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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가능성에 엔비디아의 거리두기? 내우외환 빠진 삼성전자

노조, 오는 6일까지 순회 투쟁…파업으로 가는 징검다리?
엔비디아 일감 놓쳐…경계현 “수율 문제, 점진적 개선으로 안정화”
인텔, 파운드리 폭풍 투자 발표…‘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흔들?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연합뉴스]
 
부동의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고난의 봄을 맞고 있다. 196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초대형 글로벌 고객사이자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가 올해 제품 수주를 대만의 TSMC에 맡긴 것으로 전해진 탓이다. 내우외환에 빠진 삼성전자에 어느 하나 쉬운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6일까지 순회 투쟁…조합원 투표 통해 파업 가나  

삼성전자의 첫 파업 가능성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달 30일부터 전국 삼성전자 사업장 순회 홍보 투쟁에 나서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까지 노조를 만나 대화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2021년 임금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15회에 걸친 임금교섭에도 합의를 이르지 못했고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까지 사안을 끌고 갔으나 소득은 없었다. 노조 측은 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투표를 통해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을 받아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다.  
 
지난 2월,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이 서울 서초동 사옥 앞에서 중노위 조정중지 결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6일까지 이어지는 순회 홍보 투쟁은 조합원 투표로 가는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쟁의 행위에 들어가기 위한 필수 요건인 조합원 투표를 앞두고 내부 구성원 설득에 나선 것이다.  
 
앞서 경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노조 측과 만나 2021년도 임금교섭에서 나온 의제를 2022년도 임금교섭에 병합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입장문을 통해 “교착상태에 빠진 2021년도 임금교섭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이자 편법”이라며 “회사의 꼼수에 대해 조합원과 삼성 직원들의 분노를 조직하고 더 큰 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삼성전자 4개 노조 중 가장 규모가 큰 전국삼성전자노조의 조합원 수는 약 4500명으로 전체 직원(약 11만 명) 중 4% 수준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실제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대체 인력 공급 등으로 공장 가동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1969년 창사 이후 첫 파업이라는 상징성은 삼성전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순회 투쟁을 한다는 것은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에 확신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찬성표가 많이 나와 파업을 진행하면 사측에 일정 부분 타격이 있겠지만 반대의 상황이 펼쳐지면 노조 측은 더 큰 데미지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쟁사에 일감 뺏긴 삼성전자…수율 문제로 수주 밀렸나 

파업 긴장감에 내홍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는 외부 요인에도 흔들리고 있다. 최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가 올해 3분기부터 시장에 출시되는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 4나노(㎚) 공정을 TSMC에 맡긴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엔비디아의 또 다른 GPU ‘지포스 RTX 4000’ 시리즈도 TSMC 5나노 공정에서 양산된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주로 쓰는 RTX 시리즈가 TSMC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주로 소비자용 GPU 생산을 TSMC에 맡기던 엔비디아는 지난 2020년 처음으로 GPU 제품인 RTX3000 시리즈 생산을 삼성전자에 위탁했다. 공급처 다변화라는 명분 아래 가격 경쟁력 확보가 깔린 선택이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 삼성전자]
 
수순대로라면 ‘RTX 4000’ 시리즈도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하지만 수주전에서 TSMC에 뺏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공정에 대한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의 비율)에서 TSMC에 밀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5㎚ 이하 최첨단 공정 수율은 30~40%로 TSMC의 절반 수준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수율 문제는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언급됐다. 경계현 대표이사는 지난달 16일 주총에서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복잡도가 증가해 물리적 한계에 근접하고 있다”며 “초기 램프업(수율개선을 통한 생산능력 증가)에 시간이 소요됐으나 점진적 개선으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4㎚ 공정의 수율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4㎚ 공정의 수율을 35%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100개를 생산할 경우 65개가 버려지는 셈이다.
 

잠재적 경쟁자 인텔, 자고 일어나면 투자 발표 

앞서 삼성전자는 TSMC를 제치고 퀄컴의 스마트폰용 칩셋스냅드래곤8 전량 생산 위탁을 받았다. 하지만 수율 문제로 퀄컴과 마찰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경 대표는 “퀄컴과 많은 부분을 협력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도 적극적인 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엔비디아 창립자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GTC 2022 온라인 기조연설에서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더 큰 난관은 TSMC 외에 경쟁자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파운드리 업체로 인텔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현재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재개를 선언하며 향후 10년간 유럽에 800억 유로(약 11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애리조나주, 올해 초엔 오하이오주에 각각 20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를 포함한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인텔의 청사진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의 일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30년까지 메모리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른다는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에 큰 위기가 닥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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