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기다리면 양반"…전기차 구매 '하늘의 별따기'
아이오닉5·GV60 등 예상 납기일 평균 12개월
기아 EV6는 사양 구분 없이 18개월 이상 소요
GM·르노·쌍용 물량 극소량… 일부는 판매중단
#최근 전기차 구매를 준비했던 조모씨(여, 33세)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1년 이상 걸리는 출고 기간을 버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씨는 "5년간 타던 디젤차를 처분한 뒤 전기차로 갈아타려고 했다"며 "계약을 위해 대리점까지 방문했는데 기본 1년이라는 소리를 듣고 포기했다"고 말했다.
#첫 차로 전기차를 구매하고 싶다는 김모씨(남, 35세)는 국산차와 수입차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김씨는 "EV6를 사고 싶지만 출고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선뜻 계약하지 못하고 있다"며 "출고 기간이 짧은 수입차 모델이 있기는 하지만 가격, 주행거리 등을 생각하면 아쉬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구매를 희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지만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전기차 구매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반도체 칩 부족 사태와 배터리 수급 제한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화물연대 파업 등 각종 악재가 이어지면서 전기차 구매는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이달 전기차 구매 계약을 체결해도 내년 1분기 이후에나 차량 출고가 가능한 상황이다.
영업 일선에 공유된 정보를 종합하면, 현대차 아이오닉5의 예상 납기일(이달 계약 기준)은 평균 12개월 이상이다. 루프 사양(비전루프, 쏠라루프) 선택 시 추가 납기 지연이 발생한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GV60도 예상 납기일이 평균 12개월 이상이다. 일렉트릭파이트 G80(G80 전동화모델)의 경우는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예상 납기일이 가장 긴 모델은 기아 EV6다. 이 모델은 옵션 여부를 떠나 기본적으로 18개월 이상 기다려야 출고 가능한 상태다.
현대차 아이오닉5 등의 출고 시점은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화물연대의 파업 탓이다. 화물연대는 지난 8일 오후 2시부터 현대차 울산공장에 대한 부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파업 미참여 인원들의 공장 진입도 방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는 부품 재고 최소화를 위해 '적시 생산방식'을 취하고 있다. 단 하나의 부품만 없어도 차량 생산이 불가능한 구조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경우 벌써 나흘째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정확한 생산 차질 규모는 공개할 수 없지만,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는 호소문을 통해 화물연대 파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지속된다면 신차 출고를 고대하는 고객들이 더욱 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우려했다.
한국GM은 볼트EUV와 EV 모델의 조속한 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사전계약 돌입 후 1만 명가량의 예비 고객이 몰렸지만,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은 80대에 불과하다. 쉐보레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7월부터 물량이 풀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불분명하다"며 "작년 계약한 고객도 올해 출고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 계약 시 예상되는 납기일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수입·판매하는 르노 조에는 지난 4월 2021년형 재고 소진 후 판매 중단된 상태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품난으로 추가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영업 현장에서는 올해 추가 물량 확보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는 한국GM, 르노코리아와 달리 전기차를 직접 생산하지만 협력사인 LG 측으로부터 배터리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가 없어 생산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 여파로 지난달 쌍용차는 코란도 이모션을 단 한 대도 팔지 못했다. 쌍용차 대리점에서는 출고 시점을 예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내연기관보다 전기차에는 반도체 등 부품이 더 많이 필요하다. 여기에 배터리도 자체 생산 구조가 아니라 어렵다"며 "전 세계적인 반도체 칩 부족으로 글로벌 본사도 생산에 한계가 있다. 규모가 작은 한국 시장에 공급이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같은 공급자 우위의 시장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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