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이하 집 얼마나 된다고”…안심전환대출, 예고된 흥행 실패?
연소득·주택 시세 등 까다로운 신청 조건…전국 평균 집값도 4억 넘어
올해 재원 남으면…집값 높여 추가 신청
금리인상기 차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안심전환대출의 인기가 시들하다. 부부합산 소득 7000만원 이하, 주택 가격 4억원 이하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신청 8일차에도…재원 6%대 소진 그쳐
안심전환대출이란 금리 상승기에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1·2금융권에서 받은 변동·혼합형 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주금공의 3%대 장기·고정금리 정책모기지로 대환해주는 상품이다. 대출금리는 연 3.8%∼4.0%, 만 39세 이하·소득 6000만원 이하 저소득 청년층은 연 3.7%∼3.9% 금리가 적용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잔액 기준 78.4%로 집계됐다. 지난 2017년~2021년 변동금리 비중 평균치 68.5%를 크게 상회한 수치다. 최근 은행권의 변동금리 수준 또한 높아진 상황이다. 27일 기준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4대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40~6.828%로, 최고 7%에 가까워졌다.
이 가운데 변동금리를 이용 중인 차주들이 3%대 고정금리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하면 대출이자 부담이 대폭 완화될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로 안심전환대출 신청 개시 전 주택금융공사의 사전 조회 사이트에만 일평균 약 2만명이 방문하면서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안심전환대출 접수 실적은 저조하다. 정부가 2015년, 2019년에 공급한 안심전환대출과 비교해보면, 더욱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정부는 2015년 처음으로 안심전환대출을 내놨는데, 이 당시 한도로 설정됐던 20조원이 출시 3일만에 소진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재원을 40조원으로 확대해 최종적으로 31조7000억원을 공급했다. 2019년에도 신청기간 2주 동안 준비된 20조원 한도의 3.5배에 달하는 총 73조9253억원 규모가 몰렸다.
합산소득 7000만원‧집값 4억원 이하…신청 까다로워
KB부동산에 따르면 9월 전국 주택종합 매매 평균 가격은 4억8880만원이다. 특히 서울의 주택종합 매매 평균 가격은 9억2905억원, 수도권은 6억6003만원이다. 집값 수준은 높은데, 신청 조건을 시가 4억원 이하로 정해 놓은 탓에 지방을 제외한 서울·수도권에선 사실상 신청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과거 안심전환대출 신청 조건을 보면 2015년에는 소득 요건이 없고, 주택 가격은 9억원 이하였다. 2019년 신청 조건은 부부합산 연소득 8500만원 이하, 주택 가격 9억원 이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2015년 3월, 2019년 9월에 이어 세번째 공급으로서 종전에 비해 소득 및 주택 가격 등의 신청요건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내달 6일부터 17일까지는 보유 주택 가격이 4억원 이하인 차주가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주택 가격 4억원 이하 차주의 신청까지 받아도 공급 목표인 25조원을 소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25조원 규모의 서민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을 우선 공급한 뒤, 내년에 주택 가격 상한을 높인 일반형 안심전환대출 20조원을 추가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다음달 17일까지 신청을 받은 뒤, 올해 안심전환대출에 배정된 재원 25조원이 소진되지 않으면 예를들어 주택 가격 5억원 이하, 6억원 이하 등으로 조건을 조정해 추가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사항은 4억원 이하 신청까지 받은 뒤 결정해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joos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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