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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당분간 재미없는 장세 이어져 [이종우 증시 맥짚기]

금리상승으로 채권·외환·주식시장 버블 걷혀
시장에서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중심될 듯

 
 
당분간 주식시장은 큰 변동 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포토]
최근 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시장 버블이 약해지고 있다. 주식은 주가순이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배율(PBR) 같은 지표를 통해 고평가 정도를 측정하지만, 채권은 그런 수단이 없다. 대신 신용도가 다른 국가나 상품 사이에 수익률 차이와 신용도가 낮은 상품에 자금이 몰리는 정도를 가지고 고평가 여부를 판단한다.  
 
최근 미국 AAA등급 회사채 금리와 Baa등급 회사채 금리 사이에 차이가 벌어졌다. 연초 0.6%포인트에서 최근에 1%포인트까지 격차가 늘어났다. 금리가 오르면서 사람들이 비우량 채권의 매수를 꺼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해당 수치가 0.4%포인트까지 내려간 적이 있다. 
 
국가별 금리는 움직임이 좀 다르다. 미국과 유럽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차이가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시중금리가 비슷한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인데, 앞으로는 금리 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럽은 아직 금리 인상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은 올해만 2.5%포인트 이상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 고평가 해소 형태는 부동산이나 주식시장과 다르다. 다수 기업에 부도가 발생하거나 채권의 차환 발행이 안 될 경우 채권도 주식같이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 있지만, 대상이 국채일 경우는 다르다. 금리가 올라 채권에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져도 만기까지 보유 전략을 취하면 굳이 채권을 매각할 필요가 없다. 만기에 투자한 원금 전체를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를 감안하면 이번 금리 상승이 채권 가격을 또 한 번 떨어뜨리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금리 고점 이후 주가 하락 크지 않을 듯

 
채권 시장의 고평가가 해소됐다면 지금 금리가 적정한 수준일까?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진정된 후에 금리가 어떻게 될까. 금리 고점을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물가와 성장률을 더한 만큼을 적정금리로 보는 방법인데 현실과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 금리의 특성을 통해 고점을 추정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과거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높아질 때 금리가 고점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기준금리가 국고 3년물 금리보다 높아질 때이고, 미국에 적용하면 연준이 결정하는 기준금리가 국채 10년물 금리보다 높아질 때가 이에 해당한다. 미국에서는 1990년, 2000년 그리고 2007년에 3번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두 금리가 역전되면서 금리 고점이 만들어졌다. 이런 모습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준 금리가 시장금리와 엇비슷해지는 시점부터 투자자들이 금리 수준에 관해 부담을 느끼고, 경기 둔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75%이다. 기준금리인 국고 3년물 금리는 3.0%대에 머물고 있다. 둘 사이 차이가 1.25%가 넘기 때문에 아직 국내 금리가 고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한가지 감안해야 할 부분이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가 오르지 않아 둘의 격차가 줄어드는 경우인데, 금리가 고점 부근에 있을 때 자주 목격되는 현상이다.  
 
그동안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사이의 관계를 보면 1) 시중금리는 기준 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전에 크게 오르기 시작해 2) 금리 인상이 2~3번 계속될 때까지는 시중금리가 따라 오르지만 3) 금리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이후에는 기준 금리를 올려도 시장 금리가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이 관계가 이번에도 적용된다면 국내외 시장금리는 이미 고점 부근에 도달했다고 얘기할 수 있다. 주식시장이 긴축 전망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금리가 고점에 도달한 이후다. 하반기에 인플레이션이 약해지더라도 금리는 빠르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1년 전 수준으로 금리가 되돌아가는 일은 더더욱 없다. 국고 3년물을 기준으로 현 수준인 3%대 초반을 유지하거나 소폭 하락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금리 상승은 지나치게 낮았던 금리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그래서 연말에 물가가 지금의 절반 수준이 되더라도 금리가 크게 하락하기 힘들다. 지난 2년 동안의 금리가 비정상이고, 그때보다 금리가 한 단계 높아진 지금이 정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큰 어려움을 겪은 것도 앞으로 금리 인하를 쉽게 단행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연준은 낮은 금리가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체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려면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경기가 예상보다 좋지 않아 경기 둔화에 대한 두려움이 물가에 대한 두려움보다 크거나, 큰 폭의 경기 둔화가 기정사실이 돼 중앙은행이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뭐라도 해보라는 시장의 요구가 커지는 것이 조건에 해당한다. 이렇게 이루어진 금리 하락은 주가 하락에 묻혀 빛을 보기 힘들다. 경기 둔화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힘이 금리 하락이 주가를 밀어 올리는 힘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주가와 금리가 한꺼번에 내려가는 그림이 나올 수 있다.  
 

최근 2차전지 제조사보다 관련주가 올라 

 
여러 가격변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지나치게 낮은 금리가 해소됐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30원대로 하락했다. 주가는 극심한 변동에서 벗어났다. 당분간 주가가 큰 변동 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몇 주 사이 2차전지 관련주가 크게 상승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와 같이 2차전지 제조사 주가는 큰 변동이 없었지만 소재와 장비를 만드는 회사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 주식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보여준다.  
 
시장은 대형주보다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대형주는 떨어진 후 일정 부분까지 반등을 반복해 주가를 예측하기 쉽지만 그 때문에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 됐다. 모두 비슷한 전망해 의미 있는 반등이 이루어질 만큼 주가가 하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형주는 다르다. 실적과 재료가 괜찮은 회사는 주가가 크게 오르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는 주가 저점이 계속 낮아지는 등 차이가 심할 것이다. 투자자들은 멈춰 있는 주식보다 수익이 나든 손해가 나든 움직이는 주식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형태의 시장은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시장이 한번 중·소형주로 기울 경우 짧으면 몇 개월, 길면 2년까지 유사한 형태가 유지됐었다. 이번에도 주가가 위로 방향을 정할 때까지 중·소형주 중심의 시장이 계속될 것이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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