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1 부동산대책] '아쉬운' 임대차 시장 안정방안에 전문가들 “첫 술에 배부르랴”
획기적 변화 없으나 주어진 상황에선 최선
임대차 3법 개정·주택 대량공급이 궁극적 해법
21일 열린 ‘제1차 부동산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주택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이 발표된 가운데 그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무엇보다 전 정부와 달리 대통령 선거 시기부터 지속적으로 규제완화를 기치로 내걸었던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 “예상보다 규제를 충분히 풀지 못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 취재결과 부동산 전문가 다수는 정부가 주어진 상황에서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현 정부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당장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을 개정할 방안이 없는 데다 수년간 적체된 주택공급난에 직면한 상태다. 따라서 당장 가능한 세법 시행령 개정 및 대출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임대차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작용을 일부라도 완화하려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2020년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문제가 된 전세매물 부족 현상과 2중, 3중 가격 형성 등 규제의 부작용을 해소하려면 결국 임대차법 개정과 주택공급 확대만이 궁극적 해법이 되리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곧 8월, ‘급한 불’ 끄려는 정부
특히 1가구 1주택인 임대인에 대해 실거주 요건을 면제하는 방안이 눈에 띈다.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들어가 사는 일을 방지하겠다는 뜻이다. 주택담보대출 시 1주택자 처분기한을 2년으로 확대(기존 6개월)하고 신규주택 전입요건을 폐지하는 방안 등이 여기 속한다. 함영진 직방 랩장은 “여소야대 속 모법 개정 없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움직일 수 있는 가용 정책카드를 총동원해 기민하게 대책을 준비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시장에 단기 임대차 물량을 확대하는 데 일조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시장에 임대차 매물을 늘리는 동시에 전세가 급등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는 ‘상생 임대인’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2년 거주 요건 면제기간을 2024년까지 연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상생 임대인이란 신규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직전 계약 대비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린 사례를 말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 등을 낮추는 방식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는 것 또한 임대인의 납세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당근책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정책으로 인해 주택에 대한 투자여건이 좋아지며 일명 ‘갭투자’가 다시 성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주택매매 시세가 주춤하고 경기둔화 위기가 가속하는 지금 우려할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는 “요즘 같은 시장에서 실거주 요건이 사라진다고 섣불리 아파트 갭투자에 나설 배짱이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대차는 결국 주택공급과 연계…장기적으로 봐야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왜곡된 임대차 시장의 원인으로 꼽히는 임대차3법을 개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근본적인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임대차법 개정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여·야·정 협의체와 같은 논의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국회 전체 300석 중 170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전정권부터 야심차게 추진한 임대차3법을 이번 국회에서 사실상 개정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책목표인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선 결국 대규모 주택공급이 현실화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번 관계장관 회의에도 등장한 ‘분양가 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신규분양을 촉진하고 ‘250만호+α 공급계획’이 신속히 추진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제도 자체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는 측면에서 이번 정책발표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많지만, 정부가 주어진 상황 속에서 나름의 방안을 짜낸 상황이라 그 자체로 평가하기 어렵다”면서 “결국 매매나 임대차 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주택공급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나올 공급계획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민보름 기자 brm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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