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몰고온 콘텐트株 투자 열풍 이어지나
우영우 덕에 주가 급등했지만…거래량 적은 종목 유의
지난해 오징어게임 테마주 바람도 ‘반짝 급등’에 그쳐
에이스토리(71.11%), 래몽래인(42.28%), 쇼박스(29.26%), 덱스터(33.73%), 스튜디오산타클로스(19.82%), 위지윅스튜디오(18.43%), NEW(26.14%), 초록뱀미디어(10.38%)…. 콘텐트 제작 관련 종목의 7월(7월 1일~22일) 주가 수익률이다.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코스닥 상승률(5.94%)도 크게 웃돌았다.
국내 증시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경기 위축 우려로 약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에서도 급등한 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입소문을 타고 흥행한 덕이다. 이 드라마를 제작한 에이스토리의 주가 상승률이 특히 돋보였다. 7월 들어 에이스토리의 시가총액은 1239억원가량 증가했다. 드라마 흥행으로 실적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투자 열기는 산업 전반으로 옮겨 붙었다. K콘텐트의 경쟁력을 다시 입증했다는 이유로 개인투자자가 증시에 상장한 콘텐트 제작사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흥행이 다른 제작사에도 반사이익을 안겨준 셈이다.
호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연내 ‘콘텐트 대가 산정 기준 마련 협의회’를 열어 합리적인 콘텐트 거래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작사가 제값을 받고 콘텐트를 팔 수 있게 가치 산정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를 반영했다.
그간 콘텐트업계는 IPTV 등 방송사업자로부터 받는 콘텐트 사용료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며 반발해왔다. 정부가 새 콘텐트 대가 산정 기준을 마련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콘텐트의 가치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시장을 두고 경쟁 중인 여러 OTT 업체 생기면서 지적재산권(IP)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실적에 플러스 요인이다.
다만 상승폭이 컸던 콘텐트 종목 대부분이 거래량이 적은 코스닥 종목이란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유통주식 수가 적다 보니 거래량이 조금만 늘어나면 주가가 크게 출렁이기 쉬워서다. 최근 급등한 콘텐트 종목도 올해 초와 비교하면 주가 수익률이 신통치 않다.
에이스토리(2.50%), 쇼박스(-0.50%) 정도만 연초 수준으로 회복했고, 래몽래인(-11.67%)은 아직도 두 자릿수가 넘는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덱스터(-43.75%), 스튜디오산타클로스(-43.92%), 위지윅스튜디오(-41.08%), NEW(-44.18%), 초록뱀미디어(-48.55%) 등은 올해 들어 주가가 반 토막 수준이다.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가 흥행하면서 국내 콘텐트 제작사의 가치가 재평가를 받았고 주가가 수직 상승했지만, 올해 들어 증시가 약세를 거듭하면서 함께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오징어게임의 주요 테마주로 등극했던 버킷스튜디오만 해도 지난해 11월 장중 8420원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2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콘텐트 종목이 급등한 주가를 장기간 유지하는 게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하나의 콘텐트가 흥행했다고 해서 영업이익 급증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막상 2분기 악화한 실적을 발표할 경우, 주가 낙폭이 다시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콘텐트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K콘텐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여 왔지만, 국내 제작 산업의 열악한 체질을 완전히 바꿀 정도의 파급력은 없었다”면서 “여전히 중소 제작사는 콘텐트 비용 협상에서 힘을 갖기 어려운 데다 제작비가 인플레이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실적이 기지개를 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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