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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는 기업 건강검진표…마진보다 ‘ROE’ 높아야”

[인터뷰]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기업의 임원이라면 재무제표 통해 취약점 파악할 수 있어야
최태원 SK그룹 회장, ‘파이낸셜 스토리텔링’ 잘하는 기업인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파이낸셜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모범기업인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꼽았다. [사진 신인섭 기자]
금리 인상, 고환율, 경기둔화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익성이 쪼그라들고 현금흐름도 악화되면서 신규 투자를 철회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금융위기급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들의 철저한 ‘재무관리’를 통해 위기관리를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신 교수는 SK루브리컨츠, LG이노텍, GS건설,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굵직한 대기업들의 사외이사를 지낸 저명한 경영학자다. 현재 삼성SDS와 롯데호텔의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며, 내년 3월에는 한국증권학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임원이라면 회사의 재무재표와 친해져야 한다는 게 신 교수의 생각이다. 위기 상황일수록 잘하는 것과 허약한 부분을 정확하게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CEO들이여, 파이낸스타가 되어라’의 개정판인 ‘파이낸셜 스토리텔링’을 내놓은 것도 그런 이유다. 특히 지금처럼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재무를 알아야 투자자들과 충분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8일 연세대학교 경영관에서 신 교수를 만나 재무관리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신간 ‘파이낸셜 스토리텔링’에 대해 설명해달라. 
이번 신간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썼던 ‘CEO들이여, 파이낸스타가 되어라’의 개정판이다. 재무관리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간의 연구와 교육경험을 책으로 엮었다. 개정판에는 재무관리에 인문학적 소양을 담고자 노력했고, 재무관리를 숫자가 아닌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파이낸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었다. 사실 재무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현금흐름이 얼마나 되는지, 다음 달 지출액이 얼마인지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재무관리라고 하면 기업가치나 투자의사 결정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의사가 개인의 건강 검진표를 보고 아픈 곳을 찾아 치료하는 것처럼 재무제표를 보고 그 취약점이 뭔지,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게 경영자의 역할이다.
 
파이낸셜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모범기업을 꼽는다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파이낸셜 스토리텔링’을 자주 강조하는 경영인이다.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례는 사외이사로 오래 있었던 SK그룹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나라에 투자하고 싶어도 기업들이 성장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딜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 회사가 얼마나 좋은 회사인지 숫자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끌어내기 어렵다. 투자 규모와 매출액 목표, 수익률 및 상장 시기, 시가총액 전망 등을 자유자재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단순히 “돈을 많이 벌겠다”고 하는 것보다 투자자 유치에 수월하다. 기업이 투자를 유치하려면 투자해서 얼마를 벌 수 있는지 투자자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기업 배당성향보다 ROE가 더 중요해  

신 교수는 “기업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재무비율은 자기자본이익률(ROE)로 배당성향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재무비율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재무관리에서 가장 중요하다. ROE는 회사가 투입한 자기자본에 대해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ROE가 높을수록 알짜 영업을 했다는 의미다. 대기업들은 하청업체에게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비판을 받지만, 알고 보면 대기업보다 하청기업들의 평균 ROE가 높다. 다시 말해 내가 투자한 돈에 비해 얼마를 벌었느냐가 중요하지, 물건 하나를 팔아서 원가로부터 얼마나 남겼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등에서 기업들에 배당 확대를 많이 요구하는데 사실 배당 성향보다 내가 투자한 기업의 ROE가 더 중요하다.  
 
부채가 높은 회사는 위험한 회사인가.
국내 기업들은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부터 부채에 굉장히 보수적이다.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낮은 건 기업 입장에서도 손해다. 연이율 1~2%만 내고 빌린 돈으로 무슨 장사를 해도 이자비용 이상을 벌 수 있다. 단기자금을 장기투자(자산부채의 만기구조 불일치)에 쓰는 과정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한 것이지 부채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부도 위험이 높은 회사라고 볼 순 없다.”  
 
사외이사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임원이 있나. 
1998년 외환위기 직전 때로 A 통신사의 마케팅 담당 임원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당시 통신사들은 대리점에 휴대전화를 외상으로 주고 판매 후 대금을 받았는데, 대리점이 도망가면 돈을 잃는 구조였다. 일반적인 관행이었지만 A 통신사 임원은 재무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대리점들로부터 담보를 받아냈다.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경쟁사들은 대규모 대손상각을 떠안게 됐는데, A 통신사는 담보를 받아내면서 손해를 보지 않았다. 마케팅 담당 임원이라도 재무를 잘 알아야 한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불안정한 금융시장에서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환경변수 자체는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바꿀 수 없지만,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시그널을 줄 수는 있다. 미래현금흐름의 성장성은 기업가치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투자자들에게 ‘파이낸셜 스토리텔링’을 통해 성장성을 전달할 수 있다면 할인율이 높아도 현재가치를 충분히 높일 수 있다고 본다.

박경보 기자 pkb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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