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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태릉CC 개발 2차 공청회…"자연‧문화‧교통 등진 주택공급 멈춰야"

노원 주민들 "국토부‧LH 상대로 형사 고발도 불사할 것"

 
 
11일 오후 1시 서울 노원구 월계동 제이더블유컨벤션웨딩홀 6층에서 열린 서울 태릉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2차 공청회에서 주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 박지윤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서울 노원 공릉동 태릉골프장(CC) 일대 주택개발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이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주택공급만을 위해 유네스코세계유산에 등재한 왕릉 훼손, 육군사관학교 이전, 자연 생태계 파괴 등을 근거로 태릉CC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며 정부 관계자에 대한 형사 고발도 불사하겠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와 한국주택도시공사(LH)는 11일 오후 1시 서울 노원구 월계동 제이더블유컨벤션웨딩홀 6층에서 '서울 태릉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2차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를 시작하자마자 주민들은 태릉CC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는 경위를 물으며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A 씨는 "태릉CC 주택개발사업을 추진한 지 약 1년 6개월이 지났는데 이렇게 급하게 속도를 내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며 "조선왕릉이라는 문화유산에다 육군사관학교가 자리한 중요한 지역을 굳이 주택을 많이 공급하겠다는 이유로 훼손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공청회는 약 1시간 정도 지나 첫 순서인 주민대표들이 발표에 들어갔다. 문화재 관련 발표를 맡은 오경두풍수명리철학회 부회장은 "태릉CC에는 삵, 새매, 하늘다람쥐, 맹꽁이 등 4종의 멸종위기종 2급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는데 특히 맹꽁이는 태릉CC 전역에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며 "LH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나온 태릉CC 공공주택지구 예정 부지 가운데 98.5%는 생태자연도에서 아직 한번도분류한적이 없는 미분류지인 데다 제대로 분류하면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이라고 발표했다.
 
오 부회장에 따르면 LH가 발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살펴보면 태릉CC 사업부지 가운데 1.5%인 2등급지를 제외하고 98.5%는 아직 생태자연도 분류를 하지 않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이 가능한 3등급지라고 작성했다.
 
오 부회장은 "LH가 국가 공문서인 서울태릉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의 핵심적인 사안인 생태계의 훼손 가능성을 판단하는 근거인 생태자연도 등급을 허위로 작성했기 때문에 허위공문서작성, 허위공문서행사에 대한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국립생태원의 생태자연도 분류는 원도를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태릉CC 사업지를 3등급으로 분류한 것은 사실상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11일 오후 1시 서울 노원구 월계동 제이더블유컨벤션웨딩홀 6층에서 열린 서울 태릉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2차 공청회에서 경동엔지니어링, 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들이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사진 박지윤기자]
 
이에 노정민 경동엔지니어링 전무는 "국립생태원에 직접 태릉CC 사업지에 대한 생태자연도와 관련해 질의했는데 개발이 가능한 3등급이라는 회신을 받았다"며 "일부러 급지를 낮추거나 허위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공식적인 절차를 밟으면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번째 역사 관련 발표를 맡은 주노종 규슈대학교 대학원 경제공학과 박사는 "태릉CC 개발계획을 보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며 "태릉CC 사업지를 역사‧문화‧안보 특구로 설정하는 방안을 문화재청이랑 대통령실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주 박사에 따르면 국내에는 약 500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태릉CC는 1966년 박정희 정권 시절 스포츠 훈련 장소와 군인 체력단련을 위해 골프장으로 조성한 역사가 있는 곳이다. 국내에서 1971년 처음 시행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 전에 건물을 짓고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 보상을 해주지만 이번 태릉CC 사업지는 주거지, 시가지 등 어느 곳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 박사는 지적했다.
 
주 박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조선왕릉 40기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유교적, 풍수적 전통을 근간으로 한 건축과 조경양식"이라며 "조선왕릉 40기 가운데 태릉CC 사업지에만 11기의 왕릉이 해당하고 있는데 여기에 6800가구에 달하는 아파트를 지으면 세계유산위원회가 세계유산등재를 취소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비판했다.
 
11일 오후 1시 서울 노원구 월계동 제이더블유컨벤션웨딩홀 6층에서 열린 서울 태릉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2차 공청회에서 오경두 주민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 박지윤기자]
  
이날 열린 공청회는 오후 6시까지 5시간 이상 이어졌다. 주민들은 시간 관계로 피력하지 못한 교통 관련 발표를 전달하기 위해 2차 공청회를 향후에 연장하는 방식으로 다시 열어줄 것을 건의했다.
 
심완용 국토부 사무관은 "주민들이 우려하는 점과 고민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주민들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었기 때문에 이를 검토하고 반영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 사무관은 "공청회에서 발표하지 못한 의견들은 서류로 전달해주면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나리 LH 부장은 "문화재청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태릉CC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환희 서울시의원은 "서울시 입장에서 태릉CC 개발 계획은 불가능하다"며 "문화재 보호, 교통 체증 등 문제가 많기 때문에 추진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여론 조사, 교통 관련 조사도 다시 착수하고 서울시 정책간담회도 개최하는 등 서울시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태릉CC 개발 계획을 중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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