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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비주의 애플, 한국 스타트업과 손잡았다

한국 스타트업 ‘닷(Dot)’, 애플과 2년 공동 개발
시각장애인용 촉각 패드, 애플 운영체제와 연동
아이폰·아이패드 화면을 패드 위에 실시간 구현

 
 
애플과 한국 스타트업 '닷(Dot)'이 아이폰·아이패드 화면을 촉각 패드에서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사진 닷]
애플이 한국 스타트업과 함께 아이폰·아이패드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애플이 한국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 함께 한 한국 스타트업은 시각장애인용 기기를 개발해온 소셜벤처 닷(대표 김주윤·성기광)이다. 두 회사는 촉각 디스플레이 ‘닷 패드’로 아이폰과 아이패드 화면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촉각 디스플레이는 점자만 표현할 수 있었던 기존 기기와 다르게 사진이나 그래프까지 표현 가능하다.
 
시각장애인에게 두 회사의 협업이 갖는 의미는 크다. 아이폰·아이패드 화면을 닷 패드에서 손끝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아이폰·아이패드 운영체제인 iOS·iPadOS 15.2 버전에서부터 ‘보이스오버(Voiceover)’ 기능을 통해 닷 패드를 쓸 수 있다. 보이스오버는 사용자가 화면 속 글자나 그림을 클릭하면 그 내용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이다. 애플은 지난해 12월 이런 기능이 담긴 15.2 버전을 업데이트했다.  
 
두 회사는 촉각 앱 개발 가이드라인(API)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앱 개발사는 이 가이드라인을 따라 앱을 개발하면 시각장애인이 촉각으로 콘텐트를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동안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앱을 내놓고 싶어도 통일된 가이드라인이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 통일된 기준이 생긴 만큼 시각장애인이 즐길 만한 콘텐트의 수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애플은 점자가 아닌 방식으로 시각장애인이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지난해에는 음의 높낮이로 그래프를 표현하는 ‘오디오 그래프’ 기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음성만으로는 시각장애인이 그래픽의 형태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닷은 수백 개의 핀(애플과 협업한 제품은 2400개)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이미지·그래픽 모양을 만들어내는 패드를 개발했다. 하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1초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면서도 패드 크기는 점자 단말기보다 작았다. 부품부터 닷에서 직접 설계하고 만든 결과다.
 
닷 관계자는 “닷 패드를 본 애플 관계자가 애플에 있는 모든 콘텐트를 시각장애인도 볼 수 있게 해보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애플이 한국의 스타트업과 처음으로 손을 잡는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닷 패드만 있으면 아이폰·아이패드와 바로 연동해 쓸 수 있다. 다만 공급 계약이 밀려 있는데다 반도체 공급난 여파로 일반 사용자가 닷 패드를 구입해 쓸 수 있는 시점은 올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의 협업도 더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는 아이폰·아이패드에 있는 이미지 하나를 닷 패드에 구현하는 정도라면, 앞으론 화면 전체를 패드에 구현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닷 관계자는 “다음해 중으로 전체 화면을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업그레이드 버전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본사를 오기며 협업을 주도해온 김주윤·성기광 닷 대표는 “그동안 시각장애인은 이미지 설명을 듣고 상상해야 했다”며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만져볼 수 있으면 더 많은 디지털 정보를 직관적으로 얻고, 창작 활동에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닷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협업 요청을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교육부는 2022년부터 4년간 미국 내 모든 시각장애인 학교에 디지털 촉각 디바이스를 공급하는 프로젝트에 닷을 독점 공급자로 선정한 바 있다. 교과서는 물론, 전자칠판에 판서한 도형·표·그래프도 곧바로 닷 패드로 불 수 있기 때문이다. 닷은 향후 4년간 최소 300억원의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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