서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도 그분의 생각이었다”며 “하지만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여정에 이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고 말했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윤 대통령 “백종원 같은 민간 상권기획자 1000명 육성할 것”
2삼성전자, 반도체 위기론 커지더니…핫 하다는 ETF 시장서도 외면
3롯데 뒤흔든 ‘위기설 지라시’…작성·유포자 잡힐까
4박서진, 병역 면제 논란…우울·수면 장애에 가정사까지?
5홍준표 "기업 살아야 한국이 산다...투자하는 기업엔 얼마든지 특혜를 줘도 상관 없어"
6미국투자이민 새 기준 국민이주㈜, VIP 미국영주권 세미나 개최…예비 신청자 기대감 모아
7컴투스 ‘스타시드’, 출시 하루만에 태국 구글 인기 게임 1위
8지씨셀 떠난 제임스 박 대표...롯데바이오로직스로
9S&P "내년 한국 기업 신용도 둔화 가능성 높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