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전, 눈물의 임원 성과급 반납…사실상 강제 자구책
1분기 7조8000억 적자, 위기감↑
정부, 전기요금 인상 전 자구노력 주문
추경호 장관 "한전 왜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 필요"
지난 1분기 7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한국전력공사(한전)가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C등급(보통)을 받으며 사실상 ‘강제 자구 노력’에 들어갔다. 정부가 자회사와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공기업에 대해 기관장과 감사·상임이사 등 임원진의 성과급 자율 반납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전도 정승일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성과급을 반납하기로 했다. 1직급 이상 주요 간부들도 성과급 50%를 반납하기로 했다.
홍두선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경영 평가에 따라 직원의 성과급은 인정되지만, 임원은 경영 책임 차원에서 자율 반납 권고를 한 것”이라고 했다. 또 “복합적인 경제 위기상황에서 공공기관, 특히 임원들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한전의 경영진을 포함한 1직급 이상 직원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440명이다. 이들을 제외한 한전의 직원은 월 기본급의 100%가량을 성과급으로 받게 된다.
한전 경영진과 임원이 성과급까지 ‘자율 반납’에 나선 것은 그만큼 회사 재정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적자만 7조7869억원, 올해 연간 예상 적자가 30조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전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전기요금 동결’로 꼽힌다. 국제 유가 등 연료비가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이에 비례해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못하면서 손해가 커졌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으로 값싼 원자력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연료비 부담을 키우고 적자 폭이 확대됐다는 지적도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한전이 왜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전은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조원 규모의 자금 확보 계획을 세우고 출자 지분 및 부동산 매각, 해외사업 구조조정 작업 등을 추진하는 내용의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과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한전이 건의한 제도 개선 방안은 현재 분기당 3원, 연간 5원으로 제한된 연료비 조정단가의 상·하한 폭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인상 가능한 연료비 조정단가는 직전 분기 대비 kWh(킬로와트시)당 최대 ±3원, 연간으로는 ±5원이다. 하지만 한전이 산정한 3분기 필요 조정단가는 33원에 이른다. 조정단가를 33원 올려야 그나마 적자를 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전이 연료비 조정단가 상·하한 폭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며 서민 경제가 휘청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칫 한꺼번에 전기요금을 인상할 경우 한전의 재정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지만, 불이 붙은 물가 상승률에 기름을 끼얹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기요금 인상안을 고민하는 정부가 최근 결정을 연기하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20일 한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한전에 연료비 조정단가 결정 연기 방침을 통보했다. 산업부는 “2022년 3분기 전기요금 연료비조정단가 산정내역과 관련하여 관계부처 협의 등이 진행 중”이라며 “추후 그 결과를 회신받은 뒤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확정하라”고 통보했다.
한전은 “지난 5월 전력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를 확대 구성하고 경영 효율화, 연료비 절감, 출자지분 및 부동산 매각 등 고강도 자구 노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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