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무상증자’, 정말 호재 맞나요?
재무구조 나쁜데 테마성 무증…단기 급등락 속출
자본잉여금으로 신주 배정, “기업가치 제고 무관”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0월 들어 무상증자를 결정한 상장사는 메디콕스, 아이씨에이치, 알테오젠 등 총 3곳이다. 지난달엔 싸이토젠과 피에스케이가 무상증자를 공시했고, 7월과 8월엔 각각 8곳이 무상증자 결정 소식을 전했다.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대금을 받지 않고 신주를 나눠주는 무상증자는 통상 단기 호재로 여겨진다. 배당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데다 튼튼한 재무구조와 잉여금을 시장에 증명할 수 있어서다. 특히 거래량이 부족했던 종목은 유동성 공급을 통해 저평가 요인을 해소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무상증자 관련주에 투자하는 것을 넘어 사측에 무상증자를 요구하는 개인투자자도 많아지고 있다. 앞서 휴마시스 주주모임은 1:5 비율의 무상증자와 500억원 상당 자사주 추가 매입, 주당 500원 특별배당 등을 통해 주가를 정상화하라고 제안한 바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무상증자를 공시한 상장사들은 대체로 단기 급등에 성공했다. 메디콕스는 상증자 공시 전날과 다음날 각각 10.94%, 6.16%씩 상승했고 하락세였던 알테오젠도 지난 14일 15.84%나 치솟았다. 싸이토젠도 9월 27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하며 투심을 회복했다.
특히 지난 6월 5대 1 비율의 무상증자를 결정했던 조광ILI와 실리콘투는 권리락 이후 상한가를 달성했다. 권리락일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착시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수급 개선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상증자한 기업들 잉여금 많은지 살펴봐야
문제는 무상증자 이후 단기 상승에 그친다는 점이다. 지난 20일 장중 1만1450원까지 올랐던 메디콕스는 4거래일 만에 9090원(종가)으로 추락했다. 알테오젠의 주가도 무상증자 직전인 지난 18일 3만5242원(수정주가 기준)에서 3만4950원으로 떨어졌다.
조광ILI는 지난 7월 무상증자 효과로 5300원(장중)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1400원대로 폭락했다. 실리콘투의 현재 주가(2455원)도 7월 장중에 기록한 6870원에서 64.2%나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최근엔 재무구조가 나쁜 기업들도 주가 부양을 위해 무리하게 무상증자를 단행하는 모습이다. 1대2 무상증자를 결정한 메디콕스는 최근 5년 이상 적자행진을 이어왔고, 올해 상반기에도 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 2018년 기술특례로 상장한 싸이토젠은 아직 매출액이 거의 없는 상태다. 지난해엔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는 등 매년 주머니 사정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무상증자를 강행했다.
‘동전주’인 아이윈플러스도 지난 8월 18일 1주당 신주 0.3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한 이후 급등락을 겪었다. 8월 8일 467원(수정주가)에 마감했던 주가는 9월 1일 장중 656원까지 올랐지만, 이달엔 500원대로 내려왔다. 아이윈플러스는 지난해 32억원의 영업손실(별도기준)을 내는 등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다.
자본잉여금을 떼어내 자본금에 넣는 무상증자는 기업가치 제고와 무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본금을 늘려 부채비율을 낮추면 대출 등 신규 자금조달에 유리해질 수 있지만, 주가에 장기 호재로 작용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무상증자는 유상증자와 달리 기존 주주 입장에서 나쁠 건 없지만, 기업가치엔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특히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일 경우 고점에서 주식을 매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 수익을 노린 묻지마식 투자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경보 기자 pkb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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