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편의점 오픈런’ 해보니…5분 만에 품절된 ‘포켓몬빵’ [체험기]
저녁 10시~12시반 사이에 물건 들어오는 편의점
점포당 빵 최대 5개 입고, 발주제한 때문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서 인기…10만원 넘기도
“죄송해요, 제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가져갈게요”
눈앞에서 ‘돌아온 로켓단 초코롤’을 놓쳤다. 포켓몬빵을 찾기 위해 전화를 돌렸던 편의점 10여곳 중 한 지점의 직원이 ‘밤 10시쯤 가게에 들러보라’는 말에 바로 달려갔던 곳이었다. 10시 되기 5분 전 미리 도착해 후다닥 가게로 뛰어 들어갔지만 이미 한 커플이 가게 안에서 물건을 기다리고 있었다. 빵이 여러 개 들어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물류 박스를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점포에 들어온 포켓몬빵은 단 한 개뿐이었다.
지난달 24일 재출시 된 포켓몬빵이 일주일 만에 판매량 150만개를 돌파하는 등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16년 전 처음 출시됐을 당시 인기였던 ‘띠부띠부씰 모으기’가 다시 유행으로 돌아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의 향수를 건드리고 있다. 현재 편의점뿐 아니라 대형마트, 온라인 몰에서도 품절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편의점 앞에서 배송 차량을 기다리는 ‘오픈런’을 시도하는 소비자들도 나오고 있다.
포켓몬빵 오픈런은 밤 10시에 시작된다. 샤넬과 롤렉스 등 명품은 백화점 개점 시간인 오전 10시 반에 맞춰 전날 밤부터 줄을 서지만 편의점 중 오후 10시~오전 12시 사이에 물류가 들어오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폭발적인 인기에 ‘없어서 못 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포켓몬빵을 찾기 위해 이틀간 직접 오픈런을 시도해봤다.
“밤 10시쯤 들어오니 그때”…늦은 밤, 트럭 기다리는 손님들
오후 9시 55분, 물류차 한 대가 편의점 앞에 멈춰 섰다. 트럭에서 내려 물건을 가게 내부로 옮기고 있는 아저씨 뒤로 세 명이 줄을 섰다. 30분 전부터 계산대 앞에 미리 와 있던 손님의 존재를 모른 채 모두 포켓몬빵을 살 수 있단 희망에 눈이 반짝였다.
첫 오픈런에 실패하고 가게를 나오던 중 트럭에 시동을 걸고 있는 아저씨를 발견했다. 재빨리 차에 올라타 트럭을 쫓아갔다. 차는 약 400m 떨어진 점포 앞에 멈춰섰다. 곧바로 가게로 뛰어 들어가 이번엔 계산대로 직행했다. 작은 평수의 가게여서 그랬는지 다행히 줄 서 있는 손님이 없었다. 새로 들어온 물류 박스에는 포켓몬빵 세 개가 들어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시도 만에 빵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여러 편의점에 전화를 해본 결과 일부 편의점들의 물류차는 오후 10시 또는 오후 11시~오전 12시 30분 사이에 들어온다. 편의점마다 배송 시간이 다르지만 이 두 타임이 가장 많았다. 다음날 같은 지점에 동일한 시간에 방문해보니 물류차가 5분 뒤쯤 도착했다. 전날과 같은 방법으로 세 지점에서 포켓몬빵 6개를 구매했다.
체험 결과 점포당 포켓몬빵은 매일 밤 적게는 한 개, 많게는 4~5개씩 들어온다. 전날 빵이 들어왔던 곳이여도 다음 날 방문했을 때 아예 들어오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편의점 직원들은 “하루에 들어오는 물량이 워낙 소량이다 보니 발견하면 한 명이 모두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빵을 구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미리 예약을 걸어두는 손님도 많아 가게에 1등으로 도착해도 빵을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포켓몬빵 인기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주요 편의점 점포들은 빵 한 개당 발주 수량을 1개로 제한했다. 이마트24는 4일 자정부터, CU는 5일 자정부터 ‘1종에 1개씩’ 발주를 제한했다. 4일부터 발주가 시작된 GS25도 발주 수량을 2개로 제한했다. 체험 결과 발주 제한은 실제로 적용되고 있었다.
중고시장서 최대 4만원에 거래…품귀현상에 빵 훼손 사례도
이틀간 총 11개의 포켓몬빵을 구매해 빵에 들어있는 띠부띠부씰을 하나씩 확인해봤다. 포켓몬빵은 출시 당시 모습 그대로지만 과거 151개였던 띠부띠부씰이 159개로 늘었고, 당시 500원이였던 제품 가격이 1500원으로 올랐다. 스티커 개수가 늘어난 만큼 과거에 띠부띠부씰 모음집을 완성했던 소비자들도 새로 나온 8종의 씰을 찾기 위해 구매에 나서고 있다. 빵 자체도 인기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스티커 모으기에 혈안이 되어있기 때문에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띠부띠부씰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당근마켓 등에서 씰들은 등급별로 가격이 상이하게 매겨져 있다. 포켓몬의 희소성, 진화 가능 여부, 개봉 여부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올라와 있다. 예를 들어 파이리·피카츄·꼬부기·뮤 등 포켓몬의 대표 캐릭터씰은 개봉 여부에 따라 최대 1만~4만원에 거래되고,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캐릭터들은 1000~50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과거에 완성해 놓은 띠부띠부씰 모음집을 10만원 넘는 가격에 판매하는 글도 간혹 찾아볼 수 있다.
유통업계는 포켓몬빵 열풍이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선 인기가 금방 시들해질 것이란 시각도 내놓고 있다. 한 소비자는 “지난달 빵이 재출시 된 직후엔 당근마켓에 띠부띠부씰이나 빵 판매글을 올려놓으면 몇 초 만에 구매 문의 채팅이 오고 비싼 가격에도 잘 판매됐었다”며 “근데 요즘에는 모을 사람들은 이미 웬만큼 다 모았기 때문에 스티커와 빵이 생각보다 잘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빵을 구하기가 워낙 어려워 소비자들이 점주에게 욕을 하거나, 스티커를 고르느라 빵을 훼손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새벽에 편의점에 전화해 빵이 들어오는지 묻고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면 욕을 하고, 하루에 수십 통씩 문의 전화가 와 업무에 지장을 준다는 직원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켓몬빵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의 향수를 건드리고 있어 상상 이상의 인기를 끌고 있다”며 “‘띠부띠부씰 모으기’에 빠져 구매에 집착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당분간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3월의 월급’ 받고 경품 챙겨볼까…은행권 연말정산 이벤트 속속
2넷플릭스 품은 네이버,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3서울시, 지역주택조합 112곳 전수조사…524건 적발
4‘똑똑한 직장인’은 연말정산 이렇게 한다던데
5대한통운과 손잡은 네이버...쿠팡 '로켓배송' 따라잡을까
6네이버 ‘빠른정산’ vs 쿠팡 ‘초강력 물류망’…소상공인들 선택은
7“그래도 쿠팡” vs “네이버로 갈아타자”…이커머스 전쟁 승자는
8尹 조사 앞둔 공수처, 수사 준비 속도…성탄절 출석 응할까
9日 자녀없는 고령남성 2050년 2배 증가…고독사 우려 커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