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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고수 떠오른 신세계...이마트 중동점 매각 향방 '묘연'

시행사 RBDK, 이마트 부천 중동점 인수대금 잔금 기일 내 납부 못해
높은 입찰가에 사업성 의문…PF대출 막히는 등 자금사정 어려워
매각 불발시 현재 매각가에 재판매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 

 
이마트 부천 중동점. [사진 네이버 캡쳐]
 
부동산 상승기인 최근 2~3년 새 이마트 점포를 비롯해 성수동 본사까지 매각에 성공한 신세계그룹이 암초를 만났다. 지난 3월 말 이마트 부천 중동점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우협)으로 선정된 디벨로퍼(시행사) 알비디케이콘스(RBDK)가 인수 잔금을 아직 치루고 있지 않아서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RBDK는 이마트 부천 중동점 인수 계약금 381억원(10%)을 지급해 잔금 3430억원(90%)이 남아 있었지만 잔금 납부일(지난 8월 4일)까지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 통상 부동산 매각 딜에서 딜 클로징까지 3개월 정도가 소요되지만 이를 훌쩍 넘긴 것이다.
 
이 회사의 재무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인수금액을 높게 정한 만큼 사업성이 떨어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조달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업계에서는 RBDK가 이마트 부천 중동점을 ‘너무 비싸게 산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RBDK가 이마트 부천 중동점 입찰에서 인수금액으로 3811억원을 제시해 우협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대지면적(8379.7㎡) 기준 3.3㎡당 1억5000만원 선이다. 이번 인수 금액이 당초 3000억원 안팎에 매각될 것으로 보였던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자, 업계에서는 부동산 최고 상승시점이라 높게 사도 괜찮다고 RBDK가 판단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해당 매물에 국내 내로라하는 대형 시행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RBDK를 비롯해 인창개발, 신영, DS네트웍스, MDM, 화이트 코리아 등이 이번 입찰에 참여했었다. 하지만 승기를 잡은 RBDK의 상황은 반전됐다.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PF 등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환경에서 잔금 납부가 맞물려 상황이 힘들어진 것이다. 금리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부동산개발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권은 사실상 부동산 PF 대출 취급을 중단한 상황이고, 저축은행과 증권사 등 비은행권도 PF 운용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마트 중동점 매각 무산 가능성 커져…재매각 쉽지 않을 듯  

매각이 불발되면 현재 매각가에 재판매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이마트 중동점 매각이 무산되면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아픈 손가락이 될 전망이다.  
 
그룹은 지난 2019년 13개 이마트 점포를 처분한 데 이어 지난해 이마트 가양점(6820억원), 성수동 본사(1조2200억원)까지 매각하며 부동산 상승기 최고의 자산 매각 고수로 떠오른 바 있다. 하지만 이마트 중동점 매각 마무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최악의 경우 RBDK가 이마트 중동점 잔금을 못 내고 매수자 지위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서다.  
 
이번 중동점 매각은 신세계그룹 이마트 부문 자산포트폴리오 재조정과 사업 전략 일환으로 이뤄졌다. 그룹의 대규모 인수·합병(M&A)과 시장 변화에 따른 디지털 전환 재원 마련을 위해 오프라인 대형 점포를 매각에 나선 것이다. 실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부터 스타벅스코리아, 이베이코리아, W컨셉, 야구단SSG랜더스 미국와이너리 등 대규모 M&A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이마트가 보유한 부동산 매각을 통해 신세계프라퍼티 등 계열사에 출자를 지속해왔다. 이마트 건물을 판 뒤 기존 이마트 입점 공간을 분양받아 재입점하는 식의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형식으로 자금을 확보해왔다. 현재는 이마트 명일점 매각도 진행 중이다. 이마트는 지난 8월 11일 이사회에서 명일점 토지와 건물을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만해도 SSG닷컴이 상장한다면 이마트가 더 이상 자산을 팔지 않고도 신세계그룹의 신사업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은 무리가 없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로선 SSG닷컴의 상장 시기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SSG닷컴은 지난해 상장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했고 현재 증시 상황 악화 등을 이유로 내년으로 상장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최근 대기업이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자회사를 세우고 이를 상장시키는 일명 ‘쪼개기 상장’을 막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면서 고심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SSG닷컴은 지난 2018년 이마트와 신세계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된 신설법인이다.
 
신세계그룹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3811억이라는 초고가에 이마트 중동점 매각에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RBDK가 이번 계약을 지키지 못하면 추가 자금 확보에 실패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마트로선 RBDK가 잔금을 내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 381억원(10%)을 몰취하면 된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새로운 매수자를 물색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신세계 그룹 관계자는 “잔금을 아직 받지 못한 것은 맞다”며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현재 협의 중인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마트 성수점이나 다른 점포들도 매각을 해서 작년에 이베이코리아도 인수하는 등 디지털 사업 쪽으로 사업의 축을 전환하고 있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회사가 자산을 재배치하고 있는 과정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RBDK가 쓴 3800억원대의 높은 금액을 제시할 시행사가 쉽게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행사 관계자는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이마트 중동점만 잘 마무리 되면 부동산 상승기에 다수의 부지 매각을 잘한 완벽한 마무리인데, 현재 하락기와 잔금 납부가 맞물려 힘들어진 상황이고, 매각이 무산 되면 재판매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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