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상장사 잇따르는 ‘몸값 낮추기’에도 IPO 흥행은 ‘글쎄’
[찬바람부는 IPO 시장, 투자해도 될까②]
올해 상장사 3분의 1은 최종 공모가가 희망 밴드 하단 밑돌아
증시 부진에 적정 기업가치 평가 어려워, 공모 눈높이 낮춰야
증시 부진으로 기업공개(IPO) 시장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스스로 몸값을 낮추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아예 상장을 포기한 기업도 여럿 등장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신규 상장사들이 적정 기업가치 평가를 제대로 받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2일 IR컨설팅 전문기업 IR큐더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IPO를 통해 신규 상장한 기업(스팩 제외) 23개사 중 8개사는 당초 회사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 하단 이하로 최종 공모가를 결정했다. 그 외 2개사는 밴드 내에서, 13개사는 밴드 상단 이상에서 최종 공모가를 확정했다.
IPO에 나서는 기업들은 상장 주관회사와 기업가치 평가를 통해 희망 공모가 밴드를 산정한다. 최종 공모가는 이를 참고한 기관 투자자들이 수요예측 조사에서 써낸 공모주 가격을 토대로 결정된다. 여기서 다수 기관이 밴드 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 기업들은 스스로 공모가 눈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다.
올해는 신규 상장 기업의 3분의 1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모가를 밴드 하단 이하에서 확정했다. 이는 1년 전 IPO 시장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신규 상장한 기업 94개사 중 82%인 77개사는 공모가를 밴드 상단 이상에서 확정했다. 밴드 하단 이하로 공모가를 확정한 곳은 12개사로 전체의 12.8%에 불과했다.
대명에너지, 몸값 낮춰도 청약 경쟁률 부진
최종 공모가를 밴드 하단 이하로 결정했다는 건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해당 기업의 가치를 사측 기대치보다 낮게 평가했다는 뜻이다. 투자 수요가 위축될 정도로 증시 상황이 안 좋거나, 구주매출 등 공모 청약 흥행 부담 요인이 있거나 등의 요인들이 기관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저조한 수요예측 결과에 상장을 철회하거나 뒤로 미루는 기업들도 등장했다. 이달 중 코스피 입성을 앞두고 있던 콘텐트 유통 플랫폼 기업 원스토어는 상장 계획을 최종 철회했다. 지난 9~10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다수 기관이 희망 공모가 범위(3만4300~4만1700원) 하단을 밑도는 가격(2만원대 초중반)을 써냈기 때문이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100대 1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원스토어와 같은 기간 수요예측을 진행한 태림페이퍼도 상장 철회를 발표했다. 태림페이퍼 측은 “최근 증시의 변동성이 크고 불안정하다”며 “시기적으로 당사의 온전한 기업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 추진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올해만 현대엔지니어링, 보로노이, 대명에너지,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총 6개 기업이 상장을 철회하게 됐다.
한 차례 상장을 철회했다가 공모가를 낮춰 재도전한 기업도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기업 대명에너지는 3월 코스닥 입성을 목표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기관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해 상장을 미뤘다. 이후 지난달 희망 공모가 밴드를 기존 2만5000~2만9000원에서 1만5000~1만8000원으로 48%가량 낮춰 다시 상장에 나섰다.
공모가를 낮췄어도 투자자들의 반응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대명에너지가 지난 4월 27~28일 양일간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254.7대 1에 그쳤고, 최종 공모가는 밴드 하단인 1만5000원으로 확정됐다.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 경쟁률도 151.6대 1로 낮은 편이었다. 공모가 기준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2550억원 수준이다.
IPO 활황 당분간 어려워, 증시 반등 기다려야
증권가에선 찬바람 부는 IPO 시장에서 상장하려면 기업 스스로 몸값을 낮추거나, 시장 분위기가 바뀔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게 공통된 얘기다. 최근 증시가 부진해 신규 상장사가 기업가치 산정 비교 대상으로 삼는 국내외 기업 주가가 급락한 만큼, 신규 상장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워서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매크로(거시) 불안 때문에 공모 기업의 적정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현재 시장 분위기로 보면 공모 시장에서 지난해와 같은 활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눈높이에 맞춰 밸류에이션을 낮추던가 비상장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분위기가 바뀌는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상장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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