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사, 배터리·고객보호 기술개발 집중[더 안전하게 더 멀리 배터리의 진화①]
한국 전기차 시장 빠르게 성장 중
최근 화재로 안전문제 제기돼
학계 "잘못된 정보의 확산이 더 큰 문제"
전기차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전기차의 화재 비중이 현저히 낮은 편이지만 최근 잇따른 화재 사고, 화재 발생 시 진압이 어렵다는 점 등 때문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학계에서는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점을 우려하며, 정확한 화재 원인 파악 및 소방당국의 대응책 마련 등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韓 전기차 시장 급성장...전 세계가 주목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Marklines·ACEA·각국 협회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473만614대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119.1% 증가했다. 2017년 74만4628대와 비교하면 535%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내연기관을 포함한 전체 글로벌 시장(8455만1529대)에서 전기차가 차지한 비중은 7.9%에 달했다. 2017년만 해도 전기차 비중이 1%에 불과했지만 어느덧 1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한국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SNE리서치·LMC Automotive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10만681대로 전년 동기 4만6909대와 비교해 115% 늘었다. 성장률만 놓고 본다면 중국(성장률 158%) 바로 다음이다. 이 기간 세자리수 성장률을 보인 곳은 중국과 한국뿐이다.
한국이 전기차 시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면서 주요 브랜드의 진입도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스웨덴 프리미엄 브랜드 폴스타가 한국법인을 세우고, 올초부터 폴스타 2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중국 내 전기차 1위 브랜드인 BYD도 내년을 목표로 한국 시장 진출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관련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그동안 하이브리드에 주력하던 렉서스는 최근 국내 시장에 순수 전기차 UX300e를 선보였다. 독일의 폭스바겐도 연내 순수 전기차 ID.4를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차 관련 왜곡된 정보 퍼지는 것 문제"
전기차 화재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상당하다. 글로벌 비즈니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발표한 '2022년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은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요인으로 공공 충전 인프라 부족(26%), 배터리 기술 안전 우려(19%) 등을 꼽았다. 특히 배터리 기술 안전에 대한 우려는 미국, 독일, 중국, 동남아시아 등을 포함한 조사 국가 중 한국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현재 20만 대 이상의 전기차가 국내 도로 위를 누비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2015년 5712대에서 올해 1분기 25만8253대로 급증했다. 여전히 전체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로 미미하지만, 자동차 시장의 흐름이 내연기관에서 100% 전동화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수년 내 전기차 비중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보급 대수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화재 발생 빈도도 높아질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화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배터리 손상 차단 기술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경우 배터리 팩으로 전달되는 충격을 최소화해 배터리 및 승객을 모두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인 SPOC(Severe Partial Offset Collision) 블록(Block) 구조와 FLLP(Front Lower Load Path)를 개발했다. SPOC 블록은 차량 충돌 시 배터리 팩을 보호하는 핵심 요소로, 충격으로 인해 이탈되는 부품이 배터리 팩과 승객 쪽으로 밀려 들어가지 않고 차량 바깥으로 향하게 해 배터리와 차내 승객을 보호한다.
FLLP는 차량의 전방 충돌 시 외부 물체의 실내 유입을 방지해 승객과 배터리 팩을 보호하기 위해 별도 설계된 차체 프론트를 뜻한다. 내연기관차에서 전방 충돌 시 엔진이 충격을 흡수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설계됐다. 대표 모델인 폴스타 2에는 충돌 감지 시 배터리 팩의 고전압 시스템을 차량과 자동으로 분리해 회로 손상 위험을 크게 줄이는 안전 기술도 적용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는 배터리 팩이 위치한 차체 바닥에 고강도 강철로 만든 부자재를 적용하고 있다. 배터리 보호를 위함이다. 해당 안전 기술이 적용된 차량은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된 더 뉴 EQS다.
학계에서는 전기차 화재에 대한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왜곡된 정보가 퍼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근 발생한 아이오닉 5 사고의 경우도 아직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배터리 문제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거론되는 배터리의 '열폭주'도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외부 충격으로 배터리가 손상될 경우 최초 발화 지점에서 배터리로 불이 옮겨 붙은 뒤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현상이다. 이 경우 수초 만에 차량 내부 온도가 800도 이상으로 치솟는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열폭주는 화재로 가기 전에 해당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며 "열폭주로 가더라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고, 그런 기술을 갖춘 회사가 배터리 기술이 좋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팩, 전기차 쪽에서 열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무작정 열폭주가 화재 원인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소방당국의 전기차 화재 매뉴얼 확보와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과도한 공포감 해소도 중요해 보인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발화로 인한 화재는 2020년 기준 1만 대당 0.52대로 1.88대의 내연기관보다 훨씬 적은 것이 사실이다. 박 교수는 또 "배터리 전기차 화재는 특수 화재"라며 "소방당국에서는 배터리 전기차 화재에 대비해 지역별로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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