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금리인상, 금융안정 찾았지만…‘취약층’ 연체 늪으로
한은 ‘9월 금융안정상황 점검’ 보고서 발표
기준금리 지속 인상 “중장기적 금융안정 높여”
“단기적으로 취약계층 및 한계기업 위험 높여…경계 필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이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자산가치 안정화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단기간에 취약계층과 한계기업의 이자부담을 높이는 중인데, 특히 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부실 우려를 키우는 것으로 분석했다.
기준금리로 자산시장 정상화 이뤄져
한은은 이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금융취약성의 요인이 되는 금융불균형이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융취약성지수(FVI)는 2021년 2분기 58.8에서 2022년 2분기 48.3로 떨어졌다. FVI는 자산가격, 신용축적도, 금융사의 위기복원 능력 등 3가지를 반영해 중장기적 금융안정 상황을 보여준다.
주식·암호자산시장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 이후로 주가수익비율(PER) 및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하락했고, 코로나19 이후 급등했던 암호화폐(가상자산) 가격도 고점 대비 큰 폭 하락했다.
특히 주택매입 시 대출 의존도가 크게 높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들어 주택매매 가격이 하락 전환하고, 거래량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기관에 집중됐던 자금은 다시 정기예금 등 예금취급기관으로 유입됐다.
특히 빠르게 늘던 가계대출도 진정세를 찾고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이후 민간신용 증가세가 둔화하고, 민간신용의 레버리지 비율(GDP 대비) 상승 폭도 최근 들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하회했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신용은 대출금리가 높은 데도 불구하고 증가세를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의 시설 및 운전자금 대출수요 확대와 금융사의 취급 노력이 맞물린 영향이다. 또 자영업자의 금융지원 조치가 이뤄지며 기업대출 증가세를 부추기는 중이다.
취약계층·한계기업 부실위험, 갈수록 높아진다
취약차주와 청년층 과다차입자 등의 경우 대출 비중이 크지 않지만, 금리상승 시 부실위험이 빠르게 높아질 우려가 있다. 한은은 “청년층은 코로나19 이후 과도한 주택관련대출 차입으로 부채비율(LTI)이 높아져 DSR도 빠르게 상승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한계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자비용 증가 및 당기순이익 감소 등으로 부실위험이 크게 상승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한계기업이 비은행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한 차입금은 2019년 42조2000억원에서 2021년 53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2021년 한계기업의 비은행차입 비중은 전체 차입금의 43.6%로 코로나19 위기 직전인 2019년 36.6% 대비 7.0%포인트 상승했다. 그만큼 기준금리 인상으로 저축은행과 같은 비은행금융기관의 부실이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은 금융안정의 중장기적 위험요인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면서도 “취약계층의 채무상환부담 가중, 자산가격 조정 시 신용리스크 증대, 일부 비은행금융기관의 복원력 저하 등의 위험은 계속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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