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빅3’ 오프라인에 ‘30조’ 푼다…새 먹거리 ‘발굴 전쟁’
[유통 ‘빅3’ 쩐의 전쟁①] 유통家 먹거리 찾아 ‘투자 러시’
신세계·롯데, 유통 부분에 각각 20조, 8조 투자 계획
두 그룹 모두 ‘오프라인’에 방점…신사업 발굴도 주력
현대百, 와인사업 진출…‘방구석 소비자’ 모시기 돌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기를 겪었던 유통업계가 포스트코로나를 맞아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부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엔데믹(풍토병) 전환으로 야외활동을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단 점을 반영해 오프라인 부문에 힘을 쏟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요 유통그룹의 투자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업계가 되살아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세계와 롯데가 향후 5년간 각각 20조원과 37조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중 유통 부분에 투자하는 예산은 각각 20조원, 8조1000억원이다. 두 그룹은 모두 오프라인에 투자 방점을 찍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만큼 오프라인 매장을 리뉴얼하고 신규 매장을 출점해 고객 유인책을 강화한단 전략이다.
오프라인에 ‘11조’ 쏟는다…백화점 리뉴얼, 신규 출점 ‘박차’
먼저 신세계는 △오프라인 유통 사업 확대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 △자산 개발 △헬스케어·콘텐츠 등 신규 사업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오프라인 사업 부분에는 투자 예산의 절반 이상인 11조가 투입된다. 백화점 신규 출점에 3조9000억원을 배정했고, 이마트 트레이더스 신규 출점과 기존점 리뉴얼에는 1조원을 투자할 것이란 설명이다. 신세계 프라퍼티가 진행 중인 스타필드 수원·창원·청라 출점 등에 2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자산개발 목적인 화성 테마파크 사업과 복합개발사업에는 약 4조원이 배정됐다.
백화점 신규 출점에 배정된 예산의 대부분은 수서역 환승센터에 위치하는 신설 점포 개발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지난해 수서역 환승센터에 신규 점포를 2027년에 개점하겠다고 발표했다. 영업면적은 약 8만3000㎡로 서울 내 최대 규모인 강남점(8만6611㎡)과 규모가 비슷하다. 이를 통해 수도권 동남부 지역 소비자를 공략한단 전략이다.
온라인 부문에는 총 3조원을 투자한다. 신세계는 지난해 이베이와 W컨셉 인수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것을 기반으로 온라인 사업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대하기 위한 추가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 확대를 위한 PP(Picking & Packing)센터 확충과 물류센터 건립, 시스템 개발, 신사업 개발 및 생산 설비 확대 등에도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복합쇼핑몰 개발 속도내는 롯데…온라인 계획은 ‘글쎄’
롯데그룹도 신세계그룹과 마찬가지로 백화점과 마트 등 주요 오프라인 사업 영역에 예산을 투입한다. 특히 복합쇼핑몰 건립 계획이 핵심이다. 롯데그룹은 현재 잠실과 김포공항, 은평, 동부산에 복합쇼핑몰 ‘롯데몰’을 운영 중으로 여기에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인천 송도에 롯데몰을 추가 건립할 계획이다. 새 정부의 기업규제 완화와 발맞춰 고용 유발 효과가 높은 복합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의 리뉴얼이 진행되고, 호텔과 면세점에는 2조3000억원을 투입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 나선다. 롯데마트에는 1조원을 투자해 ‘제타플렉스(리뉴얼된 잠실점의 이름)’와 창고형 할인매장 ‘맥스’, 와인 전문 매장 ‘보틀벙커’ 등 특화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온라인 부문에는 별도 투자 계획이 발표되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 온라인 부문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강희태 전 롯데쇼핑 대표의 지휘로 론칭한 롯데쇼핑 통합 온라인쇼핑몰 ‘롯데온’은 현재 시장점유율 5%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적자도 계속 쌓이는 중이다. 지난 1분기에는 45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롯데그룹은 다양한 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한샘과 중고나라 등에 각각 2995억원, 300억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했고 편의점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니스톱도 3133억원에 인수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헬스&웰니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기도 했다. 국내에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위한 국내 공장을 신설하는데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공들여온 현대百…더현대 키우고 신사업 발굴
현대백화점그룹은 신세계와 롯데와 비교했을 땐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분위기다. 현재로선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오프라인에 대한 투자를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진행해 최근에는 성과를 거두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경쟁사들이 온라인 강화에 나서고 있던 지난해 여의도에 ‘더현대서울’을 오픈했다. 신세계와 롯데가 온라인 쇼핑몰과 이커머스에 눈길을 두고 있을 때 오프라인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업계는 경쟁사들에 비해 온라인 부문이 약했던 현대백화점이 기존에 잘하던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강화해 펜데믹 속에서도 더현대로 연매출 1조원에 근접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더현대는 지난해 오픈 후 1년간 8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현대백화점그룹의 백화점 부문도 영업이익 1027억원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 부문에서 강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최근엔 와인 유통사를 설립해 신사업에 진출했다. 지난 3월 현대그린푸드와 현대이지웰 등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은 와인 수입·유통사 ‘비노에이치’를 설립했다. 비노에이치는 최근 프랑스 부르고뉴, 이탈리아 토스카나 등 유럽 와이너리 10여곳과 와인 100여종에 대한 수입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와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미 와인 사업을 운영 중인 신세계와 롯데에 맞서 프리미엄·유기농 와인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유통 ‘빅3’ 외에 이랜드그룹, 애경그룹 등 유통업계 전반에서 오프라인에 중점을 둔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엔데믹 전환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방문객이 늘어나며 오프라인 사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단 분석이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경영학과)는 “유통업계가 오프라인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흐름상 당연한 일”이라며 “지난 2년 동안 얼어붙었던 업계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방구석에 있던 소비자를 매장으로 끄집어 내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안 교수는 “오프라인이 다시 살아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으로 펜데믹 기간 동안 안전과 편의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온라인 구매를 했었던 소비자들에게도 반가운 일일 것”이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일상회복이 이뤄지면서 단순 구매뿐 아니라 쇼핑의 재미를 느끼고 싶은 소비자들을 끌어오기 위해 앞으로도 매력적인 공간을 꾸미려는 업계의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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