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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장 마찰’ 넷플릭스, 입지 좁아지자 달래기로 선회하나

자회사 스캔라인 VFX 한국 투자계획에 시선 갈려
한국선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 소송 1심 패소
스위스 “스위스에서 번 돈 스위스에 투자” 의무화

 
 
넷플릭스(Netflix) 자회사 스캔라인 VFX가 시각특수효과 기술로 만든 영화의 한 장면. [사진 스캔라인 VFX]
 
넷플릭스(Netflix) 자회사 ‘스캔라인 VFX’가 한국에 1억 달러(약 1278억원) 규모의 영화제작시설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환영과 비판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투자 계획은 한류 문화 콘텐트가 세계적인 자본력·공급망·기술력을 만나 한차원 더 품질 향상을 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또 한편으론 넷플릭스가 해외 시장을 넓히는 과정에서 확대된 외국 업체들과의 갈등을 달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선도 받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20~22일)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넷플릭스 자회사인 스캔라인 VFX가 한국에 6년간 1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의 사업계획을 밝혔다. 
 
스캔라인 VFX는 시각특수효과(VFX) 기술로 영화·드라마 등 영상 콘텐트를 제작하는 전문 기업으로 워너브러더스·마블스튜디오·DC코믹스 등 세계적인 영화 제작사에 영상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대표작으로 영화 ‘어벤져스’, ‘툼레이더’, ‘트랜스포머’, 이터널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등이 있다. 넷플릭스 ‘카우보이 비밥’과 ‘기묘한 이야기’에서 선보인 특수효과 기술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화제의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을 정도로 업계에선 선두로 꼽히는 기업이다.  
 
산업부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통해 스캔라인 VFX에 한국의 투자환경과 지원제도를 계속 알리며 투자를 제안해왔다. 산업부는 특히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상을 안내하며 콘텐트 제작 환경의 우수성을 강조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이번 투자는 시각특수효과 기술을 활용한 아시아 최초의 특수효과 영화제작 시설 투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이 이를 기반으로 콘텐트 제작의 아시아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류 콘텐트의 세계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번 시각특수효과 투자 유치가 한국을 미디어 제작 강국으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Netflix) 자회사 스캔라인 VFX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넷플릭스 한국 투자신고식을 열고 한국에 대한 영화제작시설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박용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투자유치실장, 최영수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장, 유정열 KOTRA 사장,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스테판 트로얀스키 스캔라인 VFX 대표, 박성용 넷플릭스 서울오피스 VFX 총괄, 제프 로스 부사장. [연합뉴스]
 

한국에선 망 사용료 지급 문제로 법정 공방 중

하지만 스캔라인 VFX가 한국 투자를 결심한 배경엔 외국에서 망 사용료, 영업이익 해외 유출 등의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넷플릭스가 코로나19 대유행 상황과 맞물려 전세계에서 거액의 이윤을 빨아들이고 있으면서도 영업의 장이 된 해당 국가엔 재투자를 하지 않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처럼 자금만 빼가고 있다는 불만을 사고 있어서다.  
 
넷플릭스는 국내에선 망 사용료 지급 여부를 두고 SK브로드밴드와 팽팽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넷플릭스 측은 망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 지난해 6월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한 상태다.  
 
넷플릭스는 오픈커넥트(OCA 자체 콘텐츠전송망 시스템)를 통해 비용 지불 없는 방식으로 연결되므로 망 이용대가를 낼 법적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기업 간의 거래는 유상 행위를 바탕으로 이뤄지므로 콘텐트 제공 업체가 인터넷서비스 제공 업체에게 망 사용료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Netflix) 자회사 스캔라인 VFX가 시각특수효과 기술로 만든 주요 영화들의 한 장면들 모음. [사진 스캔라인 VFX]
 

스위스 자국 문화산업 투자 강제하는 법적 규제

외국에선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이 이윤의 일부를 영업 대상이 된 국가에 재투자하도록 강제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스위스는 일명 ‘넷플릭스 법’을 마련해 국민투표에 부쳤다. 이 법은 지난 15일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유권자 58%의 지지를 얻어 통과됐다.  
 
넷플릭스 법은 스위스의 방송·영화·콘텐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이다. 이 법은 넷플릭스 같은 세계적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가 매출의 일부를 스위스 내 콘텐트 제작 관련 분야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법은 이를 위해 OTT 업체가 스위스에서 올린 매출의 4% 정도를 스위스 내 영화 제작과 관련해 투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위스 현지에서 만든 콘텐트를 구입하거나, 스위스 현지에서 콘텐트를 만들거나, 스위스 현지에서 관련 투자에 참여하는 식이다. 법은 또한 OTT가 제공하는 콘텐트의 30% 정도를 유럽에서 만든 영화·드라마 등으로 채우도록 규정했다.  
 
이 같은 스위스의 법적 규제에 넷플릭스는 “우리는 과거에도 스위스 콘텐트에 투자한 적이 있다”며 “규제 시행을 위해 정부와 협조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아마존과 디즈니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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