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곳 상장 중도 포기…하반기 IPO 출격할 기업은
국내 증시 부진에 올해 상장 철회 기업만 3곳
마켓컬리·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 일정 연기
SSG·쏘카·현대오일뱅크 등 대어급 상장은 남아
올해 기업공개(IPO) 계획을 접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내 증시가 침체되면서 수요 예측 흥행에 실패해서다.
지난해 IPO 시장이 호황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역대급 공모주였던 LG에너지솔루션의 열기 이후 좀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IPO 기업 수는 총 134개로 최근 5년 중 최고치였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선 전년보다 2배 수준 증가했다. 수익률도 좋았다. 지난해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은 54.9%로 전년(53.3%)을 넘어서며 최고치를 찍었다.
얼어붙은 IPO…올해 상장 포기 3곳, 예비심사 포기 4곳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본격적인 상장 절차를 밟던 기업 중 상장을 중도 포기한 기업은 세 군데에 달한다.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포기를 결정한 기업은 네 군데다.
지난 16일 약물 설계 전문업체 보로노이는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보로노이는 ‘시장평가 우수기업 특례(유니콘 특례) 1호’로 기대감을 모았던 회사다.
당초 보로노이는 오는 30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14~15일 양일간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가 대상 공모 물량을 채우는데 실패했다. 기관 배정 물량은 전체 공모 주식의 75%인 150만주였다.
보로노이가 제시한 한 주당 희망 공모가는 5만~6만5000원이었다.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서 흥행에 실패하자 철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보로노이는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기업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철회 이유를 밝혔다. 당초 예상했던 금액만큼 기관투자자들이 몰리지 않은 셈이다.
이밖에 올해 상장 대어로 불리던 현대엔지니어링(1월 28일), 신재생에너지 솔루션 기업 대명에너지(2월 28일)도 줄줄이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보로노이와 같은 수요 예측 결과 부진에 따른 결과다. 아예 상장 예비심사 단계에서 청구를 철회한 기업도 있다. 한국의약연구소, 파인메딕스, 미코세라믹스, 퓨처메디신 등이다.
공모 청약을 마친 기업들의 청약 경쟁률도 부진했다. 바이오에프디엔씨 경쟁률은 4.7:1, 공구우먼 7.5:1, 노을 8.7:1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IPO 시장 침체의 원인으로는 국내 증시 부진이 크다. 지난해 과열됐던 IPO 열기가 자연스럽게 식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FOMC의 금리 인상 등 변동성이 증시에 큰 영향을 줬다.
올해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했던 대어급 IPO들의 상장 일정도 밀리는 모습이다. 당초 마켓컬리는 지난해 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올해 상반기 상장이 목표였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에서 김슬아 대표의 낮은 지분율을 지적하면서 차질이 생겼다. 마켓컬리는 이달 말 상장예비심사 청구에 돌입해 이르면 올해 3분기 상장할 전망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상장 시기를 6월 이후로 연기했다. 상반기 중 상장하려던 계획이었으나 상장예비심사청구를 오는 4월 이후로 미뤘다. SSG닷컴은 상장 시기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본격적인 IPO에 돌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시장 분위기를 충분히 살핀 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장에 속도를 내는 기업들도 있다. 쏘카는 지난달 1월 5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롯데렌탈이 지난 7일 쏘카 지분 13.9%를 1832억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하면서 주주 구성이 탄탄해졌다.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 맡았다.
해당 기업들의 IPO가 제대로 이뤄질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 부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역시 공모주 ‘옥석 가리기’가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 “금리 인상, 규제 등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단순 기대심리보다 IPO 기업 가치 평가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지난해 대규모 자금 유입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렸던 IPO 시장인 만큼 시장의 긴축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보수적인 접근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홍다원 기자 hong.da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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