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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준비했는데 또 ‘흑역사’ 될까… ‘일회용컵 보증제’ 운명은?

[일회용컵 보증제 후폭풍]① ‘300원 대란’ 미뤄진 배경은
시행 3주 앞두고 6개월간 유예한 환경부
소상공인, 비용 부담과 준비기간 부족에 반발
환경단체, 2년 전부터 계획했지만 방안 부족 비난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제 시행을 유예했다. [중앙포토]
 
환경부가 고안한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제도 시행 3주를 앞두고 긴급 유예됐다. 환경부는 지난 5월 20일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을 막기 위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재도입을 준비해왔으나 6월 10일 예정이던 제도 이행을 오는 12월 1일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침체기를 견뎌 온 중소상공인에게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갑작스러운 유예 결정에 현장 곳곳에서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지난 2020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2년 전부터 준비된 제도다. 일회용 컵 회수율을 높여 재활용률을 키우고 일회용품사용을 최소화하는 방침으로 소비자가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먼저 지불하고, 해당 일회용 컵을 반납할 때 금액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이때 소비자는 구매한 곳과 상관없이 시행대상 업체 어디서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매장 수가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카페, 음료업체 79개 사업자 등 전국 3만8000개 매장이 적용 대상이다. 환경부는 이 제도 시행으로 온실가스를 66% 이상 줄이고 연간 445억원 이상의 이익이 발생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시행일이 다가오자 소상공인 중심으로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일회용 컵을 쓰는 모든 업소가 아니라 커피와 음료, 제과 제빵 업계에 제한된 반쪽짜리 규제라는 데 불만이 컸다. 보증제 시행으로 업무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도 불만의 원인이었다. 환경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관한 불만 글이 잇따라 게재되기도 했다.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점심시간 주문이 수십 잔씩 밀려있는 상황에서 다른 매장 일회용 컵까지 받고, 300원 보증금을 챙겨주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지난 2월 말에나 나온 상황에 당장 6월부터 매장에 시행하기엔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 “업무적 부담 외에 추가 비용까지” 

환경부 관계자가 일회용 컵 보증제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도 안착을 위해선 행정적 경제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우선 추가로 드는 비용 부담 문제다. 해당 가맹점주는 일회용 컵마다 보증금 반환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바코드(라벨)를 부착해야 하는데, 바코드 스티커 비용이 개당 약 7원 정도다.  
 
또 일회용 컵을 수집하고 운반하는 업자에게 지급하는 처리지원금도 있다. 사업자는 일회용 컵을 발주하며 개수에 따라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관리센터에 비용을 선납해야 하는데 표준용기 컵은 개당 4원이고 비표준 용기는 개당 10원으로 책정돼 있다.  
 
인건비도 늘 수 있다. 메뉴를 주문받고 제조, 전달하는 것 외에 일회용 컵 회수 및 보증금 전달 등의 추가적인 업무가 더해지면서 직원을 추가 채용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점심시간 후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커피 전문점 특성상 일손 부족 현상을 대부분 매장에서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커피 전문점 가맹점주는 “300원 보증금이 더해지면, 소비자에게 추가적인 비용 지급에 대해 설명을 모두 사업주 입장에서 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과정”이라며 “차라리 일회용품 컵 보증금이 아닌, 자신의 개인 컵을 챙겨오는 소비자에게 300원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 낫다. 스타벅스 경우도 텀블러 할인 체제로 일회용 컵 사용을 많이 줄었다는데, 이 같은 정책과 지원을 정부 차원에서 하면 되지 않나”고 반문했다.  
 
제도의 핵심인 일회용컵 회수율이 기대 이상으로 높을지도 의문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지난 2003년에도 시행된 바 있지만 시행 6년만인 2008년 폐지된 전력이 있다. 회수율이 40%에 불과해 취지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탓이다. 당시 보증금제는 회수방식이 일회용컵을 구입한 매장으로 제한돼 있었고 보증금 금액도 50~100원으로 낮았다.  
 

환경단체 “구체적인 방안 마련 못 한 환경부”  

제도 폐지라는 흑역사를 딛고 다시 시작한 제도인 만큼 과거 문제를 보완했다는 게 환경부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회수 시스템을 구축하기엔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우려한다. 수거한 컵을 원활히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컵을 표준화하거나 품질을 개선하는 등 단순 기간 유예를 넘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단체는 일회용컵 사용 금지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조치를 주장한다. [연합뉴스]
 
환경단체는 환경부가 애초에 법령 시행 준비를 철저하게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염정훈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환경부의 이번 유예 결정이 중소상공인 및 영세 프랜차이즈의 부담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는 2년 전에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이라면서 “결국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중소상공인 및 영세 사업자의 어려움을 덜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나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염 캠페이너는 “현재는 점포 100개 이상 프랜차이즈 카페만 제도 적용 대상인데, 유예 기간이 끝나는 6개월 후에는 그 밖의 다른 일회용품 사용처들도 함께 적용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동안 관련 대책을 마련해 보증금 제도의 효과를 극대화 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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