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이후 쏘카의 미래…“올해 흑자 전환, 슈퍼앱 전략으로 성장할 것”
[인터뷰] 박재욱 쏘카 대표
상장 첫날 공모가 지키지 못해…흑자 전환으로 우려 해결해야
탁송 서비스 ‘부름’ 지난해 대비 올해 60% 성장
모빌리티 기업 최초 선보인 멤버십 서비스 순항
슈퍼앱 전략 위해 공모가 60% M&A 등에 사용
올해 신차 구매 1만여 대 예상…사용자 특성 분석해 차종 결정
칭찬보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왜 이런 상황에 IPO를 강행하려고 하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럴 만했다. 지난해 신규 상장 기업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올해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금리 인상 여파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등으로 국내·외 증시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IPO 열기는 사라졌다.
그럼에도 이곳은 상장을 강행했다. 상장을 진두지휘한 대표는 “주식시장은 아무래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빌리티 시장은 급성장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 중요한 시기를 놓칠 수 없기 때문에 적시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M&A 및 신사업, 기술투자에 집중해서 모빌리티 시장에서 더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4~5일까지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56대 1을 기록해 공모희망가 밴드 하단인 3만4000원보다 17.6% 낮은 2만8000원으로 공모가가 확정됐다. 시가총액은 9160억원 정도로 유니콘의 기준인 1조원보다 낮았다. 8월 22일 상장 첫날 2만9150원까지 상승했던 주가는 2만6300원으로 마감해 공모가도 방어하지 못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대표는 앞을 보고 달리고 있다. 올해 실적과 성장세를 자신하기 때문이다. 한때 인원의 30%까지 구조조정을 해야만 했던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경험도 한 몫하고 있다.
성장 위해 기업가치 낮추고 상장 결정
올해 IPO를 준비했다가 철회한 기업이 많다. 공모가도 예상보다 낮게 나왔고, 상장 첫날 주가도 공모가보다 낮았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상장을 강행한 이유는.
지금 당장 예상했던 것보다 시장 친화적인 밸류로 시장에 가더라도, 장기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그로 인해 더욱 큰 성장을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시장과 투자자를 위한 공모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쏘카는 변화된 시장의 요구에 맞춰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예정이다. 2020년과 2021년 하반기에 영업흑자를 달성했는데, 올해 말에는 연간 영업이익이 흑자가 될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기 때문에 내년부터 몇 배씩 이익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우버, 리프트, 고투 등의 다른 해외 모빌리티 플랫폼들이 아직도 이루지 못한 실적이다. 쏘카의 비즈니스가 이들과 완전히 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
쏘카가 올해 흑자 전환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뭔가.
데이터 분석과 이를 활용해 카셰어링 가동률을 상승시켰다. 또한 IoT 단말기를 활용한 차량 관련주기 최적화를 통해 운영 비용을 낮췄고, 운영 차량을 확대하면서 규모의 경제도 실현했다. 사용자의 운행 데이터를 분석해 사고 비용을 절감했고, 부름이나 편도 서비스 등의 신규 사업에서 성과가 나와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지난해 29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지난해 대비 매출이 40%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38% 정도 성장했다.
탁송 서비스인 ‘부름’의 인기가 높다고 하던데, 운영비 대비 이익이 날 수가 있나?
부름은 지난해 대비 올해 60% 정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탁송 비용의 경우 24시간 이하로 빌리는 사용자에게는 탁송 비용을 받고, 24시간 이상 빌리는 이들에게는 무료로 탁송해주고 있다. 탁송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핸들러’라는 드라이버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부름 서비스 탁송을 하는 이들은 모두 쏘카 회원이다. 새로운 차를 타보고 싶어서, 혹은 일 때문에 탁송 지역에 가는 경우 등 다양한 이유로 쏘카 회원이 탁송하고 있다. 핸들러로 가입된 사용자가 5만여 명 정도 된다. 핸들러는 쏘카 뒷단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플랫폼이다. 2018년부터 시작했는데, 전국에서 가장 큰 탁송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쏘카는 부름 외에도 구독형 패스포트와 월 단위 구독상품 쏘카플랜 등의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다.
모빌리티 기업 최초로 선보인 패스포트라는 멤버십 서비스는 순항 중이다. 쏘카 대여요금 상시 50% 할인, 정액쿠폰 제공, 타다 멤버십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 결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1년 만에 이용자 16만명을 확보했고, 패스포트 가입자들의 이용건수는 비구독 회원 대비 4.6배가 많다. 박 대표는 “사용자 락인 효과로 매출 대비 마케팅 비용은 2018년 대비 올해 49% 이상 절감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제휴 통해 여행·사용자 맞춤 콘텐츠 제공
KTX·숙박·항공권 예약 등 여행 서비스와 전자책·웹툰·음악·영화 등의 콘텐츠 서비스도 쏘카 앱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를 ‘슈퍼앱 전략’이라고 부른다. 사용자의 이동을 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모두 제공하는 서비스가 된다는 포부다. 박 대표는 “통합 모빌리티 멤버십을 기반으로 모빌리티 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슈퍼앱 전략이 무엇인가.
쏘카와 결합 상품이 핵심이다. 결합 상품을 통해 이용자들이 여러 이동 수단을 한꺼번에 예약할 때, 쏘카 입장에서는 유휴 차량의 가동률을 높이는 수단이 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가격에서 메리트 있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윈윈 구조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플랫폼을 통한 업셀링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쏘카 앱을 통한 이동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슈퍼앱이 되려면 다양한 생태계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할 것 같다.
쏘카가 숙박이나 음식 등 예약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제휴사와 협력하는 것이다. 쏘카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활용해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고,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IPO 이후 공모자금의 60%는 M&A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슈퍼앱을 구성하는 서비스 기업도 M&A 대상이 되는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하겠지만, 거래액이 커지고 서비스 성장 속도가 보이면 쏘카가 직접 하는 게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런 회사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 또한 차량관제시스템(FMS·Fleet Management System) 같은 새로운 사업을 키워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력 있는 회사도 M&A 대상이다. FMS 관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있다.
M&A를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들은 많나.
사실 되게 많다.(웃음) 롱리스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굉장히 많은 곳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벌써 만난 곳도 있고, 스터디만 하는 데도 많다.
쏘카의 ICT 기술력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뭔가.
전 세계적으로 쏘카처럼 차량 자체에 대한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기업은 없다. 우버나 그랩 같은 곳도 사실 드라이버의 핸드폰을 통해 GPS 데이터 정도만 얻고 있을 뿐이지, 차량 상태 정보나 그것을 관제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은 없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차량을 관리하고 정비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게 쏘카다. 차량 데이터를 무인으로 운영하고 고도화한 후에 자동화시키는 게 무척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차량의 정비나 세차 등을 사람이 일일이 가서 확인하고 실행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인건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보험 사기 잡아낼 정도로 쏘카 기술력 자신
운행 차량 자체에 대한 데이터는 어떻게 얻고 있나.
쏘카의 IoT 단말기인 STS(SOCAR Telematics System)를 차량의 온보드진단기(OBD·On-Board Diagnostics)에 설치해서 데이터를 얻고 있다. 이를 통해 차량의 계기판에서 볼 수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이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해 차량의 정비나 세차 등에 미리 대비하게 된다. 사용자가 안전 운전을 할 수 있도록 고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저녁에 헤드라이트를 켰는지 안 켰는지도 알 수 있다.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고 운행하는 사용자에게 앱을 통해 헤드라이트를 켜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90% 이상이 헤드라이트를 켜게 된다. 밤에 발생하는 대형 사고를 줄이는 것이다.
보험 사기도 적발한다는데.
쏘카의 기술을 이용해 이용자가 안전운전을 하지 않거나 미숙련 운전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 사고 비용을 줄이고 있다. 장마철 침수 지역이 발생하면 그 근처를 운행하는 이들에게 안전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보험 사기의 경우에는 운행 패턴이 다르다. 쏘카의 보험 상품이 좋은데, 이를 악용하는 이용자의 경우 운행 패턴을 보고 보험 사기를 잡아내기도 한다. 주행 패턴이 일반 이용자와 다르거나 이용자의 관계성을 분석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경찰과 공조하게 된다. 쏘카의 기술을 이용해서 사고 비용을 5~6% 정도 줄였다.
FMS로 해외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FMS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SaaS(Software as a Service,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제공 모델) 사업으로 안정화가 되면 높은 이익이 보장될 것이다. B2B 고객을 대상으로 한 구독 형태의 사업 모델이다. 해외 시장은 FMS를 중심으로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글로벌 FMS 시장은 약 4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국내 시장 규모도 영업용 화물차량용 시장이 1조5000억원 규모이고, 자가용 화물 차량까지 합하면 3조9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쏘카가 신차 구매의 큰 손이라고 하던데, 어느 정도인가?
우리만큼 신차 구매 시장에서 구매력이 큰 곳도 없을 것이다.(웃음) 매년 6000~8000대의 신차를 구매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매년 1만여 대의 차량을 구매할 것으로 예상한다.
신차 구매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용자들의 수요에 따라 차량 포트폴리오를 매년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의 지역, 나이 등의 특성에 맞게 원하는 차종들이 다르고, 매년 이용자들의 주행 패턴 등을 분석해 차종의 포트폴리오를 짠다. 다양한 차종 라인업으로 선택의 다양성을 높이려고 한다.
기자는 3년여 전 박재욱 대표와 인터뷰를 한 바 있다. 당시는 타다라는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을 때 타다 대표를 맡고 있었다. 박 대표는 2011년 커플앱 비트윈을 운영하는 VCNC 창업,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주목받는 창업가였다. 2018년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VCNC를 인수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모빌리티 서비스와 커플앱 서비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스타트업이 한배를 탔기 때문이다.
2018년 10월 두 창업가는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를 선보였다. 출시 1년여 만에 가입자가 170만명을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기자도 타다의 성공 이유와 미래를 듣기 위해 박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타다 서비스 론칭 2년도 채 되지 않은 2020년 3월 택시업계의 극심한 반발로 인해 ‘타다 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비트윈부터 타다까지 성공 가도를 달리던 박 대표의 행보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자신의 자리를 박 대표에게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박 대표가 쏘카의 대표로 선임됐을 때 코로나19가 그의 발목을 또 한 번 잡았다. 쏘카와 타다가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을 해야만 했다.
‘위기는 기회’라는 것을 박 대표는 잘 보여줬다. 쏘카가 지향하는 본질과 비전을 임직원과 소통하는 기회로 삼았고, 경영의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유했다. 박 대표는 “위기에 처했을 때 기업의 DNA가 잘 드러나는 것 같다. 위기 상황에서 똘똘 뭉쳐서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나.
회사의 미션이나 비전이 되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회사가 힘들어도 사회의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을 함께 공유했다. 오히려 소통을 더 많이 했다. 회사가 나아갈 방향과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결국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위기를 겪고 나서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
기업가는 회고하는 것이 되게 중요한 것 같다. 어려움에서 배우는 것이 있으면 된다.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있을 때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최선을 다하고, 문제를 풀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 것 같다.
최영진 기자 choiyj7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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