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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피더스‧가나초코우유’ 주역…폐업과 매각 갈림길 [위기의 ‘푸르밀’①]

지난 31일 신동환 대표이사 참석한 2차 교섭 진행
사측 “재매각 추진 노력중”, 구조조정 조건 달아
오는 4일 사실상 마지막 교섭 예정, 규탄대회 계획도

 
 
 
사업 종료를 통보한 유제품 기업 푸르밀에 원유를 공급해온 낙농가가 사업 종료에 항의하며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를 향해 던진 우유의 흔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갑작스러운 사업 종료 통보 후 파문이 일고 있는 유업체 푸르밀이 다시 폐업과 매각의 갈림길에 섰다. 사측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해 보겠다며 태세를 전환한 것인데 그렇다고 사업 종료 철회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푸르밀이 전 직원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예고한 날은 이달 30일. 종료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매각 재추진에 성공할 수 있을지 푸르밀의 앞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매각 추진…노조, “LG생건·SPC그룹은 후보 아닐 듯”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유제품 기업 푸르밀 본사 입구에서 사측과의 2차 교섭을 하기 위해 도착한 김성곤 노조위원장(오른쪽)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신동환 대표이사 등 사측 3명과 김성곤 노조위원장 등 노사 측 직원 5명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푸르밀 본사에서 2차 교섭을 열고 경영권 매각 재추진에 대해 논의했다.  
 
김성곤 위원장은 “교섭을 몇 시간 동안 진행했는데 결론이 난 것은 없다”며 “사측이 재매각을 추진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고, 구조조정을 매각 조건으로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매각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가 있냐는 질문에 “물망에 오른 기업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측에서 ‘대상자들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회사 매각을 위해 푸르밀 측에서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졌던 LG생활건강과 SPC그룹이 매각에 다시 뛰어들 가능성에 대해선 “이전에 언급됐었던 두 회사는 아닐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 번 매각이 결렬된 업체가 다시 구조조정을 통해 재매각에 참여한다면 양쪽 다 욕먹는 상황이 될 텐데 그런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 같다”고 추측했다.
 
아직은 푸르밀을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어디인지, 인수 의향을 밝힌 기업들이 몇 개인지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도 현재는 신동환 푸르밀 대표와 인수 추진 기업 간 대화 수준의 교감 정도가 이뤄진 단계로 보고 있다. 때문에 시간상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업 종료일인 오는 30일까지 뚜렷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오는 30일을 끝으로 직원 해고와 사업 종료 등이 예정대로 진행된다. 
 

“막대한 양 우유 폐기돼”…규탄대회 계획도  

 
푸르밀 사측은 지난 17일 직원들에게 적자 누적으로 사업종료가 불가피하다면서 다음 달 30일 자로 영업을 종료하고 정리 해고를 한다고 통지했다. [연합뉴스]
 
향후 노조 측은 서울 문래동 푸르밀 본사 앞에서 규탄대회도 열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사측이 영업종료와 정리해고 통지뿐 아니라 공급 계약을 맺은 낙농가에도 12월 31일까지만 원유를 납품받겠다고 통보한 상태”라며 “2023년 1월 1일부로는 남은 우유를 다 버려야 하는데 상생방안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임실낙우회 측도 푸르밀의 영업종료 통보에 반발하면서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임실낙우회와 푸르밀 낙농가 비상대책위원회 조합원 50여명은 푸르밀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푸르밀 직송농가들이 보유한 원유쿼터 전량 인수 및 손실보상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979년 전북 임실군 신평면에 푸르밀 전주공장이 세워진 뒤 40년 넘게 원유를 공급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낙농진흥회 72농가, 직송 24농가가 전주공장에 하루 평균 약 97.5톤의 집유량을 계약해 납유해 왔는데, 푸르밀의 일방적인 사업종료 통보로 2023년 1월 1일부로 막대한 양의 우유가 폐기될 수 있단 입장이다.
 
이상옥 임실낙우회장은 “낙농진흥회가 설립되던 때에 진흥회에 편입될 수 있었는데 푸르밀의 강력한 요청으로 직속공급 농가로 남아 있었다”며 “그동안 우유 소비 감소 등의 손해까지 감수하며 버텨왔는데 이렇게 한순간에 사업 종료를 통보한 것이 매우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매각 재추진 결과가 11월 30일 이후에 나온다면 우리에겐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정리해고 철회를 일단 해놓고 매각을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정리해고만 철회되면 매각 이후엔 사측과 같이 고통을 분담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푸르밀은 지난달 17일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를 통지했다. 정리해고 대상은 푸르밀 전 직원 400여명이다. 푸르밀 측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내부 자구 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말했다.
 
푸르밀은 ‘비피더스’, ‘검은콩이 들어 있는 우유’를 제조·판매해왔지만 2018년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2019년부터 매년 영업손실이 89억원, 113억원, 124억원으로 불어나며 노조 측에선 ‘신준호 회장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취임 회사 적자가 시작됐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푸르밀은 지난 2017년 말일부로 전임 남우식 대표이사가 퇴임하자 2018년 1월부로 신준호 회장 차남인 신동환 대표이사가 취임해 푸르밀은 오너 체제로 전환됐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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