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무늬만 ESG?...기업들 '자유' 날개 펴나
[윤석열 정부 출범, 재계에 미칠 영향과 관전 포인트는?]③
민관합동 ESG 컨트롤타워 출범 약속
친기업 성향 尹 규제 대신 자율성 강조
전문가들 "ESG 중 E에만 집중, 오히려 후퇴"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새 정부가 추진할 정책들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경제계의 화두로 떠오른 ESG도 그 중 하나다.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따온 ESG는 국제사회에서 기업 활동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 공식 출범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민관합동 ESG 컨트롤타워 출범 등을 공표했지만, 오히려 기존보다 후퇴한 정책이 나올 것이라 예상한다. 친기업 성향에 따른 규제 철폐로 기업의 부담이 이전보다 오히려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ESG 컨트롤타워 언급한 인수위
지난달 29일 안철수 당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은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청년 기업인 및 주요 기업인과 ESG 정책을 논의했다.
인수위에서 밝힌 새 정부의 ESG 혁신성장 관련 대표 추진 과제는 ▶디지털 기반의 ESG 혁신성장 인프라 구축 ▶민간의 자금이 ESG 우수기업에 투자·지원될 수 있도록 금융인프라 고도화 ▶에너지·탄소 분야 신산업 및 사회적 산업·서비스 육성 ▶중소·벤처기업 ESG 지원을 위한 플랫폼 구축 등이다.
이날 안철수 위원장은 "기업의 ESG 의견을 듣고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ESG 표준 마련 등 기업의 ESG 활동 지원을 위해 민관합동위원회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사회적 책임,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에만 투자·거래하겠다고 공헌한 바 있다"며 "블랙록 등 세계적 펀드들도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 정부에서는 규제 완화 등 기업에 자율권을 주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려는 모습"이라며 "새 정부에서는 ESG 관련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책 후퇴, 기업 부담 없어"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핵심 문제는 재벌문제인데 사실상 G(지배구조)를 포기했다고 본다"며 "국정과제만 봐도 민관규제개혁위원회를 만들어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SG 중 'G'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의 재벌 중심 지배구조에 따른 한계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제 사회에서의 평가도 저조하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발간한 'CG Watch 2020'에 따르면 한국은 총점 52.9%로 호주 포함 아시아 12개 국가 중 9위에 머물고 있다. 해당 평가 항목에는 상법 개정, 주주총회 활성화, 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이사회 성별 다양화 등이 포함된다.
김 교수는 또 "S(사회)는 사업장의 안전이나 성별의 다양성 등으로 볼 수 있는데, 새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규제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보면 성별의 다양성 측면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E(환경)의 경우도 새 정부는 탄소배출 목표 달성을 위해 원전을 활용하겠다고 하는데, 에너지 믹스의 비중은 밝히지 않고 있다"며 "결국 재생에너지 부문의 노력은 덜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ESG를 성장을 위한 전략 중 하나로만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SG에 대한 명확한 이해 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승권 이노소셜랩 ESG센터장은 "ESG 이전 단계에는 지속가능경영, 그 이전에는 지속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이해 없이 ESG를 금융투자, 평가, 대응 등 기술적 또는 기능적 관점에서만 보는 것은 과거 정부나 새 정부 모두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ESG를 친환경 비즈니스로 좋은 등급을 받아 투자 및 평가를 받는 식으로만 생각한다. 이는 편협한 정도의 이해"라며 "미국, 유럽 등은 근본적으로 기업이 경영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환경과 사회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것인지 고려하며 환경, 사회의 지속가능성 등도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업들의 ESG 관련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친환경 등에 대한 고민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로 오롯이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상황에서 수익성과 무관한 사회적 활동이나 경영 투명성 등에 큰 비중을 두는 기업이 있을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완 기자 lee.ji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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