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엔비디아가 놓친 ARM 인수 나선다
박정호 부회장 “전략적 투자자와 컨소시엄으로 인수 방안 검토”
그래픽 반도체 1인자 엔비디아, 규제 당국 불승인으로 인수 불발
비메모리 사업 강화 차원…“반드시 최대 지분 확보 목표 아냐”
SK하이닉스가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ARM’ 인수에 나설 뜻을 밝혔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30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직후 ‘ARM 인수’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ARM은 한 회사가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ARM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이자 영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ARM이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반도체 첨단 공정으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만들려면 ARM으로부터 고가의 반도체 설계자산(IP)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퀄컴·삼성전자·애플 등을 고객사로 뒀으며, 전 세계 모바일 반도체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앞선 지난 2020년 9월 그래픽 반도체(GPU) 시장의 1인자인 엔비디아는 ARM을 400억 달러(약 50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퀄컴·MS·구글 등 미국의 주요 IT업체들의 반대와 인수 최종확정을 위해 필요한 각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인수가 불발됐다. 이에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현재 ARM의 미국 나스닥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ARM 인수 검토는 아직은 초기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함께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ARM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국내 파운드리 기업 ‘키파운드리’를 인수하기로 하고, 규제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모회사인 SK스퀘어 대표이사이기도 한 박 부회장은 지난 28일 SK스퀘어 주총에서도 ARM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ARM 인수 계획에 대한 주주들의 질의에 “ARM도 사고는 싶다. 꼭 최대 지분을 사서 컨트롤하는 걸 목표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출범 10주년을 맞은 SK하이닉스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성장했다”며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빠르고 변화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일류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의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사업을 점진적으로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낸드 사업 성장을 위해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 1단계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을 출범시켰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곽노정·노종원 사장 사내이사 신규 선임, 하영구 사외이사 재선임 등의 안건이 의결됐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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