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컬리 제친 정육각…대상그룹 ‘초록마을’ 새 주인 된다
대상 “우선협상대상자로 정육각 선정” 공시
인수가 1000억원 안팎…기존 투자자 대상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
인공지능 기반 수요예측 시스템과 시너지 기대
‘초신선’ 식품 유통을 앞세워 성장해온 스타트업 정육각이 대상그룹 산하에 있는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 ‘초록마을’을 인수한다. 정육각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이마트·컬리를 제치고 오프라인 사업 진출 기회를 얻게 됐다.
2일 대상그룹 지주사인 대상홀딩스는 “초록마을 지분 매각과 관련해 정육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양사는 인수가격 등 세부 조건은 조율을 거쳐 이달 중순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당초 시장에선 초록마을 적장 매각가격으로 1000억원 안팎을 예상했다.
이날 발표 전까지만 해도 업계에선 정육각의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1991년생 김재연 대표가 2016년 설립한 신생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까지 투자받은 누적 금액은 약 700억원이었다.
반면 컬리와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인수 여력이 충분했다. 특히 컬리는 지난해 12월 2500억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에 성공하면서 실탄을 마련했다. 컬리가 초록마을을 인수하면 오프라인 물류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는 장점도 분명했다. 경쟁업체인 오아시스는 수도권에 50여 개 직영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다. 초록마을을 전국에 4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정육각은 예상을 깨고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꿰찼다. 투자업계에선 정육각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대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캡스톤파트너스·프리미어파트너스·스톤브릿지벤처스 등 기존 투자사를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연 정육각 대표는 “자금 조달방안은 현재 논의 중”이라며 “내부 구성원 및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정육각과 초록마을 양사 모두 이번 인수로 성장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육각은 빅데이터·인공지능을 활용해 도축한 고기를 소비자가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일주일 이상에서 나흘 안쪽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수요를 미리 예측해 당일 물량을 주문하는 식이다. 이런 기술과 초록마을의 유통망을 합치면 퀵커머스(즉시 배송) 사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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