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로 노선 튼 기업들…물적분할과 뭐가 다르길래
주주 반발·규제 회피하고 ‘경영 효율화’ 기대
지배력 확대 악용 우려도, “분할 명분 명확해야”
최근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로 노선을 트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적 분할은 모회사가 신설회사 지분을 100% 갖는 수직적 분리라면, 인적 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기존 법인과 새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수평적 분리다. 때문에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갤러리아 부문을 인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3월 신규 상장 예정인 한화갤러리아는 리테일 사업 다각화와 신규 프리미엄 콘텐츠 개발 등으로 기업가치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6일에는 현대백화점도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법인 ’현대백화점홀딩스‘를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현대백화점홀딩스는 현대백화점이 46.3%의 지분을 보유한 백화점 운영업체 한무쇼핑을 직접 지배하고,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가구·매트리스 기업인 지누스와 면세점 사업을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다. 지주회사가 되는 현대백화점홀딩스는 항후 코스피 시장에 재상장될 예정이다.
코오롱글로벌도 지난 7월 20일 인적분할을 결정하고 수입차 판매·AS 부문 신설회사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세우기로 했다. 지난 2012년 건설과 상사, 자동차 부문을 모두 합병했던 코오롱모빌리티는 10년 만에 자동차 부문을 도로 떼어내게 됐다.
OCI 계열사이자 무기화학제품을 제조사인 유니드는 보드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한 유니드비티플러스를 오는 11월 1일 재상장한다.
인적분할도 단기적 주가 하락 가능성도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인적분할에 나서는 주된 이유는 ‘경영 효율화’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기대할 수 있고 분할된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어서다.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계열사 간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효과도 있다.
인적분할은 규제 강화로 발목이 잡힌 물적분할의 대안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신설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하기 때문에 기존 사업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신설된 자회사의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 유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핵심사업의 물적분할은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지고, 신설법인이 상장되면 기존주주는 신주를 배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실상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들어가는 비용을 소액주주가 떠안는 구조다.
앞서 LG화학, SK이노베이션, SK케미칼 등이 물적분할로 논란을 일으키자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 대책을 내놓은 상태다.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또 물적분할 추진 기업은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인 분할목적과 기대효과, 주주보호방안 등을 세세히 밝혀야 한다.
반면 인적분할은 모회사의 주주들이 기존 비율대로 자회사의 지분을 가져가기 때문에 비판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자회사에 대한 지배권 유지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물적분할에 걸린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다만 인적분할도 핵심사업을 떼어내는 결정인 만큼 단기 수급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현대백화점의 경우도 인적분할에 대한 명분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주가의 하방 압력이 높아진 모습이다. 지난 16일 6만600원이었던 현대백화점의 주가는 인적분할 공시 이후 7거래일 동안 10%가량 떨어졌다. 28일 현대백화점은 전날보다 0.36% 하락한 5만4900원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입장에서 인적분할의 최대 장점인 기업가치 제고가 이뤄질 수 있을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기존 지분율대로 주식을 가져가는 인적분할은 물적분할과 달리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달라질 게 없다”면서도 “주식 소유 분산이 잘 안 된 경우엔 대주주가 자회사의 성과를 독점하거나 지배력 강화에 악용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인적분할은 회사의 성장과 발전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주주 입장에선 회사가 인적분할의 명분과 필요성이 충분한지, 배당과 같은 주주환원정책이 강화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보 기자 pkb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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