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로고시 N수생인데 비법 좀”…더 어려워진 ‘폴로 직구’, 언제 뚫리나
2020년부터 막힌 미국 공홈 직구…최근 자사몰 오픈
한국 소비자 자사몰로 이동시키기 위한 조치란 분석
30~50% 저렴해 ‘폴로 직구 뚫는 팁’ 온라인서 확산
“폴로 고시 통과 축하드려요. 합격 비법 좀 알려주세요”
올해도 ‘폴로 고시’ N수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 폴로 고시란 폴로 랄프로렌 측이 지난 2020년 블랙프라이데이(블프)를 기점으로 아시아 전역에 공식 홈페이지 결제를 막는 ‘직구(직접구매) 금지’ 조치를 취해 구매가 어려워지면서 생긴 신조어다. 직구 성공이 고시만큼이나 어렵다는 의미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쓰이고 있다. 이 같은 조치에 소비자들은 공식적인 통로가 아닌 편법을 이용해 폴로 직구에 도전하고 있다. 그마저도 해마다 어려워지고 있어 온라인상에서는 ‘폴로 직구 뚫는 법’까지 공유되고 있다.
“이제 VPN도 잘 안돼”…자사몰 열었지만 ‘폴로 고시’ 행렬
온라인 카페와 커뮤니티 상에서는 ‘폴로 직구 방법’, ‘폴로 직구 성공 후기’ 등 관련 게시물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네이버의 한 패션·직구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네티즌은 ‘폴로 공홈 직구에 지쳤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네티즌은 “폴로 고시에 계속 실패해서 결국 직구보단 좀 비싸지만 무신사에서 괜찮은 가격대로 구매했다”며 “폴로 직구 성공하는 분들이 너무 부럽다”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네이버의 한 해외 직구 커뮤니티에 ‘요즘 폴로 직구 되긴 되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이전엔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 접속하면 됐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안 된다’는 댓글과, ‘노동절 때 계속 안 되더니 어제 운 좋게 성공했다’는 댓글 등이 달렸다.
폴로 본사 측에서 한국인들의 직구를 막도록 조치한 이유는 폴로 랄프로렌 코리아의 수익 방어를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폴로 랄프로렌이 지난 8월 한국에서 본사가 운영하는 자사몰을 연 것도 한국인들의 수요를 자사몰로 이동시키려는 목적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SSG닷컴 등 직접 계약을 맺은 온라인 사이트에서만 판매됐지만 이젠 ‘폴로 랄프로렌 코리아’ 몰을 통해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폴로 랄프로렌 코리아 측은 “미국 본사에서 직구를 막은 이유에 대해선 공유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최근 오픈한 자사몰과 관련해선 “직구가 막힌 것과는 연관이 없고 3~4년 전에 플래그쉽 스토어 형태로 자사몰을 오픈했었던 것을 이번에 그랜드오픈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블프 기간 동안 폴로는 해외 직구 가격과 국내 백화점 판매 가격 간에 차이가 큰 편이라 직구족 구매가 가장 많은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블프는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진행되는 대규모 쇼핑 할인행사다. 이 기간 동안 미국 공홈에선 자체 할인을 진행하기도 하고 미국 정가 제품도 국내 백화점보다 30~50% 저렴한 가격에 올라와 많은 구매자가 몰린다. 공홈을 통하면 많게는 국내 백화점 판매가의 반값 수준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나치게 비싼 국내 리테일가…소비자 ‘분통’
합리적인 가격으로 폴로 직구를 해오던 소비자들은 폴로 랄프로렌 본사에서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한국 IP를 통한 접속을 막아두자 편법을 이용해 제품을 구매하기에 나섰다. 이미 온라인상에서는 몇 년 전부터 ‘폴로 직구 뚫는 법’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현재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는 ‘폴로 직구 방법’에는 크게 4가지 단계가 있다. 모두 아시아 고객이 아닌 것처럼 조작해 구매를 시도하기 위한 것으로 ▲VPN(가상사설망)을 통해 우회 접속, ▲비회원으로 구매, ▲배송대행지(배대지) 주소 변경, ▲페이팔(Paypal)로 결제하는 방법이다.
먼저 ‘VPN’을 통해 우회 접속을 해야한다. VPN은 컴퓨터 IP주소를 변경해주는 프로그램으로 IP주소 설정을 한국에서 미국으로 변경해 미국 IP주소로 변경해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다. ‘비회원 주문’으로 아시아인임을 드러내지 않고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다음은 ‘배대지’라 불리는 배송대행지 주소를 아시아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로 변경해 주문하는 방법이다. 배대지는 해외직구를 할 때 직배송이 안 되는 해외쇼핑 사이트에서 중간 배송지 역할을 하는 물류업체를 말한다. 아시아 국가에서의 주문임을 모르게 하기 위해 배대지 주소 사이에 점을 찍거나, 임의로 띄어쓰기나 특수문자를 넣어주는 방식 등으로 조작해 결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결제 단계 시에는 ‘페이팔’로 결제해야 한다. 폴로 랄프로렌 측이 아시아 지역에서 발행한 신용카드로 결제되는 주문 건은 모두 취소되도록 조치한 것을 뚫기 위해서다. 페이팔은 미국의 온라인 전자결제 시스템으로 이를 활용하면 결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도 100% 성공을 보장할 수 없고, 그마저도 방법이 해마다 어렵고 복잡해지자 국내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평소 폴로 브랜드를 애용해 직구를 자주 했었다는 한 소비자는 “2년 전까지만 했어도 폴로 직구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는데 최근 몇 번 실패한 이후부턴 아예 시도조차 하고 있지 않다”며 “직구는 포기했고 구매대행 쇼핑몰 등에서 조금 비싼 가격에 구매하고 있는데, 차라리 이 방법이 정신은 편하다”고 전했다.
최근 폴로 고시를 통과했다는 또 다른 소비자는 “폴로 고시를 여러 차례 치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심’과 ‘기다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지나치게 비싼 국내 리테일가를 좀 완화해 미국 공홈과의 가격 차이가 어느 정도 좁혀지면 구매가 번거롭지 않은 자사몰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옮겨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국내 리테일가에 대해 폴로 랄프로렌 코리아 측은 “본사 공식홈페이지 가격이 국내보다 저렴한 것은 맞지만 직구를 할 때 세금과 관세까지 붙으면 국내와 아주 큰 차이는 나지 않을 것”이라며 “괌이나 하와이, 미국 아울렛 등에서 아동복의 경우엔 몇 천원에도 구매가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본사 가격이 훨씬 저렴한 것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오해하고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어 “최근엔 고환율로 직구보다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고, 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닐 때는 본사 정가와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