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앱마켓 규제법’이라더니…구글·애플 법망 피하나
애플 제3자 결제 허용, 수수료 26%로 구글과 같아
“예방책 될 줄 알았는데…사후 규제 효과 미지수”
애플 앱스토어가 한국에서 배포되는 앱을 두고 제3자 결제를 허용한다. 최근 애플은 “개발사가 외부 구입 권한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이 권한을 통해 한국에서만 배포되는 앱스토어의 앱에 대체 앱 내 결제 처리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애플은 KCP, 이니시스, 토스, 나이스 등 국내에서 인증된 4곳 중 한 곳을 제3자 결제를 위한 전자결제대행업체(PG)로 먼저 선정토록 앱 개발사에 요구했다.
애플이 국가별 앱스토어에서 모든 앱에 제3자 결제를 허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를 명시한 한국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준수하기 위해서다. 파격적인 변화지만, 앱 개발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제3자 결제 수수료율로 인앱결제 수수료율(최고 30%)보다 4%포인트 낮은 26%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카드 결제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앱 개발자 입장에선 인앱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보다 불리하다. 앱스토어에 앱을 등록한 앱 개발사는 결국 기존의 인앱결제를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의 정책 변경은 구글의 대응법과 유사하다. 구글은 한국에 예외적으로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 방안을 내놓았는데, 제3자 결제 방식을 선택해도 수수료율이 최대 26%에 달했다. 구글 역시 사실상 인앱결제를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시행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의 입법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 결과적으론 주요 앱마켓의 수수료를 4%포인트 깎는데 그쳤다. 이마저도 앱 개발사 입장에선 인앱결제를 쓰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에 앱 생태계에 미친 영향은 더 적었다.
이 법은 앱마켓을 규제하는 세계 첫 입법 사례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비슷한 규제를 추진하는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컸다. 국회는 지난 2020년 구글이 게임 앱에만 적용해온 인앱결제를 콘텐트 앱으로도 확대한다고 밝히면서 관련법을 경쟁적으로 발의했다. 이후 1년간 공회전을 거듭하다 지난해 8월 가까스로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앱 마켓 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앱 개발사에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는 개발사에 맞는 다양한 결제시스템을 선택, 최대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피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무용지물이 됐다. 인앱결제를 새롭게 적용한 앱 개발사들은 콘텐트 이용 요금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5월 17일부터 앱마켓 사업자를 대상으로 법 위반여부를 두고 실태점검에 나섰지만, 결과는 감감무소식이다. 구글과 애플은 한국에선 개발자 제공 결제를 허용했기 때문에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애플과 구글을 규제할 후속 대책도 마땅치 않다. 시행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법을 다시 개정하는 것도 부담이고, 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언제든 입법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의 빠른 입법을 촉구했던 건 구글의 인앱결제 확대 정책을 막을 수 있는 예방책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라면서 “이미 대부분의 앱이 인앱결제로 전환한 상황에선 사후에 규제한다고 해서 구글과 애플이 아웃링크 방식의 외부결제를 허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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