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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장 파티는 끝났다…넷플릭스의 역성장이 상징하는 것들

콘텐트 투자→가입자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 붕괴
넷플릭스 주가 하락 여파 경쟁 서비스에도 영향

 
 
넷플릭스의 가입자 감소를 OTT 시장 전체의 위기로 해석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연합뉴스]
 
OTT 시장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업계 1위 넷플릭스가 심상찮은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이 성장 한계에 직면한 게 아니냐는 거다.
 
올해 1분기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 수는 20만명 감소했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가 감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 분기만 하더라도 828만명의 가입자를 추가했는데, 올해 들어 역성장을 기록했다. 수익의 근간인 가입자 수가 줄어들면서 실적도 주춤했다. 이 회사의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와 견줘 6.4% 감소한 15억9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넷플릭스의 전체 가입자 수가 2억명이 넘는 가운데 고작 20만명이 줄어든 건 언뜻 사소한 일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시장은 이 지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350달러 수준이던 이 회사의 주당 주가가 실적을 발표한 이후엔 200달러대 붕괴를 앞둔 건 이 때문이다.  
 
주가가 700달러를 웃돌던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이 회사의 미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게 잘 드러난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올해 2분기엔 가입자 수가 최대 200만명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입자 감소 폭이 갈수록 더 커질 거란 얘기다.  
 

계속 성장할 줄 알았는데…충격의 가입자 감소

회사의 가입자 수 역성장이 비단 넷플릭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OTT 시장이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혔다는 거다. 이런 비관론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넷플릭스는 OTT 산업의 선구자이자 스타였다. 오프라인 DVD 렌털 사업을 하던 이 회사는 2007년에 OTT 서비스를 처음 시작하고 10년 만에 2억명이 넘는 유료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그사이 신흥 5대 빅테크를 뜻하는 ‘FAANG(메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일원이 됐다.
 
이 회사의 성장 방정식은 남달랐다. 벌어들인 돈의 상당한 비중을 콘텐트를 제작하는데 투자했다. 그리고 이 콘텐트를 넷플릭스에서만 독점적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오리지널 콘텐트를 통해 ‘락인 효과’를 꾀하기 위해서다. 볼 만한 콘텐트를 늘려 더 많은 가입자를 모으고 매출을 끌어올리면, 콘텐트에 투자하는 비용도 덩달아 늘렸다. ‘콘텐트 투자→콘텐트 흥행→가입자 증가→매출 증가→콘텐트 투자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가 매년 이어졌다.  
 
특히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 증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작과 함께 더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자 사람들이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까닭이다. 이 회사는 2020년에만 37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새롭게 확보했다.  
 
상황이 바뀐 건 전 세계적으로 방역 조치 강도가 한풀 꺾인 지난해부터였다. 2021년 1분기엔 398만명이 넷플릭스에 새롭게 가입했는데, 1580만명이 순증했던 전년 1분기와 비교하면 둔화 폭이 상당했다. 2분기에 추가된 가입자 숫자도 154만명에 불과했다. 이 역시 2020년 2분기 순증 실적(1010만명)과 견줘보면 형편없이 줄어든 수치였다. 4분기의 가입자 순증도 전년과 비교해 낮았다. 
 
이 기간 넷플릭스에서 볼 게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이 회사는 콘텐트 투자 규모를 새롭게 경신했다. 그런데도 가입자 수 증가세가 주춤했다. 넷플릭스는 올해에도 역대급 콘텐트 투자를 공언했는데, 되레 가입자 수가 줄었다. 콘텐트 투자를 늘리는 게 가입자 수 증가로 이어지던 선순환 고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 선순환 고리에 의지하고 있는 건 넷플릭스만 아니다. 전통의 미디어 공룡 기업과 빅테크 기업이 OTT 시장에 뛰어들었고, 넷플릭스의 전략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디즈니플러스와 HBO맥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오리지널 콘텐트를 기반으로 빠르게 세를 늘리며 넷플릭스식 성장 방식을 쫓았다.  
 
자금을 쏟아 독점작을 확보하고, 여러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콘텐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점유율 높이기에 집중했다. 이들 기업도 콘텐트에 투자하면 유료 가입자 확대로 보상받을 수 있을 거란 선순환 고리를 믿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식 선순환 고리 붕괴의 이유는 가입자 포화 현상이 두드러진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지역에선 넷플릭스의 경쟁 서비스가 존재감을 크게 드러냈다. 디즈니플러스는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1억명을 모았고, 워너브러더스의 OTT인 HBO맥스의 성장세도 심상치 않았다. OTT 시장이 각자 고유의 영역을 지켜가며 시장을 더욱 키워나가는 ‘플러스섬’일 줄 알았는데, 가입자가 모일 대로 모인 포화 시장에선 정해진 파이를 나눠 먹는 ‘제로섬’ 게임이 됐다. 
 
넷플릭스는 올해 2분기에 가입자 감소 폭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로이터=연합뉴스]

OTT 시장의 치열한 제로섬 게임

콘텐트 투자가 항상 가입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넷플릭스의 실적이 시사하자 경쟁 기업의 주가도 흔들렸다. 넷플릭스가 실적을 발표한 날엔 월트디즈니컴퍼니, 워너브라더스, 파라마운트, 스포티파이 등 다른 미디어 업체의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기존의 수익모델과 생태계론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넷플릭스도 기존의 경영 방침을 과감히 수정할 계획을 밝혔다. 그간 광고도 없이 오로지 콘텐트로만 승부를 했던 넷플릭스의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콘퍼런스 콜에서 “광고 기반 요금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철회하고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가족 이외의 사용자에게 계정을 공유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용인해왔지만, 앞으론 가족 이외 계정 공유도 제한할 계획이다.  
 
성장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도 찾고 있다. 바로 게임이다. 플랫폼 내 게임을 출시하고, 게임회사를 줄줄이 인수했다. 콘텐트 투자를 통해 가입자 수를 끌어올려 매출을 늘리는 게 여의치 않자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은 “경쟁 사업자가 난립하고 막대한 투자가 당연시되면서 이제 넷플릭스의 지난 10년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OTT시장에서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넷플릭스가 게임, 이커머스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계정 공유를 제한하면서 수익성 제고에 힘을 쏟는 것도 시장의 무한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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