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월이 되면 사람들은 다양한 정책 정보를 마주한다. ▲세금 공제 ▲지역 지원금 ▲보험료 반환 ▲사회보장제도 등 올해 달라지는 제도 목록이 SNS 카드뉴스와 검색 콘텐츠를 가득 채운다. 그러나 정보 생산량이 높아진 것 대비 실제 정책 참여 증가 비율은 정체돼 있다.대중들의 정책 참여를 막는 큰 요인 중 하나는 정보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원활치 않기 때문이다. 문서를 여러 차례 읽어보더라도 소득·가구·부양·거주 형태 등 조건들이 엮여 있어, 본인이 이 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지 스스로 판단하기가 어렵다. 또한 많은 시간을 들여 정보를 확인하고 정책 참여를 시도했다가 조건 미비로 실패하는 경험이 쌓이게 되면 자연스레 참여 의지가 약해지기 마련이다. 현대의 개인은 빠르게 변한다. 정규직과 프리랜서, 결혼·이사·부채 상환 등 여러 요인들에 의해 생활 구조가 계속 달라진다. 똑같은 자영업자라 하더라도 매출 구조·업종별 규제·임대 계약 조건의 차이가 있고 주거 환경이나 부양 여부가 1년 사이 바뀌기도 한다. 결국 동일한 집단에 속해도 개인의 상황에 따라 정책 적용 여부는 크게 갈린다. 이 때, 개개인의 세부 조건을 반영해 정밀하게 계산하고 정책의 수혜가 대중에게 온전히 닿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로 거브테크(GovTech)다. 거브테크는 정부(Government)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기술·데이터·혁신 생태계와 협업하여 효율적이고 투명한 공공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최신 정부 혁신 패러다임이다. 거브테크를 구성하는 핵심 기술 인프라거브테크는 크게 네 가지 기술 축으로 움직이고 있다. 첫번째는 인공지능(AI/ML) 기반 기술이다. ▲방대한 정책 문서를 자동 요약하는 기술 ▲반복 질의에 대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응답 시스템 ▲복지 및 정책을 정밀 매칭하는 기능 ▲이상거래를 감지해 부정수급을 방지하는 탐지 기술 ▲예산
집행·도시 혼잡·재난 상황 등을 사전에 분석하는 예측 행정 기술이 포함된다. 두번째는 클라우드 및 공공데이터 인프라(Cloud & Data Infrastructure)다. ▲정부 데이터센터의 클라우드 이전 ▲공공데이터를 API 형태로 개방하는 구조 ▲개인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는 MyData 기반 플랫폼 등이 해당된다. 세번째 기술은 사이버보안 및 디지털 신원(Security & Digital Identity)이다. ▲제로트러스트 기반의 정부망 보안 체계 ▲블록체인 기반 전자문서·전자서명 기술 ▲디지털 신원(Digital ID·DID)을 도입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으며 ▲국내 행정전자서명이 대표적인 사례다.마지막은 데이터 거버넌스 및 상호운용성(Data Governance & Interoperability)다. 해당 분야에는 ▲기관 간 데이터를 연계하기 위한 표준 프레임워크 ▲메타데이터·품질관리 체계 ▲정책 결정을 지원하는 데이터 레이크 등이 있다.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거브테크 산업과 한국 시장 환경글로벌 거브테크 산업은 대규모 자본을 기반으로 급성장 중이다. 기업가치 10억 달러(한화 약 1조 4769억원)를 기준으로 하는 유니콘 기업만 보더라도 그 흐름은 명확하다. 미국의 정부용 데이터 분석 및 인공지능 플랫폼 ‘팔란티어’는 최근 기업가치가 약 4240억 달러(한화 약 626조 2056억원)에 달했으며, 공공기관 인사·컴플라이언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네오고브’는 약 30억 달러(한화 약 4조 4307억원, 국방·정부기술 플랫폼을 구축하는 ‘안두릴’은 약 305억 달러(한화 약 45조 454억원)로 추정된다. 공공 행정의 디지털 전환이 거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하나의 산업 분야로 형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거브테크는 아직 시작 단계이긴 하지만, 발전을 위한 기본 조건을 이미 상당 부분 확보한 상태다. 모바일 본인인증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전자문서 처리와 디지털 행정 경험에 대한 국민 수용성도 높다. 여기에 ▲금융 서비스 ▲각종 보조금 신청 ▲연말정산 등 누적된 온라인 기반 행정 경험은 거브테크 서비스를 실생활에 안착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공공 조달·행정 부문이 경제 규모 대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5년 기준 미국의 GDP는 30.34조 달러로 한국(GDP 1.95조 달러, 약 2780조 원) 대비 약 16배 규모지만, 같은 해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은 약 7000억 달러(약 980조 원)로 한국(약 1600억 달러, 약 225조 원) 대비 약 4배 수준이다. 이는 한국의 거브테크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잘 마련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책 수요와 행정 구조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 행정 고도화를 위한 대규모 구조 개편을 진행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2026년 예산 6조6665억원 중 AI 민주정부 및 정보화 분야에 8649억원을 편성하고, 기존 디지털정부혁신실을 ‘인공지능정부실’로 개편했다. 조직을 정책국·서비스국·기반국으로 재편한 것은 AI 기반 행정을 단일 사업이 아니라 국가 행정의 기본 인프라로 삼겠다는 방향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정부는 그동안 민간 기술 생태계와의 협업을 통해 실제 행정 적용 가능성을 검증해왔다. 그중 하나는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2023~2024년 운영한 ‘국민체감 선도프로젝트’다. 개인·기업 대상 6개 과제를 선정해 민간 기업과 공동 개발한 사례로, 청년 정책 맞춤형 추천, 마음건강 데이터 분석 기반 서비스, AI 기반 공공입찰 추천 모델 등이 시범 구현돼 공공 데이터가 민간 기술과 결합해 국민 체감형 서비스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당시 웰로도 개인·기업 대상 과제의 주관·참여기업으로서 정책 추천 및 입찰 정보 분석 기술을 실증한 바 있다.
정책을 실제 경험으로 연결하는 웰로의 혁신 기술정책 데이터는 그 규모가 방대할 뿐만 아니라 기관별 형식도 상이해 공공기관의 단독 처리·표준화·활용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정책 정보를 개인·기업·기관 단위에서 실제 활용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려면 웰로와 같은 전문 거브테크 기업들의 협업 지원이 필수다. 이런 상황속에서 웰로는 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되는 정책 정보를 수집·정제하고 한글 문서·웹 콘텐츠 등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자연어 처리 기반으로 구조화해 사용자에게 맞춤 제공한다. 가족 구성·거주 지역·소득 등의 개인별 메타데이터를 반영해 정책 대상자와 혜택을 정밀하게 연결함으로써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책을 자동 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편의성 덕분에 웰로는 2025년 누적 이용자 수 523만명을 달성했다.스타트업 기업 ‘코딧’은 경우 공공이 필요로 하는 정책 정보를 자동으로 리포팅 해주는 AI 에이전트를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선 정책 모니터링 플랫폼’, ‘APEC 2025 정책 모니터링 플랫폼’ 등을 연달아 출시해 관심을 끌었다. 해외에서는 ‘유나 솔루션즈’가 유명하다. 유나 솔루션즈는 공공부문의 핵심 행정 기능 및 재무 운영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솔루션 기업이다. 북미 전역의 3400개 이상 공공기관이 효율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위해 유나 솔루션즈와 협업중이다. ‘플럭스’도 주목할만 하다. 플럭스는 보조금 관리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서비스 출시 2년 만에 7000여개의 비영리 단체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등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미국의 기술지원기관협회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독립 재단의 34%, 가족 재단의 26%가 플럭스의 기술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지속 가능한 거브테크 산업을 위한 과제국내 거브테크 산업이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술 기업이 행정 영역에서 실효성 있는 시도를 이어가도록 신규 모델을 실증하고 확장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 또한 디지털 행정의 국제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초기 설계 단계부터 호환성과 확장성을 고려한 접근도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최근 산업 내 AI 활용이 확산되면서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특히, 공공 영역의 경우 보안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되고, 어떠한 책임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많은 거브테크 기업들은 장기적인 안정성과 신뢰 확보를 위해 투명한 AI 운영 체계를 만드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거브테크의 핵심은 정책을 단순한 정보로 전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개인과 기업의 실제 삶 속에서 체감 가능한 경험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정책 참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반복적인 실패 경험을 줄이고, 이용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가 마련될 때 비로소 행정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시민들은 더 이상 정책을 ‘찾아야 하는 정보’로 인식하지 않는다.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먼저 다가오는 서비스, 선택의 부담을 줄여주는 경험을 기대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정책이 제도에 머무르지 않고 경험으로 완성되는 순간, 거브테크는 선택지가 아닌 행정의 기본 전제가 될 것이다.
필자는 2021년 AI 기반 개인 맞춤형 정책 추천 플랫폼 ‘웰로’를 창업한 이후, 기업용 공공사업 관리 SaaS ‘웰로비즈’, 기관용 정책관리 솔루션 ‘웰로링크’를 출시하며 거브테크 전 분야로 확장해왔다. 개인 사용자 523만명, 가입 기업 7000개사를 돌파했으며, 2025년 세계 AI 학회 AAAI에서 대한민국 거브테크 분야 최초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을 수상했다. 현재 국무총리실 공공데이터 전략위원회, 행정안전부 정책자문위원회 공공AX분과 의원으로 정책 자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